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철 의장 “주민이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 의회도 현장 목소리 정책에 반영
[이코노미세계] 지역 축제가 달라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전문 기획사가 프로그램을 만들고 주민은 관람객으로 참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지역의 고유한 색깔을 만들어가는 ‘주민 주도형 축제’가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화성특례시에서 열린 자생특화축제들이 대표적이다. 양감면에서는 울창한 숲을 무대로 음악과 먹거리, 주민 화합을 결합했고 동탄4동에서는 탄소중립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생활 속 체험으로 풀어냈다. 정남면 주민들은 전통놀이와 주민 공연을 통해 세대가 어우러지는 자리를 만들었으며, 동탄9동에서는 공원의 밤하늘과 별을 지역 공동체의 새로운 콘텐츠로 활용했다.
축제의 소재와 모습은 달랐지만 공통점은 분명했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지역의 특성을 축제에 담았다는 점이다. 화성특례시의회도 12일 이들 축제 현장을 찾아 주민들을 격려하며 주민자치가 지역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이날 현장에는 이계철 화성특례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김상수 경제환경위원장, 김상균 도시건설위원장, 최은희 보건복지위원장과 고병태·김기현·유지혜·장동희·조정옥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준석 국회의원과 지역 주민들도 함께했다.
양감면 초록산 산림욕장에서는 ‘제11회 초록숲 축제’가 열렸다. 주민과 방문객 2000여 명이 찾은 축제 현장에는 숲속 음악회와 체험·전시 부스, 먹거리 장터 등이 마련됐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주민들이 힘을 모아 준비한 800인분 규모의 대형 비빔밥 퍼포먼스였다.
비빔밥은 단순한 먹거리 행사를 넘어 이번 축제가 지향하는 주민 공동체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많은 주민이 함께 준비해야 완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계철 의장은 축사에서 “800인분의 비빔밥을 준비했다는 것 자체가 양감면 주민자치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혼자서는 어렵지만 주민들이 함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이 힘을 모으면 이렇게 멋진 축제도 만들어낸다”며 “양감면의 힘은 바로 주민 여러분”이라고 했다.
초록숲 축제가 11회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지역 주민이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마을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특히 초록산 산림욕장이라는 지역의 자연 자원을 축제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양감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지역 축제의 경쟁력은 결국 ‘그 지역에 가야만 경험할 수 있는 무엇이 있느냐’에서 갈린다. 화려한 무대나 유명 공연에 의존하기보다 지역의 자연과 주민, 생활문화를 콘텐츠로 연결하는 방식은 주민 중심 축제가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동탄4동에서는 ‘제3회 탄소중립 청계 온(溫)마을 축제’가 열렸다. 이곳의 핵심 주제는 ‘탄소중립’이었다. 탄소중립은 정부와 기업 차원의 거대 담론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그러나 동탄4동 주민들은 이를 주민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생활형 프로그램으로 바꿨다.
이날 탄소중립 도전 골든벨을 비롯해 웨딩드레스 업사이클링, 양말목을 활용한 생활용품 만들기, 친환경 자전거 체험 등이 마련됐다. 주민들은 축제를 즐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와 자원 재활용을 경험할 수 있었다. 주민자치 활동의 영역이 단순한 주민 화합을 넘어 환경과 기후 문제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의장도 이 자리에서 “탄소중립도 결국 사람이 한다”며 주민의 역할을 강조했다. “마을을 바꾸는 것도 주민이고, 환경을 바꾸는 것도 결국 주민의 실천”이라며 주민들이 마을의 문제를 직접 찾고 함께 해결해가는 과정 자체가 주민자치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이라는 정책적 목표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일상적인 참여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주민들이 축제를 통해 친환경 생활을 직접 체험하도록 한 동탄4동의 시도는 주민자치와 환경정책이 만나는 하나의 현장 모델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정남면 갈천변에서는 주민자치회 마을교육분과가 마련한 ‘갈천변 작은놀이마당 시즌2’가 펼쳐졌다. 화려한 대규모 행사가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무대에 오르고 함께 놀이를 즐기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태권도와 통기타, 어린이 댄스, 풍물 등 주민 공연이 이어졌고 송편 빚기와 제기차기, 윷놀이 등 전통적인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자연스럽게 한 공간에 모여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이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주민들이 서로 만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특히 공동주택 중심의 생활에서는 이웃과 얼굴을 마주하거나 함께 활동할 공간과 계기가 부족해지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마을 축제는 단순한 여가 행사를 넘어 주민 간 관계를 회복하는 매개가 될 수 있다. 주민이 직접 공연자로 나서고 이웃이 관객이 되며, 아이들과 부모 세대가 같은 놀이에 참여하는 과정 자체가 공동체 활동이 되는 셈이다.
