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광복 80주년이자 한글날 공식 지정 80주년을 맞은 올해, 의왕시가 ‘한글의 도시’로서 또 하나의 따뜻한 기록을 남겼다. 10월 12일 갈미한글공원에서 열린 '제12회 의왕한글한마당'은 무려 3천여 명의 시민이 참여하며 세대와 계층을 넘어선 ‘언어 공동체의 축제’로 빛났다.
행사는 갈미한글축제위원회, 작은도서관협의회, 새마을문고, 10개 마을공동체, 17개 작은도서관, 그리고 안양대학교 국어문화원 등 민·관·학이 손잡고 꾸린 협력형 시민축제로 진행됐다. 김성제 의왕시장은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한글을 주제로 웃고 배우며 서로의 마음을 나눈 시간이었다”며 “이것이야말로 한글의 정신을 오늘에 잇는 시민의 힘”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이날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그 안의 이야기는 눈부셨다. 행사장에서는 어르신들의 훈민정음 낭독, 늦깎이 학습자의 시 낭송, 아이들의 합창과 강강술래 공연이 차례로 이어졌다. 한글을 매개로 한 세대 간 공감의 울림은 갈미한글공원 곳곳에 스며들었다.
의왕시의 한글 축제는 단순한 기념행사에 머물지 않는다. 2012년 시작된 이래 매년 시민 주도의 콘텐츠로 진화해 왔으며, 올해는 ‘협치형 문화 거버넌스’의 대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김성제 시장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글은 우리 민족의 정신이며, 마음을 나누는 가장 아름다운 도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상들은 한글을 통해 나라를 지키고 어려운 시대에도 서로의 마음을 이어왔다”며, “의왕한글한마당이 그 정신을 오늘에 계승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올해 축제의 주제공연에는 K-POP 그룹 ‘데몬 헌터스’가 참여해 ‘수호’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 시장은 이를 인용하며 “우리 의왕시도 시민이 서로를 지키고 함께 성장하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단순한 축제 소감이 아니라, 의왕시가 지향하는 공동체적 도시비전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의왕시는 최근 도시정책 전반에 ‘참여·연대·포용’을 기조로 한 ‘시민 주권형 행정’을 강화하고 있으며, 한글 축제는 그 상징적 출발점이 되고 있다.
현재 의왕시는 지난해부터 ‘한글도시’ 브랜드화를 추진 중이다. 갈미한글공원을 중심으로 한글 조형물, 시민 참여형 서체 공모전, 지역 상징물에 한글 디자인을 결합한 도시 아이덴티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미관 개선을 넘어, 도시문화의 내적 가치 재정립으로 평가된다. 도시정책 전문가 박현수(한양대 도시문화연구소)는 “의왕시는 소규모 도시임에도 문화적 정체성을 한글에 두고 시민의 주체성을 강화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며 “이는 향후 지역 기반 문화정책의 새로운 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시는 축제 종료 후에도 작은도서관 네트워크를 통해 ‘365 한글 배움터’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며, 문해교육과 문화복지를 연계하는 ‘포용적 학습 공동체’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글처럼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 의왕의 미래를 써 내려갑시다.” 김성제 시장의 이 발언은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라, 의왕시가 지향하는 도시철학의 압축된 선언이었다.
‘한글한마당’은 한글을 통해 시민이 서로를 이해하고, 세대를 이어가며, 공동체적 연대를 다지는 문화적 장치였다. 도시의 정체성을 언어와 학습, 시민 참여로 풀어낸 의왕시의 실험은 ‘소통과 포용의 도시’를 향한 새로운 비전을 보여준다.
광복 80주년, 한글날 80주년을 맞은 올해 의왕시는 “한글의 도시, 연대의 도시”라는 이름으로 자신만의 미래 서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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