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학교폭력은 학생 간 갈등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사건을 어떻게 조사하고, 어떤 절차를 거쳐 조치했는지에 따라 교육행정에 대한 신뢰가 좌우된다. 최근 경기도교육감직 인수위원회가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자녀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해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 13명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면서, 3년 전 사건이 다시 교육계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감사 요청은 단순히 학교폭력 사건 자체를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차원을 넘어, 학교폭력 처리 과정 전반의 공정성과 교육행정의 투명성을 검증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던 사건인 만큼, 학교폭력 대응 시스템이 외부 영향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교육감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6월 15일부터 관계자 의견 청취와 자료 열람 등을 진행한 결과, 사건 처리 과정에서 축소·은폐 의혹과 감사 부실 가능성이 확인돼 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관련 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사건 처리 절차 전반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으며, 독립적인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수위가 제시한 핵심 쟁점은 크게 네 가지다. 성남교육지원청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의 운영과 심의 과정이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심의기록은 제대로 관리됐는지, 가해 학생에 대한 강제전학 회피 또는 외압이 있었는지, 학교폭력 판단과 이후 관계자 인사가 적절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감사 대상은 당시 성남교육지원청과 경기도교육청에서 사건을 담당했던 관계자 13명이다. 인수위는 단순히 개인의 책임을 묻기보다 학교폭력 처리 시스템 전반을 객관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이번 감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 재임 중이던 2023년 7월 발생했다. 당시 성남지역 한 초등학교에서 김 전 비서관의 자녀가 아래 학년 학생을 두 차례 폭행해 피해 학생이 안면부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이어졌고, 권력 개입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과정이다. 피해 학생 보호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학교폭력심의위원회가 법과 절차에 따라 운영됐는지, 외부 압력이 개입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확보돼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의문이 남을 경우 학교폭력 대응 체계 전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공직자 자녀가 연루됐다는 점에서 일반 학교폭력 사건보다 높은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교육계에서는 지위나 영향력과 무관하게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는 원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학교폭력 대응의 공정성은 교육행정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이번 사안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법률·수사·교육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기교육정의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감사를 넘어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특히 도민들이 제기하는 교육 현안에 대해 보다 투명하게 접근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감사가 실제로 진행될 경우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의 운영 방식과 교육지원청의 대응 절차, 감사 시스템, 인사 관리 체계 등 교육행정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결과에 따라서는 학교폭력 처리 기준과 제도 개선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 현장에서 학교폭력은 단순한 학생 간 갈등을 넘어 교육의 신뢰를 좌우하는 문제다. 공정한 조사와 객관적인 절차, 피해 학생 중심의 보호 원칙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번 감사 요청이 실제 감사와 후속 조치로 이어질 경우, 사건의 사실관계 규명뿐 아니라 학교폭력 대응 체계 전반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교육행정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예외 없는 공정한 원칙과 투명한 절차가 실질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감사의 의미는 적지 않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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