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2027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를 앞두고 경기 남양주시가 교황 레오 14세의 마재성지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 청년 약 40만명이 한국을 찾는 초대형 국제행사를 남양주의 역사·문화·종교 자산과 연결해 도시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고 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남양주가 주목하는 곳은 정약용 선생과 그의 형 정약종 선생 등 조선 후기 실학과 천주교 역사가 교차하는 마재성지다. 남양주시는 교황의 방문이 성사될 경우 마재성지가 국내 천주교 성지를 넘어 세계적인 역사·종교문화 공간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현덕 남양주시장은 24일 로마 바티칸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을 만나 ‘교황 레오 14세 성하께 드리는 남양주시장 친서’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김용민 국회의원도 함께했다. 친서에는 2027 세계청년대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교황이 남양주 마재성지를 찾아 달라는 요청이 담겼다.
최 시장이 직접 바티칸을 찾은 것은 세계청년대회를 단순한 종교행사가 아닌 남양주의 역사적 가치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027년 7~8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는 전 세계 청년 약 40만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가톨릭 국제행사다. 교황도 참석할 예정이다.
남양주시가 세계청년대회를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행사의 파급력이 서울에만 머물지 않고 수도권 주요 성지와 역사·문화 관광지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남양주는 수도권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정약용을 중심으로 한 실학의 역사와 초기 천주교 신앙의 흔적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다.
그 중심에 마재성지가 있다. 마재성지는 조선 최고의 실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 정약용 선생과 그의 형제들이 실사구시의 학문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천주교를 접했던 곳으로 소개된다. 남양주시는 이곳을 ‘자생적 평신도 신앙의 발원지’라는 역사적 의미를 가진 공간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교황의 마재성지 방문이 현실화하면 의미는 단순한 ‘유명 인사의 방문’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근대 사상사의 한 축인 실학과 한국 천주교 초기 역사가 만나는 공간이 세계 가톨릭 공동체의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양주 입장에서는 정약용이라는 기존의 역사문화 브랜드에 천주교 순례라는 새로운 국제적 관광 콘텐츠를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마재성지의 가치를 이해하려면 정약용뿐 아니라 그의 형 정약종의 삶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약종은 한문으로 된 교리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서민과 여성들을 위해 최초의 순한글 교리서로 알려진 ‘주교요지’를 저술했다. 또 최초의 신앙 전교단체인 ‘명도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다.
남양주시는 이러한 정약종의 활동을 신분을 뛰어넘는 평등사상의 실천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교회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고 걸어가는 공동체 정신인 ‘시노드 정신’을 200여 년 전부터 구현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정약종 가족의 역사는 한국 천주교 박해사와도 맞닿아 있다. 정약종은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했다. 그의 가족 역시 박해 과정에서 순교했고 성인과 복자의 반열에 올랐다. 남양주시는 가족 전체가 신앙을 지키며 순교한 역사를 ‘성가정(Holy Family)’의 상징적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역사성은 남양주시가 교황의 마재성지 방문을 요청하는 핵심 배경이다. 세계청년대회가 미래 세대인 청년과 신앙, 공동체의 가치를 공유하는 행사라면 마재성지는 200여 년 전 조선 사회에서 신분과 계층을 넘어 새로운 가치와 사상을 모색했던 인물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정약용의 실학과 정약종의 신앙을 하나의 역사문화 서사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도 남양주만의 경쟁력이다.
이어 최 시장은 유흥식 추기경에게 교황을 초청하는 이유를 설명한 뒤 영어와 한글로 제작한 친서를 전달했다. 자신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한 뒤 펴낸 책 ‘걷다보면 알게될 지도’도 함께 건넸다.
유 추기경은 방문단의 이야기를 들은 뒤 교황을 모시는 것과 관련해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고 최 시장은 전했다.
유 추기경은 방문단에게 교황청 내부 정원과 자신의 산책·묵상 공간 등을 안내했다. 이어 2023년 교황청에 세워진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동상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대건 신부는 2025년 유네스코 기념인물로 선정된 인물이다. 방문단은 성 베드로 대성당 쿠폴라에도 올랐다.
