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이탈리아 밀라노의 새벽 공기를 가른 질주가 지구 반대편 화성특례시의 아침을 흔들었다. 불과 몇 초, 아니 몇 백분의 일 초가 갈라놓은 승부의 세계에서 화성특례시 소속 선수들이 만들어낸 금빛·은빛 순간은 도시 전체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은 21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화성특례시 소속 신동민 선수가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앞서 19일에는 노도희 선수가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기쁜 소식을 알린 바 있다. 며칠 간격으로 이어진 ‘두 개의 메달’은 단순한 성적 이상의 의미를 던지며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노도희의 금메달은 그 자체로 드라마였다. 결승선 통과까지 남은 마지막 바퀴, 승부를 가른 것은 불과 0.093초. 은메달을 차지한 이탈리아와의 간극은 눈으로 분간하기 어려운 찰나의 차이였다.
정 시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올림픽 계주 종목에서의 금메달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8년 만의 쾌거”라며 의미를 짚었다. 한국 쇼트트랙의 저력을 다시 세계에 각인시킨 순간이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결과를 알고 다시 경기를 보았음에도 가슴이 벅차올랐다는 표현은, 스포츠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파고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계주 종목 특유의 긴장감은 경기 내내 이어졌다.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레이스, 선수들은 서로의 호흡에 모든 것을 걸었다. 마지막 순간의 역전은 단순한 기술이나 체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집중력, 판단력, 그리고 무엇보다 팀 전체를 관통하는 신뢰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금메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또 하나의 소식이 전해졌다. 신동민의 은메달이었다.
정 시장은 “앞서 노도희 선수에 이어 다시 한번 들려온 기쁜 소식에 주말을 더욱 행복하게 시작한다”고 밝혔다. 은메달을 ‘값진 메달’로 표현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금빛 영광에 가려지기 쉬운 은빛 성취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는 메시지다.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다는 것은 단순히 순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의 경쟁, 국가 대표로서의 부담, 낯선 환경에서의 압박을 모두 견뎌낸 결과다. 은메달은 ‘아쉬운 2등’이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입증된 실력의 증표다.
두 선수의 메달은 화성특례시라는 도시의 이름과 함께 호명됐다.
정 시장은 연이어 “화성특례시의 자랑”, “107만 화성특례시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지방정부와 엘리트 스포츠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선수 개인의 성취가 도시 공동체의 자부심으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스포츠는 종종 도시 정체성의 중요한 축으로 작동한다. 특정 도시 출신 혹은 소속 선수의 활약은 시민들에게 강한 결속감을 제공한다. 지역 사회가 선수의 성장 과정을 공유하고, 성과를 함께 기뻐하는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특히 화성특례시는 급속한 인구 증가와 도시 확장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신흥 대도시다. 행정적 규모의 성장과 더불어 시민 정체성의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국제무대 메달은 도시 브랜드와 상징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화려한 시상식과 환호 뒤에는 보이지 않는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
엘리트 선수의 일상은 반복과 인내의 연속이다. 새벽 훈련, 체력 관리, 부상과의 싸움, 그리고 끝없는 자기 통제. 메달은 단 몇 분의 경기에서 결정되지만, 그 준비 과정은 수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계주 종목은 더욱 그렇다. 개인 종목과 달리 팀 전체의 컨디션과 전략이 맞물려야 한다. 단 한 명의 흔들림도 전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노도희의 금메달 역시 개인 능력과 팀워크가 결합된 산물이다.
신동민의 은메달 또한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에서 정상에 근접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높은 완성도를 의미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직장운동경기부는 단순한 체육 조직이 아니다. 이는 지역 스포츠 생태계의 기반이자, 장기적 도시 투자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선수 육성은 지역 청소년들에게 현실적인 롤모델을 제공하고, 체육 인프라 확충으로 이어진다. 국제대회 성과는 도시 이미지 제고, 지역 홍보, 시민 자긍심 강화라는 파급 효과를 낳는다.
화성특례시 소속 선수들의 연이은 메달은 이러한 구조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기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지원과 시스템 구축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는 이유다.
이어 스포츠는 결과의 세계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오래 남는 것은 기록 그 자체가 아니라 감정의 기억이다. 마지막 바퀴의 역전, 결승선 앞의 치열한 몸싸움, 시상대 위의 눈물. 노도희의 금빛 질주와 신동민의 은빛 성취는 숫자 이상의 장면을 남겼다.
정 시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전한 메시지는 단순한 축하 인사를 넘어선다. “도전과 열정이 시민들에게 큰 힘이 되었기를 바란다”는 표현은 스포츠가 사회에 던지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와 맞닿아 있다.
불확실성과 경쟁이 일상이 된 시대, 선수들의 레이스는 시민들에게 묵묵한 메시지를 전한다. 끝까지 버티는 힘, 포기하지 않는 집중,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흔들리지 않는 태도. 밀라노의 새벽에서 시작된 금빛·은빛 이야기는 그렇게 한 도시의 아침을 밝히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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