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의 숨겨진 자산이 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성남시는 해당 자산이 추징보전 해제나 재산 처분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가압류·가처분 규모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의 소극적 협조와 법원의 결정 지연이 이어지면서 ‘범죄수익 환수’라는 사법 정의가 공허한 구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남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남욱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천화동인 4호(현 엔에스제이홀딩스)를 상대로 한 300억 원 규모 채권 가압류 과정에서, 해당 법인 계좌에 대해 검찰이 이미 1,010억 원 상당의 추징보전 조치를 취해둔 사실을 확인했다.
여기에 더해 남욱 명의의 서울 강동구 소재 부동산 역시 약 1,000억 원 상당으로 평가돼 추징보전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도 뒤늦게 파악됐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던 남욱 관련 은닉·보전 자산만 최소 2,000억 원에 달하는 셈이다.
성남시는 해당 계좌에 대해 가압류 가액을 1,0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강동구 부동산 역시 권리관계를 재검토한 뒤 추가 가압류에 나설 방침이다.
문제의 핵심은 정보 공백이다. 성남시는 여러 차례에 걸쳐 검찰에 실질적인 추징보전 재산 목록 제공을 요청했지만, 검찰이 넘긴 자료는 실제 집행 현황이 아닌 ‘법원의 초기 추징보전 결정문’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성남시는 어떤 계좌와 부동산이 실제로 묶여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민사상 가압류 절차를 진행해야 했다. 결국 시는 26만 페이지에 달하는 형사기록을 직접 열람·등사하며 은닉 재산을 추적하는, 이른바 ‘탐정식 행정’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법조계에서는 “형사 절차에서 이미 파악된 재산 정보를 지자체의 민사 환수 소송에 적극 공유하지 않는 것은 제도적 공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법 절차의 지연은 곧 ‘재산 누수’로 이어지고 있다. 성남시는 남욱 관련 법인이 보유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부지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으나,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검찰이 이미 추징보전을 했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성남시는 즉각 항고했지만, 2주가 넘도록 법원의 추가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부동산 업계에서는 해당 부지가 다시 500억 원대 매물로 시장에 나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미 강동구 소재 건물 일부는 경매를 통해 소유권이 이전되며, 검찰의 추징보전 효력이 소멸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범죄수익 환수를 둘러싼 ‘시간 싸움’에서 행정과 사법 시스템이 번번이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현 상황을 두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민사소송 지원을 약속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검찰의 협조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성호 장관의 발언과 달리, 실질적 재산 목록 제공이나 환수 전략 공유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 시장은 “결국 성남시가 시민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직접 은닉 재산을 추적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장동 1심 형사재판에서 법원이 인정한 범죄수익 추징액은 473억 원에 불과했다. 수천억 원 규모로 거론되던 개발 이익과 비교하면 극히 일부다. 더구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향후 추가 환수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지난해 12월 1일 대장동 일당 4명을 상대로 14건의 가압류·가처분을 신청했고, 이 중 12건(5,173억 원)이 인용됐다. 그러나 항고와 미결정 사건이 남아 있어, 실제 환수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지자체와 검찰 간 갈등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형사 추징과 민사 환수가 분절돼 있고, 정보 공유와 신속 결정 장치가 부재한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범죄수익 환수는 선언이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말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법원의 신속한 판단, 검찰의 실질적 정보 제공, 지자체의 민사 집행이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않는다면, 대형 경제범죄의 수익은 언제든 ‘합법적 거래’의 외피를 쓰고 시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
대장동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사라지는 것은 범죄자의 책임이 아니라, 시민이 돌려받아야 할 공공의 몫일지도 모른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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