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체험 넘어 실제 근무경력 확보, 개인 특성 맞춘 직무 발굴도 추진
[이코노미세계] 느린학습자를 위한 지원정책의 무게중심이 ‘교육과 훈련’에서 ‘취업과 자립’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직업훈련 기회를 확대하는 데 정책 역량이 집중됐다면, 이제는 교육을 마친 느린학습자가 실제 일터에 진입하고 안정적으로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촘촘하게 연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최혜경 의원이 이런 정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 의원은 14일 느린학습자의 고용 지원 방안을 구체적인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경기도 차원의 지속가능한 지원체계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단순한 취업 알선이 아니다. 느린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해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아내고, 일 경험을 통해 직무 적응력을 높인 뒤 실제 취업과 장기근속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개인에게 일자리를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직무 발굴부터 취업 이후 관리까지 하나의 체계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최 의원은 경기도일자리재단과 기존 논의를 토대로 느린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한 적합 직무 발굴과 일 경험 제공, 취업 연계, 고용 유지까지 연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느린학습자 지원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는 교육 이후의 연결이다. 교육과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했더라도 실제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당사자가 체감하는 정책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직무 적응과 근무환경 등의 문제로 고용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교육→훈련→취업으로 이어지는 지원체계 역시 제 기능을 다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최 의원이 이번 논의에서 ‘취업’과 ‘자립’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느린학습자를 위한 교육과 직업훈련의 기반은 꾸준히 확대돼 왔지만, 교육을 마친 이후 실제 일자리로 연결되는 과정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며 “이제는 프로그램을 얼마나 제공했는지가 아니라 실제 취업과 자립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책 성과를 바라보는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동안 지원사업의 성과가 교육 프로그램 수나 참여 인원 등 ‘투입’과 ‘과정’ 중심으로 평가됐다면 앞으로는 실제 취업자 수, 고용 유지 여부, 안정적인 직장생활과 자립 가능성 등 ‘결과’를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느린학습자 일자리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교육과 취업 사이에 놓여 있는 간극을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 직업교육을 받은 사람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자신의 특성과 맞지 않는 업무에 배치된다면 정책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육 프로그램 자체를 확대하는 것과 동시에 교육 이후 어떤 직무에 진입할 수 있는지, 실제 사업장에서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지, 취업 후 안정적으로 근무하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논의의 핵심이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이 제시한 방향도 이런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재단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활용해 단계별 일 경험 기회를 확대하고, 단기간의 체험에 머물지 않고 실제 근무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취업 연계와 사후관리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부분은 ‘일 경험’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제 업무를 경험할 기회는 자신의 직무 적합성을 확인하고 근무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다. 특히 느린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짧은 체험형 프로그램보다는 일정 기간 업무를 경험하면서 단계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기업까지 참여 기반을 확대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공부문에만 일 경험과 취업 기회를 의존할 경우 지원 규모와 직무 종류가 제한될 수 있다. 민간기업으로 참여 범위를 넓힐 수 있다면 느린학습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직무 선택지도 다양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업과 구직자를 단순히 연결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최 의원의 판단이다. 