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또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서비스에서 배제됐을 때는 정말 서운했다. 이제는 우리 같은 사람들도 시가 돌봐준다는 희망이 생겼다. 고양시 덕양구에 거주하는 70대 장애 노인의 말이다.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며 복지의 경계선에서 소외된 고령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드디어 제도 속으로 들어왔다. 고양특례시의회가 최근 통과시킨 '고양시 고령 장애인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이들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첫걸음이다.
고령 장애인은 두 가지의 벽 앞에 놓인다. ‘노인복지 서비스’에서는 장애 때문에, ‘장애인복지 제도’에서는 나이 때문에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활동지원 서비스에서 연령 상한에 걸려 탈락하거나, 요양시설 입소를 거부당한 사례는 결코 낯설지 않다.
“나이가 많으니 장애인 서비스는 못 받고, 또 장애가 있으니 노인 복지 프로그램에도 못 들어간다고 하더군요.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죠.” 한 지역 주민의 하소연은 제도가 놓친 현실을 보여준다. 이처럼 고령 장애인이 겪는 고립은 단순한 제도 미비가 아닌, 공동체의 돌봄이 끊긴 ‘사각지대’였다.
문화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미수 의원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조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공동체가 ‘이중의 취약성’을 가진 시민을 제도 속에서 보듬도록 하는 것이다.
김 의원은 “고령화와 장애라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삶을 공동체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이제는 지역이 나서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례가 고양시 복지정책의 방향성을 ‘시민 체감형’으로 전환시키는 계기라고 평가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고령 장애인은 지역사회 안에서 돌봄 연계가 가장 절실한 집단”이라며 “이번 개정은 제도를 공동체적 관점으로 확장한 사례”라고 말했다.
또한 사회복지학 교수들은 “중앙정부 정책이 도달하기 전에, 지역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시민의 삶을 지켜내는 길”이라며 “앞으로는 마을 단위 돌봄, 시민참여형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조례 개정은 분명 고무적이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려면 후속 조치가 필수적이다. 내용에는 △예산 확충, △현장 밀착형 서비스, △시민 접근성 강화 등이다.
복지 현장에서는 “정책이 종이 위에만 머물면 안 된다. 실제 생활 속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어야 시민의 신뢰가 쌓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양시의 이번 조례 개정은 ‘공동체가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는 선언과 같다. 초고령사회에서 고령 장애인이 겪는 고립을 제도적으로 보듬은 것은 지역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김미수 의원의 말처럼, “시민 모두가 차별 없이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복지는 행정만의 과제가 아니다. 마을·이웃·지역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적 가치일 때, 이번 조례 개정은 진정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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