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조셉 힐버트(Joseph E. Hilbert) 미8군 사령관을 경기도 도담소로 초청해 첫 공식 만남을 가졌다. 김 지사는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첫 만남이었지만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신뢰와 우정을 나눴다”며 만남의 소회를 전했다. 형식적 의전이 아닌 인간적 교감이 중심이 된 이번 만남은 경기도와 주한미군 간 관계의 또 다른 전환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김 지사는 도지사 취임 이후 세 명의 미8군 사령관을 만났다. 역대 최장수 미8군 사령관으로 알려진 윌러드 벌러드 장군과는 수원에서 야구 경기를 함께 관람하며 친분을 쌓았고, 그의 초청으로 평택 캠프 험프리스도 방문했다. 이후 후임이었던 크리스토퍼 라니브 장군과도 여러 차례 만남을 가지며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라니브 장군은 곧 미 육군참모차장 취임을 앞두고 있는 인물로, 김 지사와의 교류는 한미 간 지방정부 차원의 외교 협력 사례로 주목받아 왔다.
이 같은 연속성 위에서 성사된 이번 힐버트 사령관과의 만남은 단순한 의례를 넘어, 신뢰의 바통을 잇는 상징적 장면으로 해석된다. 힐버트 사령관은 전임자들로부터 경기도와 김 지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들었다며, “미8군 장병들이 경기도를 제2의 고향처럼 느끼게 해줘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이번 만남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대화의 방식이었다. 김 지사와 힐버트 사령관은 모두 스포츠를 좋아하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특히 힐버트 사령관은 한국 야구 문화에 큰 관심을 보였고, 김 지사는 “기회가 되면 시구도 한 번 해보시면 좋겠다”며 웃음 섞인 제안을 건넸다. 엄숙한 외교 언어 대신 일상과 문화로 공감대를 넓힌 셈이다.
이는 최근 지방정부 외교에서 강조되는 ‘생활 외교’의 전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군사·안보라는 무거운 주제를 넘어, 지역사회와 주둔 미군이 문화와 여가를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될 때 상호 신뢰 역시 깊어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만남의 마지막에는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힐버트 사령관이 준비해 온 와인 디캔터를 건네는 과정에서 병이 바닥에 떨어졌지만, 놀랍게도 깨지지 않았다. 김 지사가 “마치 철통같은 한미동맹 같다”고 농담을 던지자, 자리에 있던 이들 모두가 크게 웃었다는 후문이다. 김 지사는 “장군님과의 우정도 이렇게 단단하게 쌓여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장면은 공식 문서나 공동성명에는 남지 않지만, 관계의 온도를 보여주는 상징적 순간으로 읽힌다. 한미동맹이 군사적 협력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람과 사람의 신뢰 위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미군 주둔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를 비롯해 미군 기지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문화·안보 전반에 걸쳐 있다. 김 지사가 역대 미8군 사령관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해 온 배경에는, 이러한 구조적 현실 속에서 갈등보다는 상생의 해법을 찾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도담소 초청 역시 단순한 환영 행사가 아니라, 경기도가 미군을 ‘외부의 존재’가 아닌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힐버트 사령관이 언급한 “제2의 고향”이라는 표현은 그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동연 지사의 이번 만남은 화려한 이벤트나 선언보다, 꾸준한 관계 관리와 신뢰 축적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킨다. 외교가 중앙정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지방정부 수장 역시 지역의 특성과 현안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외교 주체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깨지지 않은 디캔터처럼, 눈에 띄지는 않지만 쉽게 흔들리지 않는 신뢰. 김 지사와 미8군 사령관의 도담소 만남은 한미동맹의 또 다른 얼굴, ‘사람으로 이어진 동맹’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장면으로 남을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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