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소 예상 980세대는 공공주택지구 추가 임대주택 확보 방안 검토
[이코노미세계] 성남시가 수정·중원구를 중심으로 한 원도심 재개발사업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을 낮추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고도제한으로 용적률 완화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데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재개발사업 추진 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성남시는 재개발사업의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을 현행 12%에서 10%로 2%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상은 현재 진행 중인 재개발사업 7개 구역과 생활권계획 재개발사업 7개 구역 등 모두 14개 구역이다.
이번 조정은 단순히 임대주택 비율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성남 원도심 재개발의 발목을 잡아온 고도제한과 공사비 상승이라는 현실적 제약 속에서 사업성을 확보하고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정책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반면 임대주택 공급 물량 감소가 불가피해 세입자와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어떻게 보완할지가 정책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성남시에 따르면 오는 8월 31일부터 9월 21일까지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 변경에 대한 행정예고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후 제출된 주민 의견을 검토해 9월 중 변경 비율을 고시할 계획이다. 변경된 비율은 각 구역 사업시행자가 정비계획이나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할 때 적용된다.
성남시가 임대주택 비율 조정에 나선 배경에는 원도심 재개발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사업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시는 이미 2024년 ‘2030 성남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변경하면서 재개발사업 허용 용적률을 기존 265%에서 280%로 완화했다. 재개발 구역에서 건축할 수 있는 연면적을 늘려 사업성을 개선하고, 장기간 정체된 원도심 정비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용적률 완화만으로 사업성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나타났다. 일부 재개발 구역이 비행안전구역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용적률을 높여도 고도제한으로 건축물 높이에 제약을 받으면 완화된 용적률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 제도상 건축 가능 면적은 늘었지만 실제 사업계획에서는 이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부담까지 커졌다. 재개발사업은 토지와 건축물 소유자들의 분담금과 직결되는 만큼 공사비가 올라갈수록 주민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성남 원도심에서도 이런 상황을 반영해 임대주택 건설비율을 조정해 달라는 주민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고 시는 설명했다.
성남시가 용적률 완화에 이어 임대주택 의무비율 조정에 나선 것은 결국 재개발사업의 현실적인 수익·비용 구조를 다시 손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는 지역별 사업 여건과 임대주택 공급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현행 12%인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을 10%로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2%포인트의 차이가 수치상으로는 크지 않아 보이지만 대규모 재개발사업에서는 조합과 사업시행자의 사업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반분양 등을 통해 사업비를 확보해야 하는 정비사업의 특성상 의무 임대주택 물량을 줄이는 것은 사업 추진 측면에서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남 원도심처럼 고도제한으로 용적률 활용에 제약을 받는 지역에서는 임대주택 의무비율 조정이 사업성을 보완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의 정책 방향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시는 이번 조정이 공사비 상승과 고도제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도심 재개발사업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비사업의 장기 지연은 단순히 사업시행자나 토지 소유자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노후주택과 기반시설 문제가 장기간 해소되지 못하면서 도시 경쟁력과 주민 주거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성남시가 사업성 개선에 무게를 싣는 이유도 원도심 정비사업을 도시 균형발전과 연결해 바라보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조정안이 현실화되면 적용 범위도 상당하다. 적용 대상은 현재 추진 중인 재개발사업 7개 구역과 생활권계획에 따른 재개발사업 7개 구역 등 총 14개 구역이다.
성남은 분당신도시와 수정·중원구 원도심이 도시 구조와 주거환경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대표적인 도시 가운데 하나다. 특히 수정·중원구는 노후주택과 좁은 도로 등 기존 도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비사업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재개발사업의 속도는 개별 구역의 주거환경 개선을 넘어 성남시 전체의 균형발전과도 연결된다. 이번 임대주택 비율 조정이 향후 사업시행자의 정비계획 또는 사업시행계획 변경 과정에서 적용되면 각 구역은 변경된 기준을 토대로 사업계획을 다시 검토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실제 사업 속도가 얼마나 빨라질지는 각 구역의 사업 단계와 주민 동의, 공사비, 분담금 등 여러 변수가 얽혀 있어 임대주택 비율 조정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시가 이번 조치를 원도심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여건 개선책으로 제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책에는 분명한 과제도 있다.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이 12%에서 10%로 낮아지면 재개발 구역에서 공급될 임대주택이 약 980세대 감소할 것으로 성남시는 예상하고 있다.
재개발사업에서 임대주택은 기존 세입자와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책 수단이다. 따라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임대주택 비율을 낮추더라도 감소하는 물량을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보완할 것인지가 정책의 완성도를 좌우하게 된다.
재개발사업이 본격화하면 기존 주거지가 철거되고 주민 이동이 발생한다. 특히 자가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세입자에게는 재정착 가능성과 주거비 부담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성남시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재개발 구역에서 줄어드는 임대주택 물량을 보완하기 위해 앞으로 조성될 공공주택지구에서 임대주택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사업시행자와의 협의도 추진할 계획이다.
결국 이번 정책의 성패는 ‘사업성 개선’과 ‘주거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얼마나 균형 있게 달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재개발사업의 수익 구조를 개선해 사업 속도를 높이면서도 임대주택 감소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주거복지 공백을 다른 지역이나 공공주택 공급을 통해 실질적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성남 원도심 재개발 문제는 도시의 장기적인 공간구조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수정·중원구 재개발이 속도를 낼 경우 노후주택 정비뿐 아니라 도로와 주차장, 공원 등 기반시설 개선을 동반할 가능성이 있다. 장기간 정체됐던 지역에 새로운 주택 공급이 이뤄지고 생활환경이 개선되면 원도심의 주거 경쟁력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아 정비사업이 장기 표류할 경우 노후주택 문제와 주민 불편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성남시가 용적률 완화에 이어 임대주택 비율까지 조정하려는 것은 기존 정비사업 규제를 현실적인 사업 여건에 맞춰 단계적으로 손질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규제 완화가 곧바로 재개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공사비와 조합원 분담금, 부동산 경기, 사업시행자와 주민 간 이해관계 등 개별 사업장이 풀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특히 임대주택 약 980세대 감소분을 보완할 공공주택지구의 구체적인 물량과 공급 시기 등은 첨부자료에는 제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향후 성남시가 후속 대책을 얼마나 구체화하느냐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앞으로 첫 번째 절차는 주민 의견 수렴이다. 성남시는 8월 31일부터 9월 21일까지 행정예고를 진행한 뒤 접수된 의견을 검토해 9월 중 변경 비율을 고시한다는 방침이다. 주민과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의견을 내놓느냐에 따라 후속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시는 특히 임대주택 감소에 따른 세입자 주거안정 대책을 관계 부서와 협의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성남 원도심 재개발은 이제 사업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단계에 들어섰다. 정비사업의 속도를 끌어올리면서 기존 주민과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함께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12%에서 10%로 낮추는 이번 조정안은 그 두 목표 사이에서 성남시가 내놓은 해법이다. 14개 재개발 구역의 사업 여건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 동시에 약 980세대에 달하는 임대주택 감소분을 어떤 방식으로 보완할지가 향후 성남 원도심 정비정책의 성과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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