[이코노미세계] 30여 년간 시민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하천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도로와 주차장 아래 묻혀 있던 물길을 복원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되돌리겠다는 구리시의 선택이 첫 삽을 떴다. 개발과 효율을 앞세웠던 과거 도시정책에서 벗어나, 환경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도시 회복’의 흐름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12월 22일, 구리시 수택1동 돌다리공원. 이곳에서 열린 인창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착공식에는 시민과 시 관계자, 시의회 인사들이 참석해 오랜 시간 기다려온 변화를 함께 지켜봤다. 이날 행사에는 구리시의회 신동화 의장도 참석해, 복원사업의 의미를 강조했다.
인창천은 한때 구리 도심을 가로지르며 흐르던 자연 하천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급격한 도시 성장과 함께 상황은 달라졌다. 주택 건설이 늘고 차량이 급증하면서, 도심의 만성적인 주차난과 도로 부족 문제가 대두됐다. 당시 행정은 하천을 복개해 도로와 주차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인창천 역시 그렇게 시민의 기억 속으로 밀려났다.
신동화 의장은 “당시에는 도시화와 주택 공급이 시급했고, 주차 문제 해결을 위해 복개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그 선택은 동시에 도심에서 자연을 지우는 결과를 낳았다. 하천은 ‘도시의 뒷공간’으로 전락했고, 시민의 일상에서 물과 녹지는 점점 멀어졌다.
이번 복원사업은 과거의 선택을 부정하기보다, 시대 변화에 맞춰 다시 길을 찾는 과정에 가깝다. 신 의장은 “젊은 세대에게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인창천의 모습이, 이제는 새로운 추억의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근길에 들려오는 물소리, 아이와 함께 걷는 주말 산책로, 해 질 무렵 여울과 산책길의 풍경을 시민의 일상으로 돌려주겠다는 구상이다.
복원 이후 인창천은 단순한 경관 개선을 넘어, 시민의 생활 동선과 맞닿은 친수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도심 속에서 자연을 벗 삼아 걷고, 쉬고,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신 의장은 인창천 복원을 “환경과 사회의 조화를 이루는 구리형 ESG 실천의 모범사례”라고 규정했다. 개발 중심의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를 함께 고려하는 도시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의미다. 도시와 자연, 사람과 환경이 다시 손을 맞잡는 출발점이라는 설명이다.
복원된 인창천을 기반으로 생태교육, 환경 캠페인, 시민 참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시민친화·자연친화 사업도 연계 추진할 계획이다. 단순히 ‘보는 하천’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가꾸는 ‘살아 있는 공동체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인창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수택동 돌다리공원부터 왕숙천 합류부까지 약 810m 구간을 대상으로 한다. 총사업비는 약 475억 원으로, 단기간에 끝나는 사업이 아닌 장기 프로젝트다. 완공 목표 시점은 2028년이다.
공사 기간 동안 인근 주민의 불편은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신 의장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편을 초래할 수 있지만, 성공적으로 완공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적 불편보다 장기적 가치에 방점을 찍은 발언이다.
인창천 복원은 하나의 하천 정비 사업을 넘어, 도시가 무엇을 우선 가치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신 의장은 “도시의 진정한 발전은 높이 쌓는 데 있지 않고, 자연과 사람이 함께 숨 쉬는 공간을 얼마나 조화롭게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도시는 효율과 속도를 앞세웠다. 그러나 이제 도시는 회복과 균형을 고민한다. 인창천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순간, 구리의 도시정책 역시 새로운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물길의 복원은 곧 도시 철학의 전환을 상징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결과는, 시간이 흐를수록 시민의 일상 속에서 더욱 또렷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