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고양특례시가 한국항공대학교를 중심으로 항공안전기술원과 관련 기업을 연결하는 항공우주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대학이 보유한 연구·교육 역량에 전문기관의 기술력을 결합하고, 이를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게 한다는 구상이다.
고양시의 미래 먹거리를 기존 서비스산업에서 첨단기술산업으로 넓히려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항공우주와 항공안전 분야는 연구개발과 전문 인력, 시험·인증, 기업 활동이 긴밀하게 맞물려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고양시는 지역에 있는 한국항공대의 인적·기술적 기반을 활용해 산업 생태계 조성의 출발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항공안전기술원을 찾아 황호원 원장을 만나 고양시의 미래 비전과 항공우주산업 육성 계획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민 시장은 이 자리에서 항공안전기술원의 고양시 이전과 관련 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항공 분야 전문기관을 고양으로 유치해 한국항공대와 연계하고, 연구개발에서 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지는 산업 기반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민 시장은 “고양시는 한국항공대와의 산학협력을 바탕으로 항공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며 “여기에 항공안전기술원까지 함께한다면 연구개발과 기업 유치,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큰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양을 대한민국 항공우주·항공안전 산업의 중심도시로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고양시가 내세운 항공우주산업 육성 구상의 핵심은 ‘연결’이다. 한국항공대를 중심으로 대학의 연구 역량과 전문 인력을 활용하고, 항공안전기술원과 같은 전문기관의 기능을 더해 관련 기업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항공우주산업은 단순히 제조시설 한두 곳을 유치하는 것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기초·응용 연구부터 인력 양성, 기술 검증, 안전관리,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여러 주체의 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학과 연구·전문기관, 기업, 지방자치단체가 유기적으로 역할을 나눌 수 있는지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고양시에는 항공 분야 특성화 대학인 한국항공대가 있다. 시는 이러한 지역 자산을 산업정책과 연결해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에 축적된 산학협력 경험을 토대로 연구개발 성과가 기업의 기술혁신과 창업,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항공안전기술원 유치 구상도 같은 맥락에서 제시됐다. 전문기관이 고양시에 자리 잡을 경우 한국항공대와의 연구·교육 협력이 한층 긴밀해지고, 관련 기관과 기업을 추가로 불러들이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기관과 대학이 공동 연구과제를 발굴하고 기업이 기술개발 과정에 참여한다면 연구 성과의 현장 적용 가능성도 커진다. 학생과 연구자에게는 실무 중심의 연구와 취업 기회가, 기업에는 전문 인력과 기술 협력 기반이 제공될 수 있다.
고양시가 기대하는 효과는 크게 연구개발 역량 강화, 관련 기업 유치, 전문 일자리 창출로 압축된다.
우선 항공안전 분야의 전문기관과 한국항공대가 협력하면 공동 연구와 기술 교류를 확대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대학의 학문적 연구와 전문기관의 현장 경험을 연결하면 항공우주·항공안전 분야의 실질적인 연구 성과를 끌어낼 가능성이 커진다.
연구 역량의 집적은 기업 유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첨단산업 기업은 부지나 교통 여건뿐 아니라 전문 인력 확보 가능성, 연구기관과의 접근성, 산학협력 환경 등을 중요한 입지 조건으로 검토한다. 대학과 전문기관이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협력 체계를 갖춘다면 관련 기업이 고양시를 선택할 유인이 높아질 수 있다.
기업 유치는 지역 일자리의 질을 바꾸는 계기도 된다. 항공우주·항공안전 분야는 연구직과 기술직 등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큰 산업이다. 산업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형성되면 고양시 청년들이 지역에서 공부하고 취업해 정착하는 구조도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고양시는 서울과 인접한 대규모 주거도시로 성장했지만, 도시 규모에 걸맞은 자족 기능을 확보하는 것은 지속적인 과제로 꼽혀 왔다. 지역 안에서 충분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시민들이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출퇴근해야 하는 구조를 개선하려면 경쟁력 있는 산업 기반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항공우주산업 육성은 개별 기관 하나를 유치하는 사업을 넘어 고양시의 경제구조를 장기적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전문기관과 기업이 들어서고 연구개발 투자가 늘어나면 직접 고용뿐만 아니라 교육, 업무지원, 생활서비스 등 연관 분야의 수요도 확대될 수 있다.
다만 구상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먼저 항공안전기술원의 이전 필요성과 가능성을 관계기관과 구체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공공 성격의 기관 이전은 해당 기관의 의지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우며, 정부 정책과 이전 타당성, 업무 연속성, 구성원의 정주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고양시가 다른 후보지보다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논리도 필요하다. 한국항공대가 있다는 상징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전 부지와 교통 접근성, 업무 공간, 연구시설, 주거·교육 환경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관련 기업 유치를 위한 후속 전략도 뒤따라야 한다. 기업이 실제로 고양시에 투자하도록 하려면 입주 공간과 행정 지원, 산학 공동연구, 전문 인력 채용, 투자비용 절감 방안 등이 구체화돼야 한다. 대기업이나 기관 몇 곳에 의존하기보다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과 창업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산학협력 역시 선언적인 업무협약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대학과 기관, 기업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구성하고 공동 연구과제, 인재 양성, 현장실습, 창업 지원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각 사업의 목표와 일정, 재원 조달 방안도 단계별로 제시해야 정책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산업 육성 과정에서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제시하는 일도 과제다. 첨단산업 정책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주민에게는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기관이나 기업의 유치 숫자만 강조하기보다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지, 지역 청년과 기업에 어떤 기회가 제공되는지를 지속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고양시는 서울과 인접해 있고 광역교통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과 인재 유치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여기에 한국항공대라는 전문 교육·연구기관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장점을 항공안전기술원 및 관련 기업과 효과적으로 연결한다면 수도권 서북부의 항공산업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관건은 기관 이전 요청을 실질적인 산업정책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전문기관 유치와 기업 집적, 인재 양성, 연구개발, 일자리 창출을 따로 추진하기보다 하나의 산업 생태계 안에서 맞물리게 해야 한다.
정책의 지속성도 중요하다. 항공우주산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다. 시장 상황이나 행정 여건 변화에 흔들리지 않도록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중앙정부와 관계기관, 대학, 기업의 역할을 명확히 나눠야 한다.
민 시장의 이번 항공안전기술원 방문은 고양시가 항공우주·항공안전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드러낸 행보다. 아직은 기관 이전과 기업 유치 협조를 요청한 초기 단계인 만큼 앞으로의 협의 과정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사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한국항공대를 품은 고양시가 전문기관과 기업까지 끌어모아 연구개발과 일자리가 함께 성장하는 항공우주산업 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