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한때 도시의 부담으로 여겨졌던 경전철이 이제는 시민의 일상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미래는 준비하는 도시에 있다”며 의정부경전철의 중장기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단기 운영 논란을 넘어 향후 20~30년을 내다보는 구조적 해법 마련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의정부는 전국에서 경전철을 운영하는 몇 안 되는 도시다. 설치 과정부터 운영 단계까지 크고 작은 어려움과 논란이 뒤따랐다. 재정 부담, 이용률, 시스템 안정성 등은 늘 지역사회의 뜨거운 쟁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경전철은 시민의 출퇴근길과 통학길, 병원과 시장을 오가는 생활 교통망으로 자리 잡았다.
김 시장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여러 어려움과 한계,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이제 경전철은 분명히 의정부 시민의 일상 속에 자리 잡은 대중교통”이라고 평가했다. 과거의 논쟁을 부정하기보다 현재의 현실을 인정하는 접근이다.
의정부경전철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늘 경제성과 재정이었다. 건설비와 운영비, 수익 구조 문제는 지방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사안이었다. 개통 초기 낮은 이용률과 적자 구조는 시민 피로감을 키웠다.
하지만 도시의 교통 구조는 고정된 것이 아니었다. 자동차 중심에서 대중교통 중심, 더 나아가 보행 친화 도시로의 전환 흐름 속에서 경전철의 역할은 서서히 재평가됐다. 도시 내 단거리 이동, 정시성, 환경성 측면에서 경전철은 기존 교통수단과 다른 가치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출퇴근 시간대 승객 흐름이 안정화되고, 생활권 이동 패턴이 형성되면서 경전철은 ‘있으면 좋은 교통수단’이 아닌 ‘없으면 불편한 인프라’로 인식이 변화했다. 교통수단의 평가는 숫자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김동근 시장이 제시한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단기적인 운영 논란을 넘어서겠다”는 선언이다. 지방정부의 교통정책이 선거 주기나 단기 재정 상황에 좌우돼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읽힌다.
시는 앞으로 20~30년을 내다보는 경전철 중장기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이번 전략의 특징은 단순 운영 개선을 넘어 도시 구조 변화, 인구 흐름, 교통 수요, 도시미관까지 함께 고려한다는 점이다.
김 시장은 “경전철을 어떻게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고, 시민 친화적으로 발전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교통정책을 도시정책의 일부가 아닌 핵심 축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의정부경전철은 장기간 운영되며 시설 노후화 문제가 현실적 과제로 떠올랐다. 철도 시스템 특성상 안전성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단순 유지보수 차원을 넘어 구조적 진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시는 우선 ▲시설 노후화 ▲운영 안정성 ▲재정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이는 기술적 문제와 재정적 문제를 분리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자동무인운전 시스템 전반에 대한 진단 및 개선 방안이 주요 과업으로 제시됐다. 무인 시스템은 효율성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안정성과 신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전략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전환 가능성’과 ‘대체 수단’ 검토다. 시는 ▲노후화에 따른 기술·재정적 위험요인 분석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철도 시스템 전환 가능성 ▲가이드웨이버스 등 대체 교통수단 도입 가능성 등을 함께 살핀다.
이는 기존 시스템을 무조건 유지하겠다는 접근이 아니다. 그렇다고 즉각 폐지나 급진적 변화도 아니다. 도시 여건과 비용, 효율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열린 전략’에 가깝다.
가이드웨이버스는 철도와 버스의 특성을 결합한 방식으로, 비교적 낮은 건설비와 유연성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다만 실제 적용 여부는 도시 구조, 수요, 운영비 등 다층적 검토가 필요하다.
시는 현재 운영 환경의 한계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경전철 차량 단종에 따른 유지관리 부담 ▲무임승차 비율 증가에 따른 수익 구조 변화 ▲버스 노선과의 경쟁 관계 등이 대표적이다.
차량 단종 문제는 단순 기술 이슈가 아니다. 부품 수급, 유지보수 비용, 안전성 확보 등 장기 재정과 직결된다. 무임승차 비율 증가는 공공성 확대라는 긍정적 의미와 재정 압박이라는 현실적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다.
버스와의 경쟁 관계 역시 도시 교통체계 전반의 재설계를 요구하는 지점이다. 동일 생활권에서 교통수단 간 중복 경쟁은 효율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김동근 시장은 경전철 문제를 단순 교통 이슈로 보지 않는다. 그리고 “의정부경전철의 미래는 도시 경쟁력, 삶의 질, 지속 가능성과 연결된 문제”라고 규정했다.
이는 교통 인프라가 도시 이미지와 투자 환경, 생활 만족도까지 좌우하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다. 교통은 더 이상 이동 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도시의 구조와 경제, 환경을 동시에 규정하는 핵심 변수다.
걷고 싶은 도시, 자동차 의존도를 낮춘 도시, 환경 부담을 줄인 도시는 이제 경쟁력의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경전철은 이러한 도시 전환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할 수 있다.
김 시장의 표현 중 반복되는 단어는 ‘차분함’과 ‘책임감’이다. 경전철은 기술·재정·정치·시민 체감이 얽힌 복합 정책이다. 성급한 결정은 또 다른 논란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시는 이번 전략을 통해 구조적 데이터를 축적하고, 장기 시나리오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책의 방향을 미리 단정하기보다 선택지를 넓히는 접근이다.
결국 이번 전략 수립의 의미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이미 도시의 일상이 된 교통 인프라를 어떻게 미래 세대까지 안정적으로 이어갈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의정부경전철을 둘러싼 논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 다만 분명한 변화는 있다. 논쟁의 초점이 ‘존폐’에서 ‘미래 설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동근 시장의 말처럼, 미래는 준비하는 도시의 몫일지도 모른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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