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지 걸쳤던 마을안길 상당 부분 현실에 맞게 경계 조정
경계분쟁 예방에서 도로포장까지, 지적재조사 ‘생활행정’으로 확대
[이코노미세계] 오랫동안 지적도와 실제 토지 이용현황이 달라 주민 불편의 원인이 됐던 용인특례시 처인구 운학동 일대의 토지 경계가 새롭게 정리됐다.
단순히 지도 위의 선을 다시 긋는 데 그치는 사업이 아니다. 현실과 맞지 않았던 토지 경계를 바로잡으면서 이웃 간 경계 분쟁 가능성을 낮추고 토지 이용 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사유지 문제로 정비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마을안길의 기반시설 개선에도 새로운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용인특례시 처인구는 운학동 일원 운학1·2지구를 대상으로 추진한 ‘2025년 지적재조사사업’을 마무리하고 총 490필지의 토지 경계를 새로 확정했다.
이번 사업은 오래된 지적공부와 실제 토지 이용현황 사이에서 발생했던 ‘경계의 오차’를 현실에 맞게 바로잡는 작업이다. 특히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마을안길 문제가 함께 개선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지적재조사의 생활밀착형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지적재조사는 지적공부에 등록된 토지 경계와 실제 이용현황이 일치하지 않는 지역을 다시 조사·측량해 토지 경계를 바로잡는 국가사업이다. 기존 종이 지적도를 디지털 지적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함께 이뤄진다.
토지의 경계는 재산권과 직결된다. 지적도상으로는 자신의 땅이지만 실제로는 이웃이 이용하고 있거나, 반대로 수십 년 동안 주민들이 도로로 이용해온 공간이 지적공부에서는 개인 소유 토지에 포함돼 있는 사례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불일치는 토지를 매매하거나 건축물을 신축·증축할 때뿐만 아니라 도로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과정에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토지소유자 사이에 경계에 대한 의견이 엇갈릴 경우 갈등이나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지적재조사는 단순한 행정자료 정비사업이라기보다 국민의 재산권을 보다 명확하게 하고 토지를 현실에 맞게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토 관리의 기초 작업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처인구가 운학동 일대에서 추진한 사업도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처인구는 지난해부터 운학1·2지구인 운학동 642번지와 205-1번지 일원을 대상으로 토지 현황 조사와 지적재조사 측량을 진행했다.
토지 경계를 새롭게 확정하는 과정은 측량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토지소유자 간 경계 협의를 진행하고 경계결정위원회의 심의·의결 등의 절차를 거쳤다. 토지소유자의 재산권과 직접 연결되는 사안인 만큼 이해관계 조정과 행정적인 검증 절차를 거친 것이다. 그 결과 총 490필지, 26만7495.9㎡에 달하는 토지의 경계가 새롭게 확정됐다.
이번 사업을 통해 지적공부에 표시된 경계와 주민들이 실제 이용하고 있는 토지 현황 사이의 차이를 바로잡게 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토지 경계를 둘러싼 주민 간 분쟁을 예방하고 토지 이용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처인구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마을안길이다.
농촌이나 도농복합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주민들이 도로로 이용하고 있지만 지적도상으로는 일부 구간이 개인 소유 토지에 포함된 경우가 적지 않다.
평소 차량이나 주민이 통행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도로포장이나 각종 기반시설을 정비하려고 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공공사업을 추진하려면 토지의 소유관계와 경계가 명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용현황과 지적공부가 다르면 토지소유자와의 협의 등이 필요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운학동 역시 이런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번 지적재조사 과정에서는 그동안 사유지에 포함돼 있던 동부로151번길과 동부로183번길, 동부로403번길 등 마을안길 상당 부분이 실제 이용현황에 맞춰 국·공유지 경계로 편입됐다.
