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가 두 번째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을 내놓으며 다시 한 번 교통 문제를 도정의 핵심 의제로 끌어올렸다. 8개 도시, 12개 노선, 총연장 104㎞에 이르는 대규모 도시철도망이다. 출퇴근 시간 단축을 넘어 생활권 재편과 도시 구조 변화까지 염두에 둔 중장기 전략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9일 개인 SNS를 통해 “경기도의 두 번째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이라며 “출퇴근 하루 1시간의 여유가 도민의 삶과 경기도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교통 인프라 확충이 아니라, 도민 일상의 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정책적 메시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이번 도시철도망 계획의 특징은 속도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은 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여야 국회의원들과 함께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통상 도시철도 계획이 행정 절차와 예산 협의 과정에서 수년간 지체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경기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광역교통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도권 인구 집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도로 중심 교통체계로는 출퇴근 지옥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광역자치단체다. 산업단지와 신도시가 빠르게 늘어났지만, 이를 뒷받침할 도시철도와 간선 교통망은 지역별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번 계획은 이러한 불균형을 완화하고, 철도 중심의 교통 구조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경기도는 이미 1차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을 통해 여러 노선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번 2차 계획은 기존 노선의 단순 보완이 아니라, 생활권과 통행 패턴을 다시 짜는 ‘재설계’에 가깝다.
8개 도시, 12개 노선이라는 수치는 상징적이다. 특정 대도시에 집중하기보다, 중견 도시와 성장 지역을 함께 묶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선 연장 104㎞는 단일 광역철도 사업과 맞먹는 규모로, 경기도 도시철도 정책의 무게 중심이 확실히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김 지사가 강조한 ‘출퇴근 하루 1시간의 여유’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하루 1시간은 개인에게는 휴식과 가족, 자기계발의 시간이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생산성과 삶의 질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지표다.
한 교통정책 전문가는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면 시민들의 이동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이는 소비와 여가 활동 증가로 이어진다”며 “도시철도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대표적인 공공 투자”라고 평가했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도시철도 사업의 가장 큰 난관은 막대한 재원과 장기간의 사업 기간이다. 노선 하나를 완공하는 데 수조 원의 예산과 10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경기도는 국비 지원과 지방비, 민자 사업 등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재원 조달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정 여건과 정치 일정에 따라 속도가 좌우될 가능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김 지사는 “계획대로, 빠르게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착공과 개통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지자체, 지역 정치권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은 단순한 교통 정책을 넘어, 경기도가 어떤 공간 구조와 생활 방식을 지향하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라는 평가가 많다. 자동차 중심의 확장형 도시에서, 철도와 대중교통 중심의 압축형 도시로 전환할 수 있을지 여부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교통은 민생이고, 민생은 곧 정치다. 경기도가 내세운 ‘두 번째 도시철도망’이 도민의 체감 속도를 얼마나 따라갈 수 있을지, 그리고 말 그대로 ‘출퇴근 1시간의 여유’를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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