최 시장은 유 추기경과 만난 소회를 전하면서 그의 인간적인 면모도 소개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교황청에서 만나는 경비원과 청소원, 사제,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악수하고 인사하거나 포옹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만남 자체가 교황의 마재성지 방문을 확정하는 절차는 아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직접 바티칸을 찾아 한국인 추기경에게 교황 초청의 취지와 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설명하고 친서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남양주시의 유치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로 볼 수 있다.
남양주시가 기대하는 효과는 종교적 상징성에만 머물지 않는다. 교황의 방문이 성사된다면 마재성지와 정약용 유적을 중심으로 남양주의 역사·문화 관광 자원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하는 해외 청년과 순례객을 남양주로 유치할 수 있다면 숙박과 음식, 교통, 관광 등 지역경제 전반으로 파급 효과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핵심은 ‘한 번의 방문’을 지속 가능한 도시 콘텐츠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남양주는 정약용이라는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역사 인물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정약종과 초기 천주교 신앙, 마재성지의 역사성을 결합하면 ‘실학의 도시’라는 기존 이미지에서 한 단계 확장된 역사문화 도시 브랜드를 구축할 여지가 생긴다.
특히 세계청년대회 참가자들의 관심을 서울 행사장 밖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남양주만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단순히 성지를 보여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약용 형제의 삶과 조선 후기 사회 변화, 실학, 천주교 수용, 박해와 순교를 하나의 스토리로 구성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순례길이나 역사문화 탐방로, 정약용 유적과 마재성지를 잇는 관광 코스 등으로 확장할 경우 국제행사 이후에도 활용할 수 있는 장기적인 관광자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세계청년대회와 교황 방한이라는 국제적 관심이 일회성 행사에 그칠 경우 지역경제 효과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교황 방문 추진과 함께 교통·관광 안내, 다국어 콘텐츠, 숙박과 음식점 등 관광 인프라, 지역 상권과의 연계 방안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2027 세계청년대회를 위한 국가 차원의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 최 시장은 세계청년대회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정부 차원의 지원계획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남양주 입장에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세계청년대회라는 거대한 국제행사 속에서 남양주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황의 방문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내외 참가자들이 마재성지를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도록 세계청년대회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도 과제다.
교황 방문 여부와 별개로 세계청년대회를 남양주 관광 활성화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할 필요도 있다.
정약용과 정약종 형제의 역사, 마재성지, 한강과 북한강을 비롯한 자연환경 등 지역의 관광자원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을 경우 남양주가 세계청년대회 참가자들의 수도권 주요 방문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
남양주시의 교황 초청 구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세계청년대회라는 국제행사를 지역의 역사와 문화, 관광, 경제를 연결하는 도시 전략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데 있다.
지역의 역사문화 자산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지만 세계인이 찾아오고 체험하는 콘텐츠가 될 때 도시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재성지에는 정약용과 정약종 형제의 삶이 있고, 실학과 천주교라는 조선 후기 사상사의 중요한 흐름이 겹쳐 있다. 여기에 세계청년대회와 교황 방한이라는 국제적 이벤트가 더해진다면 남양주로서는 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세계에 설명할 흔치 않은 기회가 된다.
최 시장도 세계청년대회를 종교의 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지역을 세계에 알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기회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신앙과 믿음을 떠나 남양주의 역사와 인물, 그리고 지역을 전 세계에 알릴 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국제적 이벤트가 성사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7년 여름 세계 청년들이 서울에 모인다. 그들의 발걸음 가운데 일부를 남양주 마재성지로 이끌 수 있을지, 그리고 교황 레오 14세의 방문까지 성사시킬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심사다.
교황의 방문이 현실화한다면 남양주 마재성지는 200여 년 전 정약용 형제가 새로운 사상과 신앙을 고민했던 역사적 공간에서 세계 청년들이 한국의 역사와 신앙, 인간 존엄과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는 국제적인 순례지로 도약하는 전환점을 맞게 될 수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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