주민 입장에서 이번 사업의 의미가 크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지적재조사를 통해 토지 경계만 정리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실제 도로로 이용하는 공간과 지적공부상 경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함으로써 향후 마을안길 정비를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민숙원사업으로 꼽혀온 마을안길 도로포장 등 기반시설 정비도 이전보다 원활하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기관의 지적재조사가 주민 생활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이번 사업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지적재조사의 역할이 토지 경계를 명확히 하는 전통적인 지적행정 영역에서 주민 생활과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확한 토지 경계는 행정의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 가운데 하나다. 도로를 만들거나 확장하고, 상·하수도를 정비하거나 각종 도시계획 사업을 추진할 때도 토지 경계와 소유관계가 명확해야 한다. 지적공부와 현실 사이의 불일치가 크면 사업 추진 과정에서 토지보상이나 소유권 문제 등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반대로 지적재조사를 통해 실제 이용현황에 맞게 경계가 정리되면 행정기관은 보다 정확한 자료를 토대로 사업을 검토할 수 있고 토지소유자 역시 자신의 재산권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운학1·2지구 사례는 여기에 ‘주민 숙원 해결’이라는 효과가 더해졌다. 사유지에 걸쳐 있던 마을안길의 상당 부분이 실제 이용현황에 맞게 국·공유지 경계로 편입되면서 도로포장과 같은 기반시설 정비를 추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적도와 현실의 차이가 지역개발과 주민생활의 걸림돌이었다면, 이번에는 지적재조사가 그 문제를 풀어내는 출발점 역할을 한 것이다.
그리고 토지 경계를 새롭게 확정했다고 모든 행정절차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지적재조사 과정에서 기존 지적공부상의 면적과 새롭게 확정된 토지 면적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인구는 지적공부 정리를 마친 뒤 토지 면적이 늘어나거나 줄어든 필지를 대상으로 조정금을 산정하고 정산하는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적재조사에서는 실제 토지 이용현황과 합리적인 경계를 기준으로 새 경계를 설정하면서 일부 토지의 면적이 종전보다 증가하거나 감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면적 증감에 따른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절차가 뒤따르게 된다.
이 과정까지 마무리돼야 운학1·2지구 지적재조사사업이 사실상 최종 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경계 확정 이후 진행되는 조정금 산정·정산과 함께 새롭게 정비된 토지 정보를 실제 지역 기반시설 개선과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지적재조사의 또 다른 의미는 종이 기반의 지적정보를 디지털 체계로 전환한다는 데 있다. 과거의 지적도는 오랜 시간 동안 토지의 분할·합병과 도로 개설, 건축 등 다양한 변화를 거치면서 실제 토지 이용현황과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를 정확한 조사와 측량을 통해 현실에 맞게 정비하고 디지털 지적으로 전환하면 토지정보의 정확성과 활용도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용인처럼 도시개발과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정확한 공간정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도시지역뿐만 아니라 처인구와 같이 농촌·도농복합지역을 함께 갖고 있는 지역에서는 오래된 마을길과 토지 경계, 실제 점유 현황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적재조사의 필요성도 상대적으로 크다.
따라서 지적재조사 대상 지역을 선정할 때 단순히 지적불부합 정도만 살펴보는 것을 넘어 도로와 기반시설, 주민숙원사업 등 지역 현안과의 연계 가능성을 함께 검토한다면 사업의 체감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토지 경계가 지도 위에서 보면 하나의 선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선을 기준으로 개인의 재산권이 나뉘고 도로와 주택, 각종 기반시설의 설치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토지 경계가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특히 주민들이 오랜 기간 마을길로 이용해온 공간이 지적도에서는 사유지로 남아 있는 경우 행정과 현실의 간극은 주민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운학1·2지구의 지적재조사는 이 간극을 좁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490필지, 26만7495.9㎡의 경계를 현실에 맞게 정리하고, 주민들이 실제 도로로 이용해온 마을안길 상당 부분을 국·공유지 경계로 편입함으로써 토지행정의 정확성을 높이는 동시에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기반도 마련했다.
이제 과제는 새롭게 정비된 토지 경계를 실제 주민 편익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마을안길 도로포장을 비롯한 기반시설 정비가 뒤따르고, 다른 지적재조사 대상 지역에서도 주민 불편이나 지역 현안을 함께 해결하는 방식이 확산된다면 지적재조사는 ‘지도를 고치는 사업’을 넘어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행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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