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조기 구축·기업 투자 지원체계 강화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 견인할 핵심 거점 육성
[이코노미세계] 민선 9기 경기도가 출범과 동시에 '반도체'를 도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새 도정의 첫 공식 결재가 반도체 정책이었다는 점은 향후 경기도의 산업정책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취임 첫날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K-반도체 혁신 대책'을 결재하며 경기도를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산업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단순한 기업 지원을 넘어 정부와 지방정부,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인프라 공급 속도를 높여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우위를 이어가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정책은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반도체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를 국가안보와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인식하며 대규모 투자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경기도 역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추 지사는 "민선 9기 핵심 목표인 '강한 성장, 반도체로 경제 1번지 구현'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이라며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와 연계해 신속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기업 투자 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지금 '속도 경쟁'이 치열하다. 첨단 반도체 공장은 착공부터 가동까지 막대한 시간이 소요된다. 공장 건설이 지연될 경우 투자비 증가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칠 가능성도 커진다.
경기도가 이번 대책에서 가장 강조한 것도 바로 '속도전'이다. 기업들이 계획한 투자 일정에 맞춰 전력과 용수, 도로 등 핵심 기반시설을 적기에 공급하고 각종 행정 절차를 신속하게 지원해 공장 건설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향후 5년 안에 생산능력을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국가 목표를 지방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대규모 투자가 예정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이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졌다.
경기도는 이미 국내 반도체 산업의 중심축이다. 수원에는 연구개발(R&D), 성남에는 팹리스 기업, 용인·평택·화성·이천에는 첨단 생산시설이 집중돼 있다. 안성과 오산에는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대책은 이들 도시를 하나의 거대한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원의 연구개발 역량과 성남의 설계기술, 용인과 평택, 화성의 생산기지, 이천의 메모리 산업, 안성과 오산의 소부장 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세계 최대 규모의 K-반도체 클러스터를 조기에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산업은 특정 기업만 성장해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연구개발과 설계, 생산, 장비, 소재, 물류, 인재양성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뤄야 한다. 경기도는 이러한 산업 구조를 더욱 고도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강력한 추진체계다. 추 지사는 도지사 직속 '반도체전략위원회'를 구성해 직접 정책을 챙기기로 했다.
또 대통령이 주재하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와 정부 혁신지원단, 국회, 기초지방정부를 연결하는 협의체 구성도 추진한다. 이는 반도체 산업이 지방정부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라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아울러 산업단지 조성, 전력 공급, 용수 확보, 교통망 확충 등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업 간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에 경기도는 상시 협력체계를 구축해 기업의 투자 지연 요인을 최소화하고 지역사회와의 갈등도 사전에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경기도는 생산시설 확대에만 머물지 않고 미래 산업 육성에도 무게를 뒀다. 대표적인 것이 팹리스 산업 육성이다. 도는 가칭 '경기미래투자공사' 설립을 추진하고 팹리스 기업 200개 육성을 목표로 성장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여기에 용인 이동지구와 오산 세교3지구 등에 기숙사와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교육과 의료시설을 확충해 반도체 인재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하기로 했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한 정책이다.
이번 혁신 대책은 민선 9기 경기도 산업정책의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계획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대규모 전력과 용수 공급, 교통 인프라 구축, 환경 문제, 주민 수용성 확보 등은 장기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사안이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긴밀한 협력 없이는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정책은 경기도가 반도체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도정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경기도가 추진하는 'K-반도체 초격차 전략'이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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