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대덕·금광까지 조성하면 ‘1면 1도서관’ 생활권망 완성
[이코노미세계] 경기 안성시 고삼면에 주민들의 새로운 ‘문화 사랑방’이 문을 열었다. 규모가 크거나 화려한 시설은 아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무로 꾸민 벽과 책장, 여럿이 둘러앉을 수 있는 커다란 나무 책상, 창가에서 혼자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가 주민들을 맞는다. 한쪽에는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작은 공간이 책과 사람, 그리고 이웃을 연결하는 생활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김보라 안성시장이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삼면 작은도서관 개관 소식을 전하며 이곳을 “작지만 큰 도서관”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공간의 크기만 놓고 보면 ‘작은도서관’이지만 이곳에서 주민들이 만날 수 있는 책의 범위는 결코 작지 않다. 안성시 17개 도서관이 상호대차서비스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고삼면 주민들은 집 가까운 작은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안성지역 다른 도서관이 보유한 책도 이용할 수 있다.
작은도서관 하나가 단순한 독서시설을 넘어 안성시 전체 공공도서관 네트워크로 들어가는 ‘생활권 문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고삼 작은도서관이 눈길을 끄는 것은 시설의 규모보다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공개한 내부 모습을 보면 나무를 활용한 벽과 책장이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고, 중앙에는 주민 여러 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큰 책상이 놓였다. 창가에는 혼자 책을 읽거나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배치했다.
특히 한쪽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작은 공간도 마련했다. 창밖의 초록 풍경을 바라보며 책을 읽고, 주민들이 차 한잔을 사이에 두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관한 도서관에 아이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책을 읽는 모습도 김 시장이 전한 풍경 가운데 하나다.
이는 작은도서관의 기능이 기존의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곳’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책을 매개로 아이와 어른이 머물고, 이웃과 이웃이 만나며, 주민 사이에 관계가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대형 문화시설을 별도로 건립하지 않더라도 주민들의 생활 가까이에 있는 유휴공간을 활용하면 일상적인 문화거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김 시장 역시 고삼 작은도서관을 “도서관이라기보다 동네의 따뜻한 사랑방 같은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고삼 작은도서관의 의미는 바로 이 ‘사랑방’이라는 표현에 담겨 있다. 과거 마을 사랑방이 주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던 공동체 공간이었다면, 오늘날 작은도서관은 책과 문화라는 콘텐츠를 더한 새로운 형태의 마을 사랑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삼 작은도서관의 또 다른 특징은 안성시 도서관 네트워크와의 연결이다. 작은도서관은 공간과 장서 규모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성시는 지역 내 17개 도서관의 책을 상호대차서비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고 있다.
김 시장이 고삼 작은도서관을 ‘작지만 큰 도서관’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작은 공간 안에 모든 책을 갖춰놓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의 도서관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필요한 책을 주민에게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는 특히 읍·면지역 주민들의 문화 접근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문화시설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 외곽지역 주민들은 책 한 권을 빌리거나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이동해야 한다. 반면 생활권 가까이에 작은도서관을 두고 이를 기존 공공도서관 시스템과 연결하면 물리적인 시설 규모의 한계를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건물의 크기가 아니라 주민이 얼마나 편리하게 문화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고삼 작은도서관은 이러한 생활밀착형 문화정책의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고삼 작은도서관 개관은 개별 시설 하나가 추가됐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안성시가 추진하고 있는 ‘1면 1도서관’ 정책의 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 시장에 따르면 ‘1면 1도서관’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이후 서운·양성·미양·원곡에 이어 고삼에 작은도서관을 조성했다. 삼죽 작은도서관도 새롭게 단장했다. 앞으로 대덕과 금광지역까지 채우면 안성시가 구상한 촘촘한 생활권 도서관망이 완성된다는 것이 김 시장의 설명이다.
정책의 핵심은 ‘거리’다. 시민들이 문화시설을 찾아 먼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권 안에서 문화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형 도서관 하나에 많은 기능과 장서를 집중하는 방식과 달리 주민들이 사는 곳 가까이에 작은 문화거점을 촘촘하게 배치하고, 각각의 거점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구조가 완성되면 작은도서관은 동네 단위 문화 인프라의 기초시설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읍·면지역에서는 도서관이 독서 공간뿐 아니라 주민 모임, 아이들의 활동, 어르신들의 휴식, 이웃 간 교류 등이 이뤄지는 복합적인 생활공간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김 시장이 밝힌 도서관 정책의 방향도 이와 맞닿아 있다. 그가 생각하는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빌리는 곳이 아니다.
