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세계 경기 둔화와 산업 재편의 파고 속에서 지방정부의 기업 지원 전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평택시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추진하는 ‘히든챔피언 육성지원사업’은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단순한 보조금 지원을 넘어, 기술 혁신을 중심으로 지역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성장 사다리를 복원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다.
평택시와 경과원은 20일,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평택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2026년도 히든챔피언 육성지원사업’ 참가기업을 다음 달 13일까지 모집한다고 밝혔다. 사업의 핵심은 명확하다.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을 육성하고, 이를 지역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히든챔피언 정책은 이미 여러 지방정부가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평택의 접근은 다소 결이 다르다. 지역 전략 산업과의 연계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평택은 반도체 산업벨트, 미래자동차, 수소에너지 등 첨단 산업 중심지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이러한 산업 지형 변화 속에서 중소기업이 주변부로 밀려나지 않도록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올해 사업 규모는 2개 기업 선정이다. 숫자만 보면 작아 보이지만, 지원 방식은 상당히 집중적이다. 연구 기자재 구입, 연구 인력 인건비, 시제품 제작, 지식재산권 출원 및 등록, 시험 분석, 제품 규격 인증 등 기술 혁신 연구개발(R&D) 비용의 60%를 기업당 최대 5,300만 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이 같은 구조는 정책 효율성을 고려한 ‘선별 지원’ 전략으로 읽힌다. 과거 지방정부의 기업 지원 정책이 종종 ‘나눠주기식’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과 대비된다. 제한된 예산을 분산하는 대신, 성장 가능성이 검증된 기업에 집중 투자해 성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지원 대상 기준 역시 엄격하다. 공고일 기준 평택시에 소재한 공장등록업체 중 매출액 50억 원 이상 중소기업이 대상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을 확보한 기업을 중심으로 기술 도약을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생존 단계의 기업 지원과 성장 단계의 기업 육성을 정책적으로 구분한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우대 가점 기준이다. 반도체, 미래자동차, 수소에너지 등 평택시 전략 산업 분야 기업과 에너지 효율 개선 과제를 수행하는 기업에는 평가 시 가점이 부여된다.
이 기준은 단순한 행정 편의가 아니다. 지방정부가 산업 정책의 방향성을 분명히 제시한 것이다. 즉, 기술 지원 정책을 통해 지역 산업 구조를 유도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사전에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대기업 중심 생태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중소 협력업체의 기술 격차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미래자동차와 수소에너지 역시 아직 산업 표준과 시장 구조가 완전히 고착되지 않은 영역이다. 이 시점에서 중소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지역 산업 전체의 체질 개선과 직결된다.
에너지 효율 개선 과제 우대 또한 의미심장하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효율 기술은 비용 절감과 수출 경쟁력 확보라는 이중 효과를 가진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만으로 버티는 시대는 이미 저물고 있다. 기술 차별화와 지식재산권 확보, 인증 경쟁력이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구조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지방정부가 기술 중심 지원 정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배경이다.
이번 사업은 기술 혁신을 매개로 기업 성장, 산업 경쟁력, 일자리 창출을 연결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이는 지방 재정 정책이 단기 경기 부양이 아니라, 중장기 산업 전략과 결합되는 전형적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무엇보다 정책 성과의 가시성이다. 제한된 기업을 선별 지원하는 방식은 성공 사례가 나올 경우 파급력이 크지만, 반대로 실패 시 정책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는 기업의 실제 기술 성과다. R&D 지원금이 매출 확대나 수출 증대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선정 과정의 정밀성과 사후 관리 체계가 성패를 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업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지방정부의 기업 정책이 ‘보호’에서 ‘경쟁력 강화’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원의 목적이 생존 유지가 아니라 성장 촉진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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