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토론회서 정당한 권리 회복·제도 개선 강조
지속가능한 관광·농업으로 접경의 한계 극복
[이코노미세계] 접경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은 오랫동안 파주 발전을 설명하는 두 얼굴이었다. 한반도 평화와 생태, 역사·문화라는 차별화된 자산을 품고 있는 동시에 각종 규제와 군사적 긴장, 개발 제약 등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적인 한계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파주시가 이 같은 ‘접경의 역설’을 지역 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바꾸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관광객 숫자를 늘리는 기존 관광정책을 넘어 지역경제와 환경, 문화자원, 주민 삶을 함께 고려하는 ‘지속가능관광’을 제도화하고, 각종 제약 속에서 삶의 터전을 지켜온 접경지역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관광과 농업은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파주에서는 하나의 지점에서 만난다. 지역의 자연과 문화, 농촌과 공동체를 보존하면서 이를 경제적 가치와 연결하고, 그 성과가 다시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손배찬 파주시장이 8월 24일 국회를 찾아 지속가능관광과 접경지역 농업을 잇달아 의제로 꺼내 든 것도 이 때문이다.
손 시장은 지속가능관광지방정부협의회 회원도시 단체장 자격으로 김보라 안성시장, 김제선 대전 중구청장과 함께 이재정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만나 관광진흥법 개정과 지속가능관광도시 지정제도 도입 필요성을 건의했다고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밝혔다.
이어 박정현 의원, 김재원 의원, 김보라 안성시장, 김제선 대전 구청장 등과 지속가능한 관광 발전 방향과 지역 중심의 정책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논의에서 주목할 대목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추진돼 온 지속가능관광을 제도적 영역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지속가능관광은 단순히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는 정책과는 방향이 다르다. 관광객 증가 자체를 성과로 삼기보다는 관광산업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면서 환경과 문화자원을 보호하고, 주민의 삶의 질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파주시 역시 “지속가능관광은 관광객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경제를 살리면서도 환경과 문화자원을 지키고 주민의 삶의 질까지 함께 높여가는 미래지향적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관광객이 늘어도 지역 상권이나 주민에게 돌아가는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자연·문화자원의 훼손으로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반대로 지역 고유의 자원을 보존하면서 관광과 지역경제를 연결한다면 관광산업 자체의 생명력도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파주는 지속가능관광을 적용할 수 있는 자원이 적지 않은 도시다. 접경지역이라는 공간적 특수성 자체가 다른 도시와 차별화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러한 지역자원을 얼마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리하고 지역경제와 연결하느냐다.
지속가능관광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관광정책을 평가하는 기준부터 달라질 필요가 있다. 관광객이 몇 명 방문했는지, 관광지 입장객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만으로 정책 성과를 판단하기보다는 관광으로 발생한 경제적 효과가 지역 안에서 얼마나 순환했는지, 주민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갔는지, 자연과 문화자원은 제대로 보존됐는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파주시가 국회에 관광진흥법 개정과 지속가능관광도시 지정제도 도입 필요성을 전달한 것은 지방정부의 개별 사업을 넘어 국가 차원의 제도적 기반 마련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경우 지방정부들도 보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련 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 토대를 확보할 수 있다. 파주시가 다른 회원도시들과 공동 대응에 나선 배경도 여기에 있다.
파주시는 회원도시들과 함께 지속가능관광의 제도적 기반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관광정책의 무게중심을 ‘관광객 유치’에서 ‘지역의 지속가능성’으로 옮기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관광객이 지역을 찾고, 지역에서 소비하고, 그 경제적 효과가 주민과 소상공인 등 지역사회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동시에 자연과 문화자원은 다음 세대까지 보존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손 시장의 이날 국회 행보는 관광 분야에 그치지 않았다.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접경지역 농민의 미래 국회토론회’에도 참석했다. 윤후덕·박정·김주영·임호선 의원 등과 함께 접경지역 농민들이 처한 현실을 살펴보고 제도 개선과 정책 대안을 논의했다.