아이들이 책과 함께 성장하고,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머물며, 이웃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이를 통해 도서관을 ‘동네의 문화 거점이자 주민 소통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접근은 공공도서관의 역할이 점차 복합화되는 흐름과도 연결된다. 주민 입장에서 문화시설의 가치는 얼마나 크고 화려한 건물을 갖췄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일상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지, 필요한 책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이웃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고삼 작은도서관처럼 기존의 비어 있는 공간을 활용할 경우 새로운 대규모 시설을 조성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활문화 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다.
김 시장은 “크고 화려한 시설만이 좋은 문화시설은 아니다”라며 비어 있던 작은 공간도 잘 다듬고 책과 사람을 연결하면 동네의 소중한 문화공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은 ‘1면 1도서관’ 정책이 지향하는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문화정책의 중심을 대규모 시설 건립 자체보다 시민의 일상적인 접근성에 두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 문화정책에서 시설의 규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접근성이다. 아무리 좋은 문화시설이라도 주민들의 생활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면 일상적으로 이용하기 쉽지 않다. 반대로 규모가 작더라도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주민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갈 수 있다.
특히 어린이와 어르신처럼 이동에 상대적으로 제약이 있는 주민들에게 ‘가까운 문화시설’이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 안성시의 ‘1면 1도서관’ 구상은 이 같은 문제를 생활권 단위의 작은도서관으로 풀어가려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각 지역에 작은도서관을 두되 상호대차서비스 등을 통해 지역 전체 도서관의 장서를 공유하면, 개별 시설의 규모를 키우지 않고도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책과 정보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공간은 작지만 서비스는 지역 전체와 연결되는 구조다. 이런 점에서 고삼 작은도서관은 단순히 한 면 지역에 도서관 하나를 추가했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주민 가까이에 문화공간을 둔다’는 생활문화 정책이 실제 공간으로 구현됐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작은도서관의 강점은 공간의 기능을 하나로 한정하지 않는 데 있다. 아이들에게는 책을 읽고 새로운 세상을 접하는 독서공간이 될 수 있다. 어르신들에게는 집 가까이에서 편하게 찾아와 머무를 수 있는 쉼터가 될 수 있다.
학부모에게는 아이와 함께 찾을 수 있는 문화공간이고, 주민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만남의 장소가 될 수 있다.
고삼 작은도서관에 커다란 공동 책상과 창가 좌석,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함께 마련된 것도 이러한 복합적인 역할을 염두에 둔 공간 구성으로 읽힌다.
무엇보다 작은도서관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주민 공동체를 연결하는 매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사람들이 책을 빌리기 위해 찾아왔다가 이웃을 만나고, 아이들이 함께 책을 읽고, 주민들이 같은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도서관이라는 공공공간이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셈이다.
고삼 작은도서관 사례에서 주목할 부분 가운데 하나는 ‘비어 있던 공간의 재탄생’이다. 지역 곳곳에는 사용하지 않거나 활용도가 낮아진 공간이 생겨난다. 이러한 공간을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생활문화시설로 전환하면 기존 공간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할 수 있다.
고삼에서도 오랫동안 비어 있던 공간이 책과 사람이 만나는 도서관으로 변했다. 시설의 외형적인 규모를 키우기보다 기존 공간에 콘텐츠와 기능을 채워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지역의 여건과 주민 수요에 맞춰 작은 공간을 세심하게 활용한다면 문화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생활권에서도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공공문화시설 정책의 성패는 ‘얼마나 큰 시설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주민들이 얼마나 자주 찾고 오래 머물며 실제 생활 속에서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안성시의 ‘1면 1도서관’ 구상은 이제 완성을 향하고 있다. 서운·양성·미양·원곡에 이어 고삼까지 작은도서관이 들어섰고 삼죽 작은도서관도 새롭게 단장했다. 김 시장이 밝힌 계획대로 대덕과 금광지역까지 채워지면 안성시가 구상한 생활권 도서관망의 마지막 퍼즐도 맞춰지게 된다.
도서관망이 완성된 이후에는 시설을 만드는 것만큼 각 도서관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지역별 특성과 이용자 수요에 맞춰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기능을 살리는 것이 작은도서관 정책의 지속성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시장은 “집 가까운 곳에서 누구나 책과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사는 곳에 따라 문화생활의 기회가 달라지지 않도록 ‘1면 1도서관’의 약속을 끝까지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고삼 작은도서관이 주민들의 사랑방이 돼 책과 사람, 이야기가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고삼면에 문을 연 작은 공간은 안성시가 추진해온 생활문화 정책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형 문화시설 하나를 세우는 대신 시민이 살아가는 곳 가까이에 작은 문화거점을 두고, 그 거점들을 하나의 도서관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공간은 작아도 주민들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까지 작을 필요는 없다. 김 시장이 남긴 말처럼 “도서관이 가까워지면, 문화도 일상에 가까워진다.”
고삼 작은도서관이 앞으로 책을 빌리는 공간을 넘어 아이와 어르신, 이웃과 이웃을 이어주는 마을의 문화 사랑방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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