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 부담 완화하고 유입을 장기 정착으로 연결해야
[이코노미세계] 생애 첫 집은 한 채의 부동산을 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직장과의 거리, 자녀 교육, 교통 여건, 생활 편의시설은 물론 앞으로 가족이 살아갈 환경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선택이다. 어느 도시에서 첫 집을 마련하느냐는 질문은 결국 “어디에서 삶의 기반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 안양시 동안구가 전국에서 생애 첫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나타나 주목받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주택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 속에서 청년과 신혼부부들이 안양을 새로운 주거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안양시 동안구의 생애 첫 부동산 매수인은 1227명으로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많았다. 경기 광주시 1037명, 파주시 990명보다 많았고, 서울 노원구 616명, 도봉구 243명, 강북구 181명을 합한 수치도 넘어섰다. 과거 생애 최초 주택 수요가 집중됐던 이른바 서울 ‘노도강’ 지역보다 안양 동안구를 선택한 사람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흐름을 ‘도시의 미래를 보여주는 청년의 선택’으로 평가했다. 또 “생애 첫 집은 단순히 집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삶을 시작할 도시를 선택하는 일”이라며 “청년과 신혼부부가 안양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은 교통과 교육, 생활환경, 미래 가능성이 함께 선택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안양이 더 많은 사람의 첫 출발이 되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좋은 일자리와 주거, 생활환경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안양 동안구의 생애 첫 부동산 매수인 증가는 우선 서울 주택가격과 전셋값 상승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이나 신혼부부가 제한된 자금으로 주택을 마련하기 어려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수도권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양의 부상을 단순히 서울에서 밀려난 수요의 이동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게 중요한 것은 가격뿐 아니라 출퇴근 시간, 교육환경, 의료·문화시설, 공원, 상업시설 등 일상생활 전반의 조건이다.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교통이 불편하거나 생활 기반이 부족하면 장기 거주지로 선택하기 어렵다.
안양 동안구는 평촌신도시를 중심으로 교육·교통·상업·문화시설이 비교적 고르게 갖춰져 있다. 계획도시 특성상 생활권이 안정적으로 형성돼 있고, 서울과 인접해 수도권 주요 업무지역으로 이동하기도 수월하다. 여기에 신축 대단지가 들어서면서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수요가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역 부동산시장에서는 전용면적 59㎡ 등 중소형 주택을 찾는 생애 최초 매수자와 신혼부부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녀 출산과 양육을 고려하는 신혼부부에게는 단순한 주거 면적보다 학교와 학원, 공원, 병원, 대중교통을 하나의 생활권에서 이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안양이 가진 장점도 여기에 있다. 평촌신도시는 오랜 기간 축적된 교육환경과 상권을 갖췄고, 인덕원과 평촌, 범계 등을 연결하는 생활권도 형성돼 있다. 기존 기반시설에 신축 주택 공급이 더해지면서 ‘새집’과 ‘완성된 생활환경’을 동시에 원하는 젊은 실수요자의 선택을 끌어냈다는 것이다.
또 생애 첫 부동산 매수인이 많다는 것은 일반적인 주택 거래 증가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기존에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추가 매입한 것이 아니라, 무주택자가 자신의 첫 자산이자 생활 기반을 해당 지역에 마련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의 유입은 도시 인구구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젊은 세대가 유입되면 출산과 보육, 교육, 소비, 창업과 일자리 수요가 함께 늘어난다. 이는 지역 상권과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장기적으로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주택 구입은 전·월세 계약보다 장기적인 정착 의지가 강하게 반영되는 선택이기도 하다. 첫 집을 안양에서 마련한 주민들이 실제로 지역에 정착해 자녀를 낳고 키우며 경제활동을 이어간다면, 안양은 서울과 가까운 주거도시를 넘어 젊은 인구가 삶의 기반을 구축하는 자립적인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인구 유출과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일회성 지원금만으로 청년을 붙잡기는 어렵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감당할 수 있는 주거비, 편리한 교통, 질 높은 보육·교육, 문화와 여가를 함께 누릴 수 있어야 실제 정착으로 이어진다.
이런 점에서 안양 동안구의 생애 첫 주택 매수인 증가는 청년정책을 주거지원이라는 단일 영역이 아니라 도시 경쟁력 전반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청년이 도시를 선택하게 만드는 힘은 어느 하나의 정책이 아니라 일자리와 주거, 교통, 교육, 문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만들어진다.
평촌신도시의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젊은 수요층의 선택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힌다. 평촌은 1기 신도시로서 뛰어난 생활 기반을 갖췄지만, 준공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면서 주택과 기반시설의 노후화가 과제로 떠올랐다.
도시 정비가 계획대로 추진되면 주택환경 개선뿐 아니라 도로, 공원, 주차장, 생활 SOC 등 도시 기반시설을 함께 재편할 수 있다. 단순히 낡은 아파트를 새로 짓는 사업을 넘어 청년과 미래세대가 계속 거주할 수 있는 도시 구조를 만드는 작업이 돼야 한다.
교통망 확충에 대한 기대 역시 안양의 주거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수도권에서 주택을 선택하는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출퇴근 시간은 주택가격 못지않게 중요하다. 서울 접근성이 개선되면 같은 주택비용으로 더 나은 생활환경을 얻으려는 수요가 안양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교통 호재나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가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계획의 속도와 예측 가능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발표만 이어지고 사업이 늦어지면 주민 불편과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 정비사업 과정에서 원주민과 세입자의 이주 대책을 세우고, 공공시설과 교통 수요 증가에 대비하는 세밀한 도시계획도 필요하다.
