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아닌 아이 중심으로, 불합리한 차별 개선해야”
[이코노미세계] 같은 나이의 아이가 같은 지역에서 생활하지만 어느 기관에 다니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보육·교육 지원이 달라진다면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특히 그 대상이 외국인 영유아라면 문제는 단순한 기관별 지원 차이를 넘어 교육·보육의 형평성과 아동의 보편적 권리 문제로 이어진다.
경기도에서 어린이집에 다니는 외국인 유아와 유치원에 다니는 외국인 유아 사이의 재정 지원 격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어린이집 현장에서는 소관 부처 이원화에 따라 같은 연령의 외국인 유아라도 재원 기관에 따라 1인당 월 최대 33만원의 지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유보통합을 앞둔 상황에서 이 문제는 더욱 주목된다. 유아교육과 보육의 관리체계를 통합하겠다는 정책 방향과 달리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관별·소관 부처별 제도 차이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유보통합의 성패를 가늠할 기준 가운데 하나는 행정조직의 통합 자체가 아니라 ‘아이들이 실제로 같은 수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느냐’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김경옥 의원은 18일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 간부진과 정담회를 열고 도내 외국인 영유아의 보육·교육비 지원 격차 해소와 형평성 있는 제도 마련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정담회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외국인 유아에 대한 지원 기준이다.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 간부진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외국인 유아가 유치원에 다니는 외국인 유아와 비교해 1인당 월 최대 33만원의 재정 지원 차이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회 측은 이러한 차이가 소관 부처가 나뉘어 있는 현행 구조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보고 동일 연령 유아에게 동일한 수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건의했다.
쟁점은 명확하다. 아이의 연령이나 교육·보육 필요성이 아니라 ‘어느 기관에 다니느냐’가 지원 규모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그동안 각각 교육과 보육이라는 서로 다른 제도적 틀 안에서 운영돼 왔다. 그러나 부모와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두 기관 모두 영유아가 하루의 상당 시간을 보내며 교육과 돌봄을 받는 공간이다.
더욱이 정부가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존의 행정적 구분이 지원 격차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계속 남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외국인 영유아 문제는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정책의 사각지대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기관을 선택하는 부모에게 부담이 돌아갈 뿐 아니라 아이에게 제공되는 교육·보육 환경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김경옥 의원은 이날 현장의 문제 제기에 공감을 표시하며 교육·보육 정책의 기준을 기관이 아닌 아이에게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교육과 보육은 기관의 유형이나 소속에 따라 차등이 있어서는 안 되는 보편적 권리”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이번 논의의 핵심을 압축한다. 현재의 제도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라는 공급기관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면 앞으로의 제도는 서비스를 받는 영유아를 중심으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연령대의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과 돌봄의 기본 수준이 기관 유형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은 정책 형평성 차원에서도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
특히 외국인 영유아는 국적과 체류 여건, 부모의 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 정책 접근성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제도 설계 과정에서 더욱 세심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번 논의가 단순히 ‘33만원을 더 지원하느냐’의 문제로만 다뤄져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핵심은 공공 교육·보육정책이 어떤 아이까지 포용할 것인지, 그리고 동일한 조건의 아이에게 어느 정도까지 동일한 기회를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이번 외국인 유아 지원 격차 논란은 유보통합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유보통합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뉜 유아교육·보육체계를 하나의 정책 틀에서 관리해 영유아에게 보다 균등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향성을 갖는다. 그러나 조직과 업무를 통합하는 것만으로는 현장의 격차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지원 대상과 규모, 재원 부담 주체, 집행 방식 등 세부 제도가 서로 다르면 통합 이후에도 기존 격차가 다른 형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 역시 이 점을 강조했다. “유보통합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부서 간 칸막이 행정으로 인해 아이들이 불합리한 차별을 받는 것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며 교육청과 도청의 긴밀한 협의와 조율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어 “어느 기관에 다니더라도 공평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의회 차원에서 적극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앞으로 필요한 것은 교육청과 경기도가 각각의 제도와 예산만을 따로 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영유아 한 명을 중심으로 지원체계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작업이다. ‘교육청 소관인가, 도청 소관인가’보다 먼저 ‘같은 아이에게 왜 지원 차이가 발생하는가’를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유보통합이 현장에서 체감되기 위해서는 기관을 관리하는 행정체계뿐 아니라 지원 기준 역시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외국인 유아 사이의 지원 격차는 향후 유보통합 정책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점검 지표가 될 수 있다.
교육과 보육의 통합을 추진하면서도 같은 연령의 아이가 선택한 기관에 따라 지원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면 정책 수요자인 학부모 입장에서는 ‘통합’을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논의에서는 첫째, 유치원과 어린이집 외국인 유아에 적용되는 지원체계의 차이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둘째, 교육청과 경기도가 부담하는 재정의 범위와 역할을 조정하며, 셋째, 동일 연령·동일 필요를 가진 영유아에게 가능한 한 형평성 있는 지원이 제공되도록 기준을 정비하는 과정이 중요해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식이나 지원 확대 범위, 적용 대상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정담회 자료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예산 규모나 시행 시기 등은 제시돼 있지 않다.
도의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현장의 요구를 정책 의제로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청과 경기도의 협의를 촉진해 실제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는 조정 역할이 요구된다.
이번 논의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대한민국의 인구구조와 사회구성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과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교육·보육정책 역시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이 이미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다문화·외국인 자녀 역시 우리 사회의 소중한 미래 구성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출신이나 기관 구분 없이 모든 아이가 동등하고 차별 없는 교육·보육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외국인 주민과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들 자녀에 대한 보육·교육 문제는 더 이상 일부 지역이나 특정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사회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아이들이 성장한 뒤 사회 구성원으로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영유아 단계부터 교육과 돌봄의 기회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영유아기는 언어와 사회성, 생활습관 등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다. 따라서 외국인·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교육과 보육은 단기적인 복지지원 차원을 넘어 장기적인 사회통합의 관점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 어린이집 외국인 유아 지원 문제는 겉으로 보면 특정 지원제도의 형평성 문제지만 그 안에는 유보통합, 교육복지, 다문화정책, 지방재정과 같은 여러 정책 과제가 겹쳐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출발점을 어디에 둘 것이냐다. 유치원이냐 어린이집이냐, 교육청 소관이냐 경기도 소관이냐는 행정기관에는 중요한 구분일 수 있다. 그러나 아이와 부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필요한 시기에 안정적인 교육과 돌봄을 받을 수 있느냐는 문제다.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가 제기한 ‘월 최대 33만원 격차’는 이런 점에서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유보통합을 앞둔 교육·보육정책이 공급기관 중심의 오래된 경계를 얼마나 걷어내고 실제 수요자인 아이를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는지를 묻는 숫자다.
도의회가 교육청과 경기도 간 협의와 조율을 통해 대안을 찾겠다고 밝힌 만큼 이제 관심은 논의가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모인다.
유보통합의 최종 목표가 모든 영유아에게 질 높은 교육과 돌봄을 공평하게 제공하는 것이라면 출신과 국적, 그리고 다니는 기관에 따라 생기는 불합리한 격차를 줄이는 일은 피하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어느 기관의 아이인가’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키워야 할 아이인가’를 기준으로 정책을 다시 설계할 때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