파주에서 농업 문제는 일반적인 농촌정책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접경지역 농민들은 농업환경의 변화뿐 아니라 지역의 특수성에서 비롯되는 여러 제약을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파주시는 접경지역 농민들이 각종 규제와 제약, 군사적 긴장과 자연재해 위험 속에서도 삶의 터전을 지켜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접경지역 농업의 가치는 단순히 개별 농가의 생업이라는 범주에만 머물지 않는다. 농업은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인 동시에 농촌 공동체와 지역 생태환경을 유지하는 기반이다. 특히 접경지역에서는 농업과 농촌 공동체가 지역을 유지하는 중요한 축이라는 점에서 보다 폭넓은 접근이 요구된다.
파주시가 “접경지역 농업은 단순한 생업을 넘어 국민의 먹거리를 지키고, 국토의 생태와 지역공동체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반”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제시된 또 하나의 핵심 메시지는 ‘보상’이다. 파주시는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며 접경지역 농민들의 희생을 더 이상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발생한 제약을 지역 주민이 일방적으로 감당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에 상응하는 정책적 지원과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접경지역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과도 연결된다.
그동안 접경지역은 안보와 규제라는 틀에서 접근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주민의 삶과 지역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각종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부담 역시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된다.
특히 수십 년 동안 해당 지역에서 농사를 지으며 공동체를 유지해온 농민들에게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이 지속적인 불이익으로만 작용한다면 지역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접경정책은 규제의 필요성을 따지는 것과 동시에 그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주민 피해와 지역의 기회비용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까지 함께 다룰 필요가 있다. 파주시가 ‘정당한 권리 회복’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함께 강조하는 이유다.
관광과 농업이라는 이날 두 가지 국회 일정에는 공통된 키워드가 있다.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지속가능관광이 자연과 문화자원을 보존하면서 지역경제와 주민 삶을 함께 살리는 것이라면, 접경지역 농업정책 역시 지역을 지켜온 농민이 안정적으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두 정책 모두 지역의 자원을 단기간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장기간 유지하고 다음 세대로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점에서 파주의 관광과 농업은 서로 결합할 가능성도 있다.
지역의 농촌과 자연환경, 생활문화 등은 관광자원이 될 수 있고, 관광객의 지역 소비는 농산물과 지역 상권에 새로운 판로를 제공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과정에서 지역 주민이 단순한 관광의 배경이나 정책 대상이 아니라 실질적인 주체가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의 성패는 외부 방문객이나 투자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지역 주민이 계속 살아갈 수 있고, 지역 안에서 일자리와 소득이 만들어지며, 자연·문화·공동체가 함께 유지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파주시가 그리고 있는 방향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접경이라는 지리적 조건을 더 이상 발전을 가로막는 한계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관광과 농업, 지역상생을 연결하는 새로운 성장 기반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국회에서의 논의가 곧바로 정책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관광진흥법 개정과 지속가능관광도시 지정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이 어떻게 마련될지, 접경지역 농민들을 위한 제도 개선과 지원책이 어느 수준까지 현실화될지는 앞으로의 논의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이날 국회 행보의 성과는 향후 제도와 정책으로 얼마나 구체화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파주시 역시 국회에서 제기한 의제가 시민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관광정책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환경·문화자원 보존, 주민 삶의 질 향상이 함께 이뤄지는 구조를 만들고, 농업 분야에서는 접경지역 주민이 오랫동안 감내해온 희생에 걸맞은 정책적 지원을 끌어내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파주시는 앞으로도 접경의 한계를 평화와 도약의 기회로 바꾸고 지속가능한 관광과 농업, 지역상생이 공존하는 미래도시를 만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파주가 던진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을 어떻게 지역 주민의 더 나은 삶으로 연결할 것인가.’ 국회에서 시작된 지속가능관광의 제도화와 접경지역 농민 지원 논의가 선언에 머물지 않고 법과 제도, 예산과 사업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지가 앞으로 주목할 대목이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