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뒤 ‘디자인 게이트·전시펜스’ 사업에 다시 포함
공소자 의원 “누가 판단·결재했는지 책임관계 밝혀야”
민경선 시장 “사실관계 확인…특정감사 필요성도 검토”
[이코노미세계] 고양특례시의 대표 축제인 고양국제꽃박람회를 둘러싸고 ‘의회의 예산 심의·의결권이 실제 행정 집행 과정에서 제대로 존중됐느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고양특례시의회가 올해 꽃박람회 외곽펜스 설치비 1억3300만원을 전액 삭감했지만, 이후 다른 명칭의 사업에 펜스 설치·철거가 포함돼 추진된 사실이 시정질문을 통해 도마에 올랐다.
단순히 꽃박람회 행사장에 펜스를 설치했느냐의 문제를 넘어 지방의회가 예산 심사 과정에서 삭감한 사업을 집행기관이나 산하기관이 과업 조정과 통합 발주 등의 방식으로 사실상 다시 추진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문제다. 특히 시가 해당 과업에 대해 “법적·예산상 근거를 두고 추진한 것은 아니”라고 밝히면서 의사결정 과정과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소자 고양특례시의원은 24일 열린 제30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고양국제꽃박람회 외곽펜스 설치비의 집행 경위를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핵심은 시의회가 전액 삭감한 예산과 사실상 같은 목적의 사업이 다른 사업명과 과업으로 다시 집행됐는지 여부다.
논란의 출발점은 지난해 말 고양시의회의 2026년도 예산안 심사다. 시의회는 2025년 12월 16일 2026년도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재단 출연금 가운데 고양국제꽃박람회 외곽펜스 설치비 1억33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지방의회의 예산 심사는 집행기관이 제출한 사업의 필요성과 규모, 우선순위를 따져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핵심 절차다. 특히 특정 사업의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는 것은 해당 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지 말라는 의회의 의사가 예산 의결을 통해 구체화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예산안이 확정된 지 약 두 달 뒤 상황이 달라졌다. 재단은 올해 2월 27일 1억9450만원 규모의 ‘디자인 게이트 및 전시펜스 설치 사업’을 공고했다. 문제는 이 사업 과업에 꽃박람회 유료구역 경계 약 1000m의 펜스 설치와 철거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시의회가 예산 심사를 통해 외곽펜스 설치비를 전액 삭감했는데도 결과적으로 꽃박람회 현장에서는 다시 펜스 설치 사업이 추진된 셈이다.
쟁점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단순히 사업 명칭이 달라졌다는 사실만으로 의회의 예산 의결을 우회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행사 운영 과정에서 당초 예상하지 못한 필요가 생길 수도 있고, 기존 사업의 과업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서는 시가 제출한 답변 내용이 논란을 키웠다. 시는 답변서에서 펜스 설치를 과업에 포함한 것에 대해 “법적·예산상 근거를 두고 추진한 것은 아니”라면서 기존 사업비 범위에서 과업을 조정해 통합 발주했다고 밝혔다.
공 의원은 바로 이 대목을 문제 삼았다. 의회가 특정 사업의 예산을 명확하게 삭감했는데 기존 사업비의 과업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목적의 사업이 다시 추진됐다면 지방의회의 예산 심사와 의결이 행정 집행 단계에서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 추진 시점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 의원에 따르면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외곽펜스 설치비 삭감을 의결한 지난해 12월 12일 재단은 같은 날 전임 시장에게 예산 조정 방안을 대면 보고했다.
의회의 최종 예산 의결은 같은 달 16일 이뤄졌지만 예결특위 단계에서 삭감 결정이 나온 당일 재단이 전임 시장에게 예산 조정 방안을 보고했다는 것이다.
반면 의회에 관련 내용이 보고된 시점은 입찰공고 이후 11일이 지난 뒤였다고 공 의원은 지적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는 당시 보고 내용과 보고를 받은 이후 어떤 지시와 판단이 있었는지가 핵심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예산 삭감 직후부터 대체 집행 방안이 검토됐는지, 사업 명칭과 과업을 변경하거나 통합하는 과정에 누가 참여했는지, 최종 결재권자는 누구였는지 등을 확인해야 책임관계를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 의원도 “사업비 총액이 같더라도 의회가 삭감한 사업에 다시 예산이 투입됐다면 의회의 예산 심사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며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확인을 요구했다.
비용 문제도 제기됐다. 공 의원은 실제 펜스 설치·철거비가 5500만원이고, 여기에 지난 6월 복구계획에 반영된 복구비 4950만원을 더하면 관련 계획에 포함된 금액만 1억45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당초 의회가 삭감한 외곽펜스 설치비 1억3300만원과 단순 비교할 사안은 아니지만,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 펜스 설치·철거와 이후 복구 과정에 다시 투입됐다는 점에서 사업 방식 자체의 효율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매년 꽃박람회를 개최하기 위해 대규모 펜스를 설치한 뒤 행사가 끝나면 다시 철거하고 훼손된 공원을 복구하는 방식이 과연 경제적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이는 단순한 회계상의 논쟁을 넘어 향후 고양국제꽃박람회의 운영 모델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이번 시정질문에서는 예산 문제와 함께 꽃박람회 안전관리 문제도 제기됐다. 공 의원은 지난 5월 8일 발생한 홍보관 간판 구조물 사고를 언급하며 재단의 안전관리와 지휘·감독 책임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 재단 대표이사가 올해 3월 전임 시장에 의해 임명돼 취임 직후 꽃박람회를 지휘한 기관장이라는 점을 들며 사고 당시 어떤 보고를 받았고, 어떤 판단과 지시를 내렸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 의원은 펜스 예산 문제와 안전사고를 직접 연결하지는 않았다. “펜스 문제와 안전사고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의회의 예산 의결과 절차가 제대로 존중됐는지를 둘러싸고 의문이 제기된 상황이라면 시민 안전과 관련한 관리체계 역시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두 사안의 공통분모는 재단의 내부 의사결정과 관리·감독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데 있다.
