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팹 4기도 2033년까지 완공 목표
이상일 시장, 전력·용수·철도·도로망 구축에 정부 지원 촉구
[이코노미세계]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경기 용인특례시의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구축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정부가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의 생산시설(팹·Fab) 완공 시기를 대폭 앞당기기로 하면서다. 그러나 공장 건설 일정만 단축한다고 반도체 생산 시계까지 저절로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대 수준의 반도체 생산기지를 실제 가동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고, 원자재와 제품, 근로자가 이동할 철도·도로망도 제때 구축해야 한다. ‘산업단지 조성’에서 ‘인프라와의 시간 싸움’으로 용인 반도체 프로젝트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국정설명회에서 중앙정부에 전력·용수와 교통망 구축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 시장은 이날 정부에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기 가동을 위한 정책 ▲용인 반도체산업 적기 구축을 위한 국가철도망 및 국도·국지도 등의 조속한 추진 등 2건을 건의했다.
핵심은 분명하다. 정부가 반도체 팹 완공 시기를 앞당긴 만큼 전력·용수·교통 등 기반시설 구축 일정 역시 그 속도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월 29일 국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통해 수도권 반도체 생산 거점을 조기에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에 들어설 팹 6기의 완공 시기는 당초 2047년에서 2040년으로 7년 앞당기고,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단의 팹 4기 완공 시기는 2045년에서 2033년으로 무려 12년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생산시설의 완공 목표가 크게 앞당겨지면서 기반시설 구축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력과 용수 공급시설이 팹보다 늦게 완성되면 막대한 투자를 통해 생산시설을 건설해 놓고도 정상적인 가동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이 정부에 ‘속도전’을 주문한 것도 이런 이유다. 반도체 산단 조기 가동을 위한 정책 건의를 통해 전력·용수 조기 공급과 연계 교통망 구축 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업시행자, 기업이 참여하는 민·관·공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반도체 산단의 경쟁력이 공장 자체의 건설 속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력·용수·교통 등 복합적인 기반시설의 완성 시점에 달렸다는 판단이다.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가 요구하는 전력과 용수 규모는 막대하다.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에 들어설 6기의 팹에는 약 10GW(기가와트)의 전력과 하루 76만4000t의 용수가 필요하다.
현재 계획은 국가산단 안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건설해 팹 1·2기에 필요한 3GW의 전력을 공급하고, 2029년 첫 번째 팹에서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 시장은 모든 팹의 가동 시기에 맞춰 전력과 용수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정부가 공급 시기를 앞당길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가 들어서는 일반산단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4기의 팹에 약 5.53GW의 전력과 하루 30만8000t의 용수가 필요한 것으로 제시됐다. 정부는 1단계로 올해 7월 준공된 신안성변전소에서 동용인변전소로 이어지는 송전선로를 통해 초기 전력을 공급하고, 2단계로 2031년과 2032년에 산단 인근 선로와 동해안 공급선로를 구축하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첫 번째 팹은 내년 초 준공돼 반도체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력 공급계획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문제는 대규모 송전망과 용수관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각종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 시장은 송전선로나 용수관로 매설 등에 반대하는 단체와의 갈등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공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업시행자와 기업이 개별적으로 문제에 대응하기보다 공동 협의구조를 만들어 사업 지연 요인을 선제적으로 해소하자는 취지다.
결국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기 가동의 첫 번째 관문은 ‘전력과 용수를 언제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린 셈이다.
두 번째 과제는 교통이다. 대규모 반도체 생산기지가 가동되면 원자재와 완제품 물류는 물론 산단 종사자의 이동량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을 기존 도심과 주거지역, 수도권 주요 거점으로 연결할 광역교통망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이 가운데 국가산단을 관통하는 국도 45호선 확장사업은 이달 12일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입찰공고를 하면서 본격적인 조성 단계에 들어갔다.
사업 구간은 처인구 남동 대촌교차로에서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을 거쳐 안성시 양성면 장서교차로까지 12.53㎞다. 기존 4차로를 최대 6~8차로로 확장하며 총공사비 8911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그러나 국도 45호선 하나만으로 반도체 산단의 교통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렵다. 이 시장은 국가산단과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국지도 82호선 화성 장지~용인 남사 5.1㎞ 구간의 신설·확장과 지방도 321호선 봉명~아곡 5.3㎞ 구간 확장사업도 첫 팹 가동 시기에 맞춰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당초 2030~2031년으로 예정된 완공 시기를 2029년으로 앞당겨 달라는 것이다. 이는 반도체 생산시설과 도로의 완공 시점을 사실상 하나의 일정표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요구로 볼 수 있다. 팹은 가동됐는데 진입도로가 완성되지 않는 ‘인프라 시차’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용인시가 그리고 있는 교통망은 산단 주변 도로에만 머물지 않는다. 두 앵커기업의 반도체 산단을 중심으로 용인의 주요 거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5개 철도사업과 7개 도로사업에 대해서도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철도 분야에서는 ▲경기남부광역철도 ▲경강선 연장 ▲분당선 연장 ▲경기남부동서횡단선 ▲SRT 복복선화 및 구성역 신설 등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 달라고 건의했다.
