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아동센터, 아이와 부모·세대를 잇는 생활문화 공간
-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에서 “아이 키우는 문화도시”로

[이코노미세계] “모든 아이 안에는 위대한 가능성이 숨어 있다.”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이 SNS에 남긴 이 문장은 단순한 정책 비전이 아니라 도시 문화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전국에서 가장 젊고 아이가 많이 태어나는 도시 화성. 이제 이곳의 화두는 ‘돌봄’을 하나의 문화적 가치로 승화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화성은 수도권 신도시 중에서도 젊은 세대가 몰리며 ‘아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으로 불린다. 출산율이 전국 평균을 상회한다는 사실은 기쁨이지만, 동시에 아동 돌봄과 교육의 수요가 폭증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명근 시장은 최근 지역아동센터장들과 만나 “아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발언은 돌봄을 행정적 복지 차원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가꾸는 문화적 생태계로 확장하려는 의지를 담는다.
지역아동센터는 단순한 보육 시설이 아니다.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마친 뒤 머물며 책을 읽고, 밥을 먹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작은 공동체’다. 한 센터장은 “센터는 아이들의 두 번째 집이자 마을의 품”이라며 “아이들이 서로를 배려하는 경험을 쌓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화는 자연스럽게 부모와 이웃을 연결한다. 맞벌이 부부는 안심할 수 있고, 지역 어르신들은 봉사로 참여하며 세대 간 교류가 형성된다. 돌봄은 개인적 부담을 넘어 도시의 연대 문화를 강화하는 매개체로 작동하는 셈이다.
화성 동탄에 거주하는 박은정(36) 씨는 “아이를 맡기면서 다른 학부모들과 자주 교류하게 됐다”며 “센터가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곳이 아니라 부모들에게도 소통의 장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송산동 주민 김성호(42) 씨는 “지역마다 시설 편차가 크다”며 “돌봄 문화가 특정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균등하게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시민들은 돌봄을 제도의 문제가 아닌 삶의 질과 도시 문화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다.
문화사회학자 이 모 교수(서울대)는 “돌봄은 단순히 보육 차원의 행정 서비스가 아니라, 한 도시의 공동체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라며 “화성이 젊은 도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동 중심의 문화 공간과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도시의 문화는 세대 간 신뢰와 교류에서 나온다”며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경험은 곧 공동체를 강화하고, 도시의 문화적 자산으로 축적된다”고 진단했다.
화성시가 직면한 과제는 돌봄을 단순한 행정 지원에 머물게 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생활문화로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별 균형 있는 아동 돌봄 공간 확충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 결합 △부모·시민 참여형 돌봄 네트워크 구축 등이 필요하다.
정명근 시장은 “아이들의 잠재력이 웃음과 희망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 약속이 제도로만 머무르지 않고 문화적 실천으로 체감될 때, 화성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에서 나아가 ‘아이 키우는 문화가 살아 있는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아울러 도시의 품격은 건물 높이나 교통망의 크기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놀고, 부모와 이웃이 함께 돌보는 경험이 문화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진정한 도시의 미래가 열린다.
이로 인해 화성의 도전은 단순한 복지를 넘어, ‘돌봄 문화’를 도시 정체성으로 정착시키는 과정이다. 그 성패는 시민 모두가 만들어가는 문화적 울타리 속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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