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안양시 국제유통단지 사거리 일대에 설치된 현수막을 둘러싼 논란이 행정대집행으로 귀결됐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진 철거 기간이 경과했음에도 이행되지 않아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해당 현수막은 명확한 근거 없이 허위 내용을 게시한 것으로 판단돼 사전 계고가 이뤄졌으나, 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강제 집행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불법 광고물 정비를 넘어, 표현의 자유와 공공질서의 경계라는 오래된 논쟁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특히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을 지방정부가 직접 철거한 사례라는 점에서, 행정권 남용 논란과 공공 공간 관리 책임이 맞물리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안양시는 해당 현수막이 ‘명백한 근거 없이 허위 내용을 게시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시는 행정안전부의 법령 해석에 따라 게시 정당에 자진정비를 계고 통지했으며, 이는 옥외광고물 관리법 등 관계 법령에 근거한 절차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해진 기간 내 자진 철거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행정대집행이라는 최종 수단을 선택했다.
행정대집행은 행정청이 의무 이행을 하지 않는 당사자를 대신해 직접 조치를 취하는 강력한 권한이다. 그만큼 법적 요건과 절차의 엄격성이 요구된다. 안양시는 사전 계고, 이행 기간 부여, 법령 해석 검토 등 단계적 절차를 거쳤다는 점을 강조하며 ‘적법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다. 최대호 시장 역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라고 전제하면서도, “허위 사실과 혐오, 비방을 확산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법조계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 권리가 아니라는 점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공공의 안전, 타인의 명예, 사회 질서를 침해하는 경우에는 일정한 제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정치적 표현의 경우, 그 제한 기준은 더욱 엄격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자칫 행정권이 비판적 표현을 위축시키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초지방정부는 도로, 광장, 교차로 등 시민의 일상 공간을 관리할 책임이 있다. 불법 광고물은 교통 안전을 위협하거나 도시 미관을 해칠 수 있고, 허위 정보가 담긴 경우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도 있다. 안양시는 이번 조치를 “공공 공간의 질서와 시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행정대집행이라는 강경 조치가 최선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보다 충분한 소명 기회나 공론화 과정이 있었는지, 행정 판단의 기준이 명확했는지 등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례는 안양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정치·사회적 현수막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안양시의 행정대집행은 다른 지방정부에도 하나의 ‘참고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불법 현수막 정비를 두고 지자체가 소극적이라는 비판과, 과도한 개입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돼 왔다.
최대호 시장은 “앞으로도 공공 공간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강조한 발언이다. 그러나 법과 원칙만으로 시민의 신뢰가 자동으로 확보되지는 않는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허위 정보와 혐오 표현을 차단하는 정교한 기준, 정치적 오해를 최소화하는 소통 방식, 그리고 사후 검증과 설명 책임까지 이번 행정대집행은 지방정부 행정의 ‘균형 감각’을 시험하는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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