정남면 축제는 거창한 콘텐츠보다 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중심에 놓았다는 점에서 주민자치형 마을 축제의 성격을 보여줬다.
동탄9동은 또 다른 방식으로 지역의 일상 공간을 축제 무대로 바꿨다. 다올공원에서 열린 ‘동9동락(同樂) 별빛다올 축제’에서는 별빛다올투어와 주민 공연, 별빛음악제가 진행됐다. 여기에 야간 천체관측 프로그램인 ‘동9 별마당’도 운영됐다.
주민들이 평소 산책하거나 휴식을 취하던 동네 공원이 밤이 되자 주민 공연과 음악, 천체관측이 어우러지는 축제 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환경을 고려한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됐다. 다회용기를 활용한 푸드마켓과 플리마켓 등 ESG 실천 프로그램이 운영돼 축제와 환경 실천을 접목했다.
이계철 의장은 이 자리에서 가족과 마을이 함께 만드는 ‘기억’에 의미를 부여했다. 또 “동네 공원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별을 보는 기억 하나가 쌓여 동네에 대한 정이 깊어진다”며 “오늘 밤 밝게 빛나는 것은 하늘의 별만이 아니라 함께 웃고 즐기는 동탄9동 주민 여러분”이라고 말했다.
지역 공동체는 행정구역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이 같은 장소에서 경험과 기억을 공유할 때 자신이 사는 동네에 대한 애착도 커질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동탄9동의 축제는 평범한 동네 공원을 주민들이 함께 기억할 수 있는 장소로 변화시키려는 시도로 읽힌다.
양감면의 숲, 동탄4동의 탄소중립, 정남면의 마을놀이, 동탄9동의 별빛. 소재만 놓고 보면 서로 전혀 다른 축제다. 그러나 네 축제를 관통하는 공통된 키워드는 ‘주민’이다.
주민들이 지역의 자원을 발굴하고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공연과 체험에 참여했다. 지역 주민이 행사의 단순한 관람객에서 축제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주민자치가 주민센터 프로그램 운영이나 행정기관의 의견 수렴에 머무르지 않고 생활 현장에서 주민 스스로 지역의 문제와 자원을 발견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화성특례시는 도시와 농촌, 신도시와 기존 마을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지역마다 인구 구성과 생활환경, 문화적 특성이 다른 만큼 모든 지역에 동일한 주민자치 모델을 적용하기보다는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주민 참여 방식이 필요하다.
이번 자생특화축제들은 이런 화성의 지역적 다양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농촌 지역인 양감면은 숲과 주민 화합을 앞세웠고, 신도시 지역인 동탄에서는 환경과 ESG, 가족 단위 문화 프로그램 등이 주요 콘텐츠로 등장했다. 정남면은 주민 공연과 전통놀이를 통해 마을 공동체의 접점을 넓혔다. 지역별 차이가 오히려 축제의 경쟁력이 된 셈이다.
관건은 이런 움직임이 일회성 축제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지역의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주민 참여와 행정·의회의 지원이 맞물려야 한다.
특히 주민자치 활동이 실제 지역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나온 의견이 정책과 제도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
화성특례시의회도 주민자치 활동이 실질적인 지역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필요한 제도와 지원을 살펴나간다는 방침이다.
지역 축제는 하루면 끝난다. 그러나 축제를 준비하면서 주민들이 만나고, 함께 결정하고, 역할을 나누며 만들어낸 관계는 마을에 남는다. 주민자치형 축제의 가치를 행사 당일의 방문객 숫자나 프로그램 규모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양감면에서 800인분의 비빔밥을 함께 만들고, 동탄4동에서 생활 속 탄소중립을 체험하고, 정남면에서 아이와 어른이 함께 전통놀이를 즐기고, 동탄9동 공원에서 가족들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본 경험도 결국 주민들이 자신의 마을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주민자치는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동네에서 무엇을 함께 할 것인가’를 주민들이 직접 고민하는 데서 출발한다. 화성 곳곳에서 열린 네 개의 축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
마을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 답은 축제를 직접 만들고 무대에 오르고, 이웃과 음식을 나누며 아이의 손을 잡고 밤하늘을 바라본 주민들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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