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위해 추진되는 광역 고속도로 건설 계획이 분당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과 충돌하고 있다. 영동고속도로와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를 잇는 용인~성남 고속도로가 재건축을 앞둔 성남시 분당구 샛별마을 공동주택단지 지하를 관통하는 것으로 계획되면서다.
광역교통망 확충이라는 정책적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대규모 공동주택단지 하부에 대심도 터널을 건설하는 문제는 다른 차원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샛별마을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속도를 내고 있는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의 선도지구다. 고속도로 노선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재건축 사업성과 추진 일정, 단지 안전성, 주민 재산권 등에 복합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남시는 결국 샛별마을 하부를 통과하는 노선에 대해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진행될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고, 공동주택단지를 피해 갈 수 있는 대체 노선을 우선 검토해 달라고 국토교통부와 사업시행자에게 요구할 방침이다.
용인~성남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은 영동고속도로 마성나들목 부근과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성남나들목 부근을 연결하는 광역도로 건설 사업이다. 계획된 노선의 총길이는 15.4㎞이며 왕복 4차로 규모다.
도로가 개통되면 용인과 성남을 오가는 차량의 이동 경로가 다양해지고, 기존 간선도로에 집중된 교통량을 분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용인과 성남을 포함한 경기 남부 지역의 개발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장래 교통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사업 추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사업은 민간 제안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2024년 1월 최초 민간제안서가 국토교통부에 제출됐고, 2026년 2월 민간투자사업 적격성조사를 통과했다. 이어 지난 7월부터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시작되면서 노선이 주변 환경과 주민 생활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문제는 현재 검토 중인 노선에 샛별마을 공동주택단지 하부를 대심도 터널로 통과하는 계획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지상 도로에 비해 토지 점유와 생활권 단절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대심도 터널의 장점이지만, 공동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공사와 운영에 따른 영향을 둘러싼 주민 불안이 불가피하다.
지하 깊은 곳에 터널을 뚫더라도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분진, 공사 차량 통행 문제를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 개통 이후에는 터널의 안전과 공기 질을 관리하기 위한 환기시설 등의 설치 문제도 뒤따를 수 있다. 주민들이 단순히 터널의 깊이만으로 안전성과 생활환경 영향을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샛별마을 주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공사 기간에 나타날 불편만이 아니다. 장기간 이어질 수 있는 터널 공사가 주거환경에 미칠 영향과 함께 고속도로 운영 이후의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사 과정에서는 발파와 굴착 등에 따른 소음과 진동, 공사 장비 운행, 분진 발생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형 공사 차량이 주거지역 주변 도로를 이용할 경우 교통 혼잡과 보행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고속도로 개통 이후에는 환기구와 방재시설 등의 위치에 따라 주민들의 생활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
고속도로 노선이 주택의 재산 가치나 향후 정비사업에 미칠 영향 역시 주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터널 건설의 기술적 안전성이 확보되더라도 주택 매수자의 인식이나 금융기관의 사업성 평가, 재건축 설계 과정에서의 제약 가능성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주민들은 샛별마을을 비롯한 공동주택단지 하부를 통과하지 않는 우회 노선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의 주장은 고속도로 건설 자체를 전면 반대하는 것이라기보다 주거 밀집 지역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노선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고속도로 건설로 얻는 광역교통 편익과 특정 지역 주민이 감당해야 할 부담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가 이번 논란의 본질인 셈이다. 사업의 공익성이 인정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이 일부 주민에게 집중된다면 노선 결정의 타당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샛별마을 문제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이 분당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의 선도지구라는 데 있다. 선도지구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의 방향과 속도를 가늠할 시범 지역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정비계획 수립과 주민 동의, 사업성 분석, 이주 대책 마련 등 여러 절차가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새 고속도로 건설 계획이 돌발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재건축 사업은 용적률과 건축 배치, 지하주차장 및 기반시설 계획, 공사비와 분양 수입 등을 종합해 사업성을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단지 하부를 통과하는 터널이 건축 설계나 공사 방식에 어떤 제약을 줄지, 추가적인 안전 검토와 보강 공사가 필요한지 등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두 사업의 추진 주체와 일정이 서로 다르다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고속도로 건설 절차와 재건축 정비사업이 각각 진행되다가 뒤늦게 충돌하면 설계 변경과 일정 지연, 비용 증가를 둘러싼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초기 단계에서 두 사업의 계획과 일정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선도지구는 일반적인 노후 공동주택단지와 달리 정부의 1기 신도시 정비정책을 먼저 구현하는 지역이다. 광역도로 사업이 선도지구의 재건축 일정이나 사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샛별마을 한 곳의 문제를 넘어 다른 정비사업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줄 수 있다.
정부가 한쪽에서는 노후 신도시 정비를 촉진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재건축 선도지구 하부로 고속도로 노선을 검토하는 상황인 만큼 정책 간 정합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성남시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람 등 관련 절차가 시작되면 주민 의견을 수렴해 샛별마을 하부 통과 노선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공식 제출할 계획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전 상위 계획과 입지의 적정성,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하는 절차다. 노선별 환경 영향과 주민 피해 가능성을 비교하고 대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갈등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는 국토교통부와 사업시행자에게 샛별마을을 비롯한 공동주택단지를 우회하는 대체 노선을 우선 검토해 달라고 건의하기로 했다. 기존 노선을 전제로 피해 저감 방안을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선 자체를 조정할 수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공동주택단지 하부를 통과하는 노선은 공사와 운영 과정에서 주민들의 주거환경과 재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재건축을 앞둔 지역의 특성과 주민들의 우려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주민 의견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성남시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우회 노선이 검토되도록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다.
앞으로의 핵심은 대체 노선의 실현 가능성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검토하느냐에 달렸다. 우회 노선은 공동주택단지의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노선이 길어지거나 사업비가 증가할 수 있고, 새로운 지역에서 또 다른 환경·생활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단순히 기존 노선과 우회 노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노선별 공사 난도와 안전성, 사업비, 교통 편익, 주거환경 영향 등을 비교한 자료를 주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대심도 터널의 깊이와 공법, 진동 예측치, 환기시설 예상 위치, 공사 차량 이동 경로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정보도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주민 의견 수렴 역시 법정 절차를 채우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미 노선을 사실상 확정한 뒤 주민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는 갈등을 줄이기 어렵다. 대안 노선을 비교·검토하는 초기 단계부터 주민과 성남시, 국토교통부, 사업시행자가 참여하는 협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광역도로는 여러 지역 주민이 혜택을 누리는 기반시설이지만, 건설 과정의 부담은 노선 주변 주민에게 집중된다. 공익을 앞세워 지역사회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반대로 주민 반발만을 이유로 광역교통 대책을 포기하는 접근 모두 해법이 되기 어렵다.
용인~성남 고속도로 사업은 이제 적격성조사를 넘어 환경적·사회적 타당성을 검증받는 단계에 들어섰다. 분당 재건축 선도지구와 광역교통망이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노선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샛별마을 하부 통과 논란은 대규모 기반시설을 추진할 때 주민의 주거권과 재산권, 도시의 장기 발전계획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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