그러나 생애 첫 주택 매수인 증가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청년과 신혼부부의 수요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 주택가격이 오르고, 결과적으로 뒤늦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무주택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안양 동안구는 올해 들어 신축 단지와 학군 수요, 평촌신도시 재정비 기대가 맞물리면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의 2026년 3월 넷째 주 조사에서는 동안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보다 0.48% 올라 당시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주택가격 상승은 기존 소유자에게는 자산가치 증가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무주택 청년에게는 진입 장벽이다. 생애 첫 매수인이 많아졌다는 현상이 곧바로 청년 주거 안정의 완성을 의미하지 않는 이유다.
특히 주택 매수 과정에서 대출 의존도가 높은 청년층은 금리와 경기 변화에 취약하다. 주택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과도한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 소득 감소나 금리 상승을 맞으면 가계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매수 증가 자체에만 의미를 두기보다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과 부채 위험까지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주거정책도 자가 소유 지원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당장 주택을 살 여력이 없는 청년, 일정 기간 임대주택에 거주하며 자산을 형성하려는 사회초년생, 출산을 앞두고 더 넓은 집이 필요한 신혼부부 등 주거 수요는 다양하다.
공공임대와 장기전세, 전·월세 대출이자 지원, 생애주기별 주거 상담 등 여러 선택지를 마련해야 한다. 안양시는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주택 매입·전세자금 대출이자 지원사업을 시행해 왔다. 앞으로는 지원 대상과 실효성을 지속해서 점검하고, 주택시장 변화에 맞춰 정책을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안양 동안구로 청년층의 주택 수요가 집중된 현상은 안양 내부의 지역 격차라는 과제도 함께 보여준다. 동안구는 평촌신도시를 중심으로 계획적인 주거환경과 교육·상업시설을 갖췄지만, 만안구는 구도심 비중이 높아 생활환경과 주택 여건에서 차이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동안구의 성과가 안양 전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만안구의 주거환경 개선과 생활 기반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 안양역과 명학역 주변, 박달동을 비롯한 구도심의 정비사업을 주택 공급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일자리와 상업, 문화, 공공서비스가 결합된 복합적인 도시재생으로 추진해야 한다.
청년이 특정 지역에만 몰리는 구조가 굳어지면 주택가격과 교육환경, 상권의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만안구의 교통과 주거환경이 개선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일자리가 확충되면, 청년과 신혼부부가 선택할 수 있는 주거 범위도 넓어진다.
지역 간 균형 발전은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동안구에 집중된 수요를 안양 전역으로 분산하려면 만안구에서도 교통과 교육, 돌봄, 문화생활을 일정 수준 이상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청년층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주거와 함께 일자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서울로 출퇴근하기 편리하다는 점만으로는 장기적인 도시 성장을 보장하기 어렵다. 교통망이 좋아질수록 외부 출퇴근이 늘어나 도시가 ‘잠만 자는 곳’에 머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안양 안에서 일하고 소비하며 여가를 누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청년 유입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된다. 첨단산업과 지식산업, 창업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지역 중소기업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청년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청년 창업 지원도 공간 제공이나 단기 사업비 지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기업이 지역에서 성장하고 인력을 채용하며 정착할 수 있도록 금융과 판로, 기술개발, 인재 양성을 연계해야 한다.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정책과 지역 일자리 정책이 함께 추진될 때 청년의 선택은 일시적인 유입이 아니라 지속적인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육과 교육환경도 중요하다. 신혼부부가 첫 집을 선택할 때는 현재의 출퇴근뿐 아니라 출산 이후의 삶까지 고려한다. 국공립어린이집과 돌봄시설, 안전한 통학로, 학교와 도서관, 공원 등 생활 기반을 촘촘히 갖추는 것이 또 다른 주거정책인 셈이다.
안양 동안구에서 확인된 1227명의 생애 첫 부동산 매수인은 단순한 거래 통계가 아니다. 청년과 신혼부부가 자신의 자산과 미래를 안양에 걸었다는 신호다. 동시에 안양시가 이들의 기대에 어떤 방식으로 응답할지를 묻는 지표이기도 하다.
도시의 진정한 경쟁력은 집을 사는 순간이 아니라 그 이후의 삶에서 확인된다. 출퇴근이 편리하고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으며, 가까운 곳에서 일자리와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다음 세대의 진입을 가로막지 않도록 공급과 주거복지 정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최대호 시장이 밝힌 ‘더 많은 사람의 첫 출발이 되는 도시’라는 구상이 현실이 되려면 생애 첫 주택 매수 1위라는 성과를 도시정책 전반의 혁신으로 연결해야 한다. 평촌의 재정비와 광역교통망 확충, 만안구의 균형 발전, 양질의 일자리 창출, 청년·신혼부부 주거지원이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청년이 집을 산다는 것은 그 도시에 미래를 맡기는 일이다. 안양을 선택한 청년들이 주택 구매를 넘어 일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뿌리내릴 수 있을 때, 이번 기록은 부동산시장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도시의 체질이 바뀌는 출발점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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