특히 경강선 경기광주역~국가산단~남사 연장의 대안으로 용인을 포함한 7개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추진하고 있는 중부권광역급행철도(JTX) 사업에 대해서도 민자 적격성 조사 등 행정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부권광역급행철도는 지난해 9월부터 한국개발연구원에서 민자 적격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계획대로 노선이 실현될 경우 용인에서 잠실운동장과 청주 오송역까지 30분 이내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송역에서 KTX와 SRT를 이용하거나 청주공항으로 접근할 수 있는 교통 기반도 마련될 전망이다.
경기남부광역철도 역시 용인·성남·수원·화성 등 4개 도시 420만 시민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는 동시에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성장과 수도권 남부 균형발전을 뒷받침할 인프라로 제시되고 있다.
반도체 산단을 하나의 고립된 산업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주거, 교통, 산업 거점을 연결하는 광역 경제권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도로망 확충 요구도 광범위하다. 용인시는 현재 지역 내 주요 도로의 교통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가산단과 일반산단, 용인이동공공주택지구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본격화하면 교통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이 시장은 국토교통부 ‘제6차 국도·국지도 5개년 건설계획’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포함된 국지도 57호선 원삼~마평 12.3㎞ 개량사업과 국대도 42호선 남동~양지 10.6㎞ 신설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요청했다.
이 가운데 국지도 57호선 원삼~마평 개량사업은 지난 26일 기획예산처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단 가동과 주변 교통난 해소를 위한 도로망 확충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용인시는 여기에 ▲화성~용인~안성을 잇는 반도체 고속도로 45.3㎞ ▲의왕~용인~광주 고속도로 32㎞ ▲용인~충주 고속도로 55㎞ ▲용인~성남 고속도로 15.4㎞ 신설사업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신속하게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제2용인~서울 고속도로 9.6㎞ 신설사업에 대해서도 민자 적격성 조사를 서둘러 달라고 건의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고속도로는 이상일 시장의 민선 8기 공약으로 용인시가 추진해 온 사업이다. 민자 적격성 조사를 통과해 현재 국토교통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용인시는 이 도로가 개설되면 반도체 산업 거점과 주요 물류거점을 연결해 생산·물류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고속도로가 단순한 지역 교통망이 아니라 국가 반도체 산업의 물류 인프라라는 논리다.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사업은 이제 산업단지 부지를 조성하고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차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국가산단 팹 완공을 7년, 일반산단 팹 완공을 12년 앞당기기로 하면서 전력과 용수, 철도와 도로 등 관련 기반시설도 기존 계획보다 빠르게 구축해야 하는 과제가 동시에 제기됐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안정적인 전력과 대규모 용수가 필수적이고 생산·물류망의 효율성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어느 한 분야의 기반시설이라도 구축이 늦어진다면 전체 프로젝트 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의 관건은 각각의 인프라 사업을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의 팹 가동 시기를 기준으로 전력·용수·도로·철도의 완공 일정을 얼마나 정교하게 맞추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용인시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업시행자, 기업이 참여하는 민·관·공 협의체 구성을 요청한 것도 이런 복합적인 사업 구조와 맞닿아 있다.
반도체 산단 조성은 지방자치단체 하나의 행정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국가적 프로젝트인 만큼 부처별·기관별로 흩어진 행정절차와 사업 일정을 통합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성공 여부는 세계적인 규모의 공장을 얼마나 많이 짓느냐만으로 판가름 나지 않는다. 그 공장을 제때 돌릴 전력과 물, 사람과 제품을 움직일 교통망을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실질적인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이상일 시장은 “삼성전자의 용인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에는 총 6기의 반도체 생산시설이 들어설 예정인데 산단 부지 조성은 물론 국가산단에 대한 전력·용수 공급, 주변 도로망 확충 등의 인프라를 갖추는 일에 중앙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행정절차를 마치고 부지 조성 단계에 와 있는 용인의 반도체 산단을 먼저 성공시켜야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며 정부가 산단의 적기 가동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가 팹 완공 목표를 최대 12년 앞당기면서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는 이제 ‘계획의 단계’를 넘어 ‘시간과의 경쟁’에 들어서고 있다.
전력과 용수, 철도와 도로가 팹 건설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 여러 부처와 지방정부·기업이 복잡하게 얽힌 사업 일정을 하나의 시간표로 맞출 수 있을지가 다음 관문이다.
용인에서 진행되는 이 거대한 인프라 구축의 속도와 완성도가 향후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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