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가 아파트 주민과 공인중개사 일부가 가담한 조직적 집값 담합 행위를 적발하며 부동산 시장 질서 바로잡기에 나섰다. 온라인 오픈채팅방을 중심으로 특정 가격 이하 매물을 배척하고,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집단 민원과 허위 신고를 반복하는 방식의 시장 교란 수법이 실제 확인됐다. 경기도는 전담 수사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신고포상제 및 자진신고 감면제(리니언시) 도입을 추진하는 등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했다.
이번 수사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지시에 따라 발족한 ‘부동산수사 T/F팀’의 집중 수사 결과다. 경기도가 밝힌 담합 적발 사례와 수법, 그리고 향후 정책 대응 방향은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 내용은 경기도가 공개한 수사 결과 자료에 담겼다.
수사팀이 가장 주목한 지점은 온라인 공간이었다. 하남시 A단지 사례는 집값 담합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해당 단지 주민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비실명으로 참여했고, 특정 가격 이하 매물을 사실상 봉쇄하는 ‘가이드라인’을 공유했다. 채팅방 참여 인원은 179명. 수사팀은 대화 내역을 통해 가격 인상 목표와 실행 전략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정황을 확보했다.
“폭탄 민원으로 가격을 올렸다”, “특정 가격 이하 매물은 모두 조사 대상” 등의 표현은 단순한 의견 교환을 넘어선 집단 행동 계획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이들은 가격 기준을 어긴 매물이 등장하면 중개업소를 ‘허위매물 취급 업소’로 낙인찍고, 반복적인 민원과 신고를 통해 영업을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공인중개사들은 수사 과정에서 “정상 매물임에도 허위 신고가 이어졌고, 항의 전화가 밤낮없이 걸려왔다”고 진술했다. 행정기관 역시 피해를 호소했다. 담당 공무원은 “동일한 내용의 민원이 릴레이 형식으로 접수돼 행정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담합을 주도한 인물은 과거 매입 가격 대비 약 3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뒤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이를 “시장 교란을 통한 불법 이익 실현”으로 규정했다.
이어 성남시 B지역에서도 하남과 유사한 구조가 확인됐다. 주민들은 오픈채팅방에서 담합 가격을 설정하고, 이를 어긴 매물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를 ‘리스트화’했다.
수사팀에 따르면 이들은 리스트에 오른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허위매물 신고를 지속했고, 순번을 정해 직접 업소를 방문해 업무를 방해한 정황도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디지털 군중 압박’ 형태의 시장 교란으로 분석한다. 과거 오프라인 중심 담합과 달리 온라인 플랫폼이 집단 행동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도 “온라인 커뮤니티는 정보 공유 공간이지만, 특정 가격 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시장 왜곡 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용인시 사례는 또 다른 문제를 드러냈다. 공인중개사들의 사설 친목 모임을 통한 카르텔 형성 의혹이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은 담합 방지를 위해 중개사 간 친목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팀은 특정 모임에서 비회원과의 공동중개 거부 등 배타적 영업 행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이는 시장 참여자 간 경쟁 질서를 훼손하는 전형적 카르텔 행위로 해석된다. 부동산 시장 특성상 중개업소 네트워크가 가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수사 결과 보고 회의에서 전담 조직 강화를 공식화했다. 기존 T/F를 ‘부동산시장 교란특별대책반’으로 확대 개편하고, 수사 인력을 보강하겠다는 방침이다.
경기도가 규정한 집중 단속 대상은 ▲집값 담합 ▲전세사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부정 거래 등 ‘3대 불법 행위’다. 도는 “시장 교란 세력을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단발성 수사를 넘어 상시 감시 체계 구축으로 읽힌다. 시장 교란 행위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구조적 문제를 고려한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는 은밀한 담합 구조를 깨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준비 중이다.
우선 ‘부동산 불법행위 신고포상제’를 통해 결정적 증거 제보자에게 최대 5억 원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내부 제보 활성화를 통한 적발 가능성 확대 전략이다.
또 하나의 축은 자진신고 감면제(리니언시)다. 실거래가 허위 신고(업·다운 계약 등)를 자진 신고할 경우 과태료를 감면 또는 면제하는 방식이다.
정책 전문가들은 이를 “담합 내부 결속을 약화시키는 효과적 수단”으로 평가한다. 실제 공정거래 분야에서도 유사 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또, 전문가들도 집값 담합 현상의 배경으로 시장 불신 구조를 지목한다.
부동산 가격 변동성이 크고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일부 참여자가 가격 방어 심리를 집단 행동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경제학 교수는 “가격 하락 우려가 커질수록 담합 유인이 커진다”며 “온라인 플랫폼이 이를 가속화한다”고 분석했다.
경기도의 이번 조치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가격 방어’라는 명분이 있더라도 조직적 시장 교란은 명백한 범죄라는 점이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담합 수법이 현실에서 적발되며 디지털 공간 역시 법적 책임 영역임이 재확인됐다.
부동산 시장은 심리와 신뢰가 작동하는 대표적 영역이다. 특정 집단의 인위적 가격 개입이 반복될 경우 시장 전체의 신뢰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경기도 관계자는 “정상 거래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선 강력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는 단순한 불법 적발을 넘어 부동산 시장 구조의 취약성과 디지털 시대 담합 양상을 동시에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특별대책반 운영과 제도 도입이 시장 질서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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