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 이천 장호원 전통시장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초록빛 채소 모종과 형형색색 꽃묘목이 장터를 가득 메우고, 갓 튀겨낸 봄나물 튀김 냄새가 골목마다 퍼지면서 농번기를 맞은 오일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장호원 오일장은 단순한 거래 공간을 넘어 농촌 공동체의 정서와 지역경제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생활 플랫폼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환경 속에서도 장날 특유의 정겨움과 사람 냄새가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는 평가다.
이천시는 21일 공식 SNS를 통해 장호원 오일장의 풍경을 소개하며 “초록빛 생명력이 넘치는 장터”라고 표현했다. 실제 시장 곳곳에는 고추·고구마·상추 모종을 구매하려는 시민들과 농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농번기를 앞둔 시기인 만큼 장터의 중심은 단연 모종 판매대였다. 상인들은 “지금 심어야 가장 잘 자란다”며 모종 상태를 설명했고, 시민들은 하나하나 손으로 살펴보며 구매에 나섰다. 특히 고추와 상추 모종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가정에서도 손쉽게 재배할 수 있어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시장 한편에는 화려한 꽃과 묘목도 진열됐다. 붉은색과 노란색, 보랏빛 꽃들이 장터를 물들이며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일부 시민들은 꽃 사진을 촬영하거나 화분을 들여다보며 봄 정취를 만끽했다.
전통시장의 매력은 단순히 물건 구매에만 머물지 않는다. 장호원 오일장에는 ‘장날에만 느낄 수 있는 풍경’이 살아 있다.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대화와 상인들의 호객 소리, “하나 더 넣어드릴게요”라는 덤 인심이 어우러지며 정겨운 분위기를 만든다.
특히 먹거리 골목은 시장의 활력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갓 튀겨낸 봄나물 튀김과 고소한 빵 냄새는 방문객들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멈춰 세운다. 상인들은 “봄나물 튀김은 장날에만 맛볼 수 있는 별미”라며 손님 맞이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장호원 지역에서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빨간어묵’ 역시 빠질 수 없는 대표 먹거리다. 얼큰하면서도 달큰한 국물 맛 덕분에 장날마다 긴 줄이 이어진다. 일부 시민들은 “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시장에 오면 꼭 먹었던 음식”이라며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전통시장이 지닌 가장 큰 가치는 공동체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된 시대에도 장터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살아 움직인다. 물건을 사고파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누는 풍경은 여전히 지역사회의 중요한 문화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장호원 오일장에서는 농작업 도구를 고르는 어르신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튼튼한 호미와 장화, 농사용 장갑 등을 살펴보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농촌의 현실적인 삶과 생동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상인들의 친근한 응대 역시 시장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물건을 정성껏 골라 검은 봉지에 담아주는 상인들의 손길과 미소에는 대형 유통시설에서는 쉽게 느끼기 어려운 인간적인 온기가 담겨 있다.
지역 여론에 따르면 이러한 전통시장의 감성적 가치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 콘텐츠 측면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한 소비 공간을 넘어 체험형 문화 공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 상인 유입과 야시장 운영, 특화 먹거리 개발, 문화공연 연계 등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장호원 오일장 역시 지역의 역사성과 생활문화를 담은 대표 콘텐츠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장호원 오일장은 ‘추억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부모 손을 잡고 시장을 찾던 어린 시절 기억, 장날마다 들리던 상인들의 목소리, 시장 골목에 퍼지던 튀김 냄새는 세월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지역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전통시장이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잇는 생활문화 공간으로 재조명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빠르고 편리한 소비문화가 대세가 된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느리고 따뜻한 공간을 찾고 있다.
초록빛 모종과 봄꽃,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한 장호원 오일장은 오늘도 지역민들의 삶 한가운데에서 계절의 변화를 알리고 있다. 장날의 활기 속에는 단순한 상거래를 넘어 지역 공동체의 온기와 농촌의 생명력이 함께 담겨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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