공 의원은 지난 6월 실시된 재단 종합감사에서 이 문제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면 특정감사나 이에 준하는 보완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향후 감사가 이뤄진다면 예산 집행의 적정성뿐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과 보고 체계, 결재 과정, 기관장의 지휘·감독 범위 등이 핵심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에서 주목할 부분은 단순한 사업비 규모가 아니다. 지방자치에서 예산은 집행기관이 편성하지만 최종적으로 지방의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지방의회가 예산을 삭감했는데도 산하기관 등이 다른 사업의 과업을 조정하거나 명칭을 변경해 사실상 같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면 의회의 예산 심사 기능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행사 운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필요한 시설이었다면 왜 당초 의회 심사 과정에서 그 필요성을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했는지, 예산 삭감 이후 사업계획을 변경해야 했다면 의회와 어떤 협의·보고 절차를 거쳤는지가 규명돼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펜스를 설치했느냐’보다 ‘누가, 언제, 어떤 근거와 절차를 통해 삭감된 사업과 유사한 과업을 다시 추진하도록 결정했느냐’가 핵심이다.
공 의원 역시 “의회가 전액 삭감한 사업이 이름이나 재원을 바꿔 다시 추진될 수 있다면 예산 심사는 의미를 잃는다”며 “누가 판단하고 결재했는지, 기관장과 감독 책임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확인해 책임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경선 고양시장은 시정질문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 시장은 펜스 사업의 추진 경위를 확인하고 특정감사 필요성도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특히 법과 절차를 어긴 사실이 확인될 경우 지위와 관계없이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을 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고양시가 어떤 방식으로 사실관계를 조사할지 주목된다. 이번 논란을 명확하게 정리하려면 단순히 사업비가 어디에서 지출됐는지를 확인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 삭감 이후 재단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고, 전임 시장에게 어떤 내용이 보고됐으며, 통합 발주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누구의 승인과 결재가 있었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시의회 보고가 입찰공고 이후 이뤄진 이유와 당시 보고 내용, 재단과 시 담당 부서 간 협의 과정도 규명 대상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시의 감사 결과가 향후 산하기관의 예산 집행과 의회 보고 기준을 정비하는 계기로 이어질지 여부도 관심사다.
논란은 꽃박람회의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자는 제안으로도 이어졌다. 공 의원은 내년 꽃박람회부터 입장료와 대규모 경계펜스 없이 시민과 관광객이 자유롭게 행사장을 찾을 수 있도록 ‘개방형 꽃박람회’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매년 막대한 비용을 들여 펜스를 설치했다가 행사가 끝난 뒤 철거하고, 훼손된 공원을 다시 복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공 의원은 “매년 펜스를 설치·철거하고 훼손된 공원을 다시 복구하는 방식을 재검토해 주변 상권과도 연결되는 축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방형 운영은 단순히 펜스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을 넘어 꽃박람회와 지역 상권의 연결성을 높이는 새로운 축제 모델을 검토하자는 제안으로 볼 수 있다. 행사장을 폐쇄적인 유료 공간으로 구획하는 대신 시민과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이고 방문객의 동선을 주변 상권까지 확대하는 방식이다.
민 시장도 이 제안을 관련 부서와 재단이 검토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실제 개방형 행사로 전환하려면 입장료 수입 감소에 따른 재원 대책과 행사장 안전관리, 전시시설 보호, 관람객 동선, 민간 후원 확대 등 여러 문제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향후 검토 과정에서는 현재의 유료·폐쇄형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과 개방형 전환에 따른 경제·사회적 효과를 비교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양국제꽃박람회 펜스 논란은 이제 한 해 행사의 시설 설치 문제를 넘어섰다. 의회가 삭감한 예산의 취지가 실제 집행 과정에서 어떻게 반영됐는지, 지방의회의 예산 심의·의결권과 집행기관 및 산하기관의 사업 집행 재량 사이에 어떤 원칙을 세울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고양시가 예고한 사실관계 확인과 특정감사 검토를 통해 당시 의사결정 과정이 어디까지 밝혀질지가 첫 번째 관건이다. 그 결과에 따라 책임 소재뿐 아니라 향후 고양시와 산하기관의 예산 집행 및 의회 보고 절차에도 변화가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내년 꽃박람회를 기존의 ‘펜스로 둘러싼 유료 행사’에서 시민과 관광객, 주변 상권이 함께 참여하는 개방형 도시축제로 전환할 수 있을지도 새로운 과제로 제시됐다.
결국 이번 논란에 대한 해답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삭감된 예산이 어떤 의사결정을 거쳐 다른 과업으로 집행됐는지 명확히 밝히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꽃박람회의 예산·운영·안전관리 체계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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