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교통망 구축 시간표 맞추는 ‘선교통 후입주’ 강조
[이코노미세계] 수도권 남부지역의 철도 지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수원에서 의왕을 거쳐 군포와 안산으로 이어지는 신분당선 연장사업을 국가 철도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4개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수원·의왕·군포·안산시는 최근 경기도의회에서 신분당선 수원·의왕·군포·안산 연장사업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 달라는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수도권 남부를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묶기 위한 광역교통 협력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공동건의는 단순히 철도 노선 하나를 늘리는 차원의 요구가 아니다. 의왕·군포·안산 3기 신도시를 비롯해 수도권 남부 곳곳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주택·도시개발사업에 맞춰 선제적으로 광역교통망을 구축하자는 제안이다.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뤄진 뒤 교통대책을 마련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도시개발 단계부터 철도망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담겼다. 교통 인프라가 도시의 정주 여건은 물론 산업 경쟁력과 인구 유입, 지역 균형발전까지 좌우하는 핵심 기반이라는 판단에서다.
김성제 의왕시장은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동건의문 채택 사실을 알리면서 “혼자 가면 길이지만, 함께하면 현실이 될 수 있다”며 “이번 공동건의가 수도권 남부 철도교통망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분당선은 수도권 남부와 서울 강남권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광역철도다. 수원·광교 지역 주민의 서울 접근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를 의왕과 군포, 안산까지 연장하면 수도권 남부 서남권 주민의 이동 편의가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의 설명이다.
특히 수원·의왕·군포·안산은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통근과 통학, 소비, 의료, 문화생활이 활발하게 오가는 사실상의 공동생활권이다. 그러나 도시 간 이동은 여전히 도로 교통과 승용차, 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출퇴근 시간대 주요 간선도로의 정체가 반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분당선 연장은 이들 도시를 하나의 철도축으로 연결해 자동차 중심의 이동 구조를 대중교통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수원에서 의왕·군포를 지나 안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노선이 구축되면 도시 간 접근성이 향상되고, 기존 철도와의 환승을 통해 서울과 경기 남부 주요 거점으로의 이동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신분당선 연장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수도권 남부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개발사업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의왕·군포·안산 3기 신도시를 비롯한 각종 도시개발사업이 본격화하면 인구 유입과 함께 교통수요도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주택 공급에 비해 교통망 구축이 늦어질 경우 입주 초기부터 출퇴근난과 도로 정체, 대중교통 혼잡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수도권의 일부 신도시에서 주택 입주와 광역교통망 개통 시기가 맞지 않아 주민 불편이 장기간 이어졌던 사례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4개 지방자치단체는 공동건의를 통해 신도시와 철도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는 ‘선교통 후입주’ 원칙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분당선 연장사업이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돼야 노선과 사업 방식, 경제성 등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만큼 국가계획 반영이 사업 추진의 첫 관문인 셈이다.
의왕시에 신분당선 연장은 도시의 교통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핵심 현안으로 꼽힌다. 의왕시는 지리적으로 수도권 남부의 중심에 있지만, 도시 내부가 여러 생활권으로 나뉘어 있고 철도 접근성이 지역별로 차이가 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의왕시는 신분당선이 의왕을 통과하면 의왕역을 중심으로 기존 수도권 전철 1호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위례∼과천선 등 주요 철도망을 연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각각 추진되는 철도사업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의왕역을 수도권 남부의 환승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의왕시가 추진하거나 지역과 직접 관련된 철도사업은 신분당선 연장뿐만이 아니다. GTX-C노선 의왕역 정차를 비롯해 인덕원∼동탄선, 월곶∼판교선, 위례∼과천선 의왕 연장 등이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국도 1호선 월암역 추가 정거장과 동탄∼인덕원선 왕곡역 신설, 의왕역 지하화 및 복합개발도 주요 현안으로 거론된다.
이들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고 상호 연계되면 의왕은 남북 방향의 수도권 전철 1호선과 GTX-C노선, 동서 방향의 광역철도망이 교차하는 철도교통 요충지로 도약할 수 있다. 서울 강남권은 물론 판교와 과천, 수원, 안양, 군포, 안산 등 경기 남부 주요 도시로의 접근성도 한층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통망 확충은 시민들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역세권 개발과 상권 활성화, 기업 유치, 주거 가치 상승 등 도시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철도역을 중심으로 주거와 상업·업무·문화 기능을 집약하는 복합개발이 이뤄지면 의왕의 도시 공간구조도 달라질 수 있다.