또 무엇보다 어떤 업무가 느린학습자에게 적합한지를 사전에 찾아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이어 느린학습자의 취업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려면 기존 일자리에 참여자를 단순 배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 의원은 참여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느린학습자가 수행할 수 있는 적합 직무를 사전에 발굴하고 개인별 특성과 직무를 매칭한 뒤 실제 근무 과정까지 체계적으로 지원·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느린학습자 고용정책에서 ‘직무 설계’와 ‘개인별 매칭’이 중요한 정책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느린학습자라고 해도 개인별 능력과 강점, 업무 적응 정도는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획일적인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정해진 직종에 취업시키는 방식보다는 개인의 특성을 파악한 뒤 적합한 업무를 연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런 체계가 마련돼야 고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채용 전 지원자의 특성과 직무 적합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근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지원기관이 함께 관리하는 구조가 구축된다면 기업의 참여 문턱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느린학습자 고용정책은 구직자만을 지원하는 사업이 아니라 ‘구직자-기업-지원기관’을 하나의 구조로 연결하는 정책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지원기관은 적합 직무를 발굴하고 구직자를 교육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과 참여자를 연결한 뒤 취업 이후에도 안정적인 근무가 이어질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번 논의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고용 유지’다. 일자리 정책에서는 흔히 취업 여부가 가장 중요한 성과지표로 다뤄진다. 하지만 느린학습자에게는 취업만큼이나 취업 이후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취업이 정책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지원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터에서는 업무 숙련뿐 아니라 동료와의 관계, 지시 이해, 근무시간 준수 등 여러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개인별 특성에 따라 적응에 필요한 시간과 지원 수준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취업 이후 일정 기간 참여자의 근무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지원기관이 기업과 소통하면서 문제를 조정할 수 있는 사후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이 일 경험에서 취업 연계와 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방안을 제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같은 방식이 실제 사업으로 구체화된다면 기존의 단기 교육·체험 중심 사업과 차별화할 수 있다. 정책의 목표도 ‘몇 명을 교육했는가’에서 ‘몇 명이 취업해 얼마나 안정적으로 근무하고 있는가’로 이동하게 된다.
정책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일 경험처와 고용처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활용한 단계별 일 경험 확대 방안을 제시한 만큼 향후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등이 어떤 역할을 맡을지도 주목된다.
공공부문에서 다양한 직무를 발굴해 느린학습자가 실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민간기업 취업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마련된다면 일자리 지원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동시에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안도 중요하다. 실제 고용시장의 대부분을 민간부문이 차지하는 만큼 지속가능한 사업이 되려면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일 경험이 민간 일자리로 확장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기업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기업별 업무를 분석해 느린학습자가 수행할 수 있는 직무를 찾아내고, 참여자의 특성과 기업의 업무수요를 정교하게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에 취업 이후 사후관리까지 더해져야 기업 역시 지속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결국 정책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기업을 참여시켰느냐’보다 ‘얼마나 적합한 일자리를 만들어 안정적인 고용으로 연결했느냐’에 달릴 가능성이 크다.
최 의원이 강조하는 최종 목표도 여기에 있다. 느린학습자 일자리 지원을 특정 시기나 단기 프로그램에 머무는 사업이 아니라 경기도의 지속가능한 고용지원 체계로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앞으로도 경기도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느린학습자 일자리 지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할 행정·재정적 기반과 함께 일 경험처 확보, 참여기업 발굴, 적합 직무 개발, 개인별 지원, 취업 연계, 사후관리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특히 사업이 확대될수록 정책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도 중요해진다.
단순 참여 인원이나 교육 횟수보다는 일 경험 이후 실제 취업으로 연결된 비율, 취업 후 일정 기간 고용이 유지되는 정도 등을 중심으로 정책 효과를 점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는 최 의원이 강조한 ‘프로그램 제공’에서 ‘취업과 자립’으로의 정책 전환과도 맞닿아 있다.
느린학습자를 위한 교육과 훈련은 출발점이다. 그러나 정책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곳은 교육장의 수료식이 아니라 실제 일터라는 것이 이번 논의가 던지는 메시지다.
교육을 받은 뒤 일 경험을 하고, 자신의 특성에 맞는 직무를 찾아 취업한 뒤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교육정책과 고용정책이 비로소 하나의 연결된 지원체계가 될 수 있다.
경기도가 앞으로 구체적인 사업 설계 과정에서 어떤 직무를 발굴하고 어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낼지, 또 취업 이후 고용 유지와 사후관리를 어떤 방식으로 제도화할지가 관건이다.
느린학습자 정책의 성패를 ‘지원 프로그램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 일자리와 자립’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최 의원의 문제 제기가 경기도의 새로운 고용지원 모델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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