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도시는 어떻게 다시 살아나는가. 성장이 정체된 도시가 새로운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대규모 개발사업 하나만으로 도시의 체질을 바꿀 수 있을까. 아니면 그 도시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역사와 문화, 사람이라는 자산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까.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이 던진 화두는 ‘멈춘 도시, 어떻게 살아나는가’였다.
민 시장은 고양문화원 아카데미 최고위과정에서 이 같은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고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특강에서 제시한 고양의 미래 구상은 단순한 개발 확대에 머물지 않았다. 고양이 가진 역사와 문화의 힘을 토대로 대학과 첨단산업, 일자리, 문화·관광을 연결해 도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민선 9기 시정의 방향을 압축하면 ‘고양 대전환’이다. 도시가 갖고 있는 기존 자산에 새로운 산업을 더하고, 그 과정에서 시민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고양의 성장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민 시장이 미래 전략을 설명하면서 가장 먼저 꺼내 든 것은 첨단산업도, 대규모 개발도 아니었다. ‘고양의 역사와 문화’였다. 고양이 오랜 시간 쌓아온 역사와 문화가 시민의 자부심인 동시에 미래를 여는 핵심 자산이라는 판단이다.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지역 고유의 정체성은 더욱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비슷한 건물과 산업시설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다른 도시와 차별화하기 어렵다. 결국 그 지역만이 가진 역사와 문화, 사람, 생활방식이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고 경쟁력을 좌우한다.
민 시장이 강조한 방향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고양의 전통과 문화를 과거의 유산으로만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성장의 기반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역사와 문화가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관광과 산업, 도시 브랜드로 확장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이는 도시 발전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과거와 미래의 단절’을 피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도시를 개발하더라도 기존 도시가 가진 정체성을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고양이 축적해 온 자산 위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쌓겠다는 것이다.
역사와 문화가 고양의 뿌리라면 미래를 움직일 또 하나의 축은 산업과 인재다. 민 시장은 지역 4개 대학과 연계해 항공우주·의료바이오 등 첨단산업과 일자리를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여기에서 주목되는 것은 ‘대학과의 연계’다. 지역 대학은 교육기관을 넘어 도시가 보유한 중요한 인적·지적 자산이다. 대학이 가진 연구 역량과 인재가 지역 산업과 연결되면 교육과 연구, 산업, 일자리가 하나의 생태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긴다.
특히 첨단산업은 단순히 기업이나 시설을 유치하는 것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와 연구 역량, 산학협력 기반이 함께 갖춰져야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양이 4개 대학과 항공우주·의료바이오 등 미래산업을 연계하려는 이유도 이 같은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학에서 인재를 키우고, 지역에서 산업이 성장하며, 다시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도시 성장의 성과가 실제 시민 삶의 변화로 이어지려면 결국 ‘일자리’라는 연결고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첨단산업 육성이 시민에게 체감되는 정책이 되려면 기업 유치나 산업 규모 자체보다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기회와 일자리를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 민 시장이 첨단산업과 함께 일자리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양의 미래 구상에는 문화와 관광도 포함됐다. 역사·문화와 첨단산업을 각각 따로 떼어 놓지 않고 일자리, 문화·관광을 함께 연결해 도시의 새로운 도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한다면 고양의 도시 경쟁력은 단일 산업이나 특정 개발사업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분야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문화와 관광은 특히 도시의 이미지를 외부에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다. 시민에게 익숙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도 외부 방문객에게는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산업과 대학, 연구 기반이 성장하면 새로운 인구와 교류를 끌어들이면서 문화·관광 수요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역사·문화와 미래산업, 대학, 일자리, 관광이 별개의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도시 성장 전략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 시장이 제시한 ‘고양 대전환’ 역시 이러한 연결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특강 제목인 ‘멈춘 도시, 어떻게 살아나는가’는 현재 도시가 직면한 문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도시는 인구와 건물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시민이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고 기업과 청년이 기회를 찾으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때 도시에는 다시 활력이 생긴다.
반대로 산업과 일자리, 문화가 서로 분리되고 시민이 도시의 미래를 체감하지 못한다면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도시는 정체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고양 대전환의 성패는 각각의 정책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대학과 첨단산업을 연결하고, 첨단산업을 다시 일자리로 이어가며, 역사·문화를 관광과 도시 브랜드로 확장하는 과정이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돼야 한다. 무엇보다 계획과 구호를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민 시장은 민선 9기의 목표에 대해 시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고양 대전환’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최고위과정 특강 역시 일방적으로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참석자들과 고양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는 게 민 시장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참석자들이 제시한 제안과 의견을 시정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도시의 대전환은 행정의 계획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산업정책은 기업과 대학, 청년의 참여가 필요하고 문화·관광 정책은 시민과 문화계, 지역 공동체의 협력이 필요하다.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을 미래 자산으로 만드는 과정 역시 지역사회와의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
따라서 시민 소통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필요한 절차가 아니라 ‘고양 대전환’을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의 제안이 실제 정책에 얼마나 반영되고, 그 결과를 다시 시민에게 설명할 수 있느냐가 향후 시정의 신뢰도를 결정할 수 있다.
민 시장이 제시한 미래 고양의 방향은 ‘전통과 혁신의 결합’으로 요약된다. 한쪽에는 고양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역사와 문화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항공우주·의료바이오 등 미래산업이 있다. 그 사이를 대학과 인재, 일자리, 문화·관광 그리고 시민 참여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도시 발전 과정에서 전통과 첨단산업은 때때로 서로 다른 영역으로 취급돼 왔다. 하지만 고양이 그리고 있는 미래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 아니다.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미래산업을 키우고, 산업 성장을 일자리와 문화·관광 활성화로 연결하는 복합적인 도시 성장 전략이다.
관건은 이제 실행이다. ‘고양 대전환’이라는 큰 방향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별 정책으로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 4개 대학과 첨단산업의 연계를 어떻게 실질적인 산업·일자리 성과로 이어갈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역사와 문화 역시 선언적 가치에 머물지 않고 도시 경쟁력과 관광, 시민 자부심으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민 시장은 “고양의 전통과 문화의 힘 위에 미래산업과 혁신을 더해, 시민 모두가 자부심을 느끼는 고양특례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결국 ‘멈춘 도시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라는 질문에 고양이 내놓은 답은 도시의 과거를 버리고 새것으로 채우는 것이 아니다. 고양이 가진 역사와 문화에서 출발해 대학과 첨단산업을 연결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다시 문화와 관광으로 도시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다.
민선 9기 ‘고양 대전환’은 이제 그 구상을 실제 도시의 변화로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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