김 시장이 철도교통망 확충을 민선 9기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것도 이 같은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도시가 지속해서 성장하려면 주거와 산업, 교육, 문화시설뿐 아니라 시민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 기반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시장은 “의왕의 철도교통망은 시민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도시의 미래 성장과 직결돼 있다”며 “위례∼과천선 의왕 연장, 인덕원∼동탄선, 월곶∼판교선, GTX-C 의왕역과 함께 신분당선 연장도 차질 없이 추진해 사통팔달의 철도교통망을 갖춘 의왕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의왕시는 지역의 철도 현안을 국가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중앙정부와의 협의도 이어가고 있다. 김 시장은 지난 7월 31일 국토교통부를 방문해 홍지선 제2차관을 만나 의왕시가 추진 중인 주요 철도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는 위례∼과천선 의왕 연장을 비롯해 국도 1호선 월암역 추가 정거장, 동탄∼인덕원선 왕곡역 신설, 의왕역 지하화와 복합개발 등이 논의됐다. 김 시장은 각 사업의 필요성과 지역 여건, 도시개발에 따른 교통수요 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위례∼과천선 의왕 연장은 의왕·군포·안산 3기 신도시 등 국가 주택공급정책과 연계되는 핵심 철도노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신도시 입주 이후 교통시설을 보완하는 방식으로는 예상되는 교통수요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방문이 의왕시의 개별 철도 현안을 중앙정부에 설명한 자리였다면, 이번 공동건의는 신분당선 연장과 관련된 4개 지방자치단체가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철도 노선은 여러 도시를 통과하는 광역사업인 만큼 특정 지방자치단체의 요구만으로는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철도가 지나는 지역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4개 도시가 공동건의문을 채택한 것은 신분당선 연장을 개별 도시의 민원이나 숙원사업이 아닌 수도권 남부 전체의 광역교통 과제로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다.
김 시장은 “철도사업은 시장의 의지만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며 “정부 계획에 반영돼야 하고, 관계기관 협의와 경제성·정책적 필요성에 대한 검토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움직여야 사업의 필요성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며 “수원과 의왕, 군포, 안산을 하나의 광역교통축으로 연결하고 수도권 남부의 철도 네트워크를 더욱 촘촘하게 만드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공동건의문 채택만으로 신분당선 연장사업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노선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과 예비타당성조사, 기본계획 수립, 설계, 재원 분담 협의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정부가 중장기 철도 건설 방향과 노선별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는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철도 노선을 건의하더라도 정부는 교통수요와 경제성, 지역 균형발전 효과, 기존 노선과의 연계성, 재원 조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반영 여부를 결정한다.
신분당선 연장사업 역시 예상 이용객과 노선안, 정거장 위치, 기존 철도와의 환승 체계, 사업비와 재원 분담 방식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마다 희망 노선과 정거장이 다를 수 있어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철도사업은 막대한 예산과 긴 사업 기간이 필요한 사회간접자본 사업이다. 국가계획에 반영되더라도 개통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따라서 4개 지방자치단체가 일회성 공동건의에 머물지 않고 수요 분석과 사업 논리 개발, 공동 대응체계 구축을 지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 추진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분당선 연장이 특정 지역의 교통 편의를 넘어 수도권 남부 전체의 교통 혼잡 완화와 탄소 배출 감축, 국가 주택공급정책 지원에 어떤 효과를 내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기존 철도 노선과의 연계 효과도 중요한 평가 요소다. 신분당선이 수도권 전철 1호선과 GTX-C노선, 위례∼과천선, 인덕원∼동탄선, 월곶∼판교선 등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단일 노선의 수요를 넘어 광역철도망 전체의 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의왕시도 공동건의를 출발점으로 삼아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인접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를 강화할 방침이다. 사업 필요성을 뒷받침할 논리를 보완하고 관계기관의 검토 과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신분당선 연장 논의의 핵심에는 교통과 도시개발의 시간표를 맞춰야 한다는 요구가 자리 잡고 있다. 3기 신도시를 비롯한 대규모 개발사업은 주택 공급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입주민들이 직장과 학교, 병원, 상업시설로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어야 비로소 제 기능을 하는 도시가 된다.
철도망이 제때 구축되지 않으면 새로 조성된 도시는 장기간 ‘교통 섬’으로 남을 수 있다. 승용차 이용이 늘어나 주변 도로까지 혼잡해지고, 버스 등 대체 교통수단의 부담도 커진다. 입주민의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면서 삶의 질과 지역 경쟁력이 동시에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도시개발 초기부터 철도망을 계획하면 역을 중심으로 주거와 상업, 업무시설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고 승용차 의존도를 낮추는 압축도시 개발도 가능하다. 철도교통망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도시의 성장 방향을 결정하는 기반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김 시장은 “대규모 개발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앞으로 교통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택이 들어선 뒤에 교통대책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개발 단계부터 충분한 철도교통망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동건의가 사업 확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 국가 차원의 검토와 여러 행정절차가 남아 있다”면서도 “시민에게 약속한 철도교통망 확충을 말로만 끝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수원·의왕·군포·안산시가 함께 내디딘 이번 첫걸음이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행정구역별로 흩어져 있던 교통 요구를 수도권 남부의 공동 현안으로 묶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공동건의의 동력을 구체적인 사업 논리와 지속적인 협력으로 이어가는 일이다. 신분당선 연장이 3기 신도시의 교통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고 수도권 남부를 촘촘하게 잇는 철도축이 되려면 정부의 정책적 판단과 지방자치단체들의 일관된 공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김 시장은 “국토교통부와 경기도를 비롯한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인접 지방자치단체들과 협력하면서 필요한 절차를 하나씩 밟아가겠다”며 “신분당선 의왕 연장이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분당선 연장사업은 이제 한 도시의 바람을 넘어 수원·의왕·군포·안산을 잇는 공동 과제가 됐다. 4개 도시의 연대가 수도권 남부의 교통지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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