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축제·민간위탁·산하기관 운영비 집중 점검
민생·안전 지키고 저성과·중복사업은 과감히 조정
[이코노미세계] 의정부시가 급증하는 의무지출과 취약한 자체 세입 사이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재정 구조 전반을 수술대에 올린다. 단순히 예산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긴축을 넘어 모든 사업의 필요성과 효과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기업과 산업을 육성해 자체 수입을 늘리는 ‘재정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세입·세출 구조가 이어질 경우 의정부시의 재원 부족액은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4081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지 않더라도 이미 예정된 대규모 투자사업과 법정·의무경비만으로 재정 압박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원기 의정부시장은 13일 시청 회룡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8·13 의정부형 재정혁신’을 공식 선언했다. 김 시장은 “지금의 재정 구조를 더 이상 그대로 둘 수 없다”며 “현재의 재정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앞으로의 재정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정부형 재정혁신은 크게 세 축으로 추진된다.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살펴 불필요하거나 성과가 낮은 지출을 조정하는 ‘지출 구조 개편’, 기업과 산업을 육성하고 지방세·세외수입을 확대하는 ‘자체 세입 기반 확충’, 의정부의 행정 수요와 재정 여건이 반영되도록 지방교부세와 국·도비 보조사업 분담 구조를 바꾸는 ‘재원 배분 제도 개선’이다.
시는 이 과정을 행정기관 내부 판단에만 맡기지 않기로 했다. 시민과 재정 전문가, 여야 시의원이 참여하는 ‘시민참여 재정혁신TF’를 통해 예산 편성과 재정 운용 전반을 공개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의정부시가 재정혁신을 선언한 배경에는 자체 수입보다 의무지출이 훨씬 빠르게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의정부시 전체 예산은 2010년 5538억원에서 2026년 약 1조700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체 수입은 2700억원에서 3100억원으로 4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율로 보면 약 15%다.
예산 규모는 빠르게 커졌지만, 시가 자체적으로 확보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전체 예산의 증가가 탄탄한 지방세 기반 확충보다는 국·도비 보조사업과 이에 따른 의무지출 확대에 크게 의존해 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는 취약한 세입 기반의 원인으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과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중첩된 규제를 꼽았다. 장기간 이어진 규제가 기업 유치와 산업 기반 조성에 제약으로 작용하면서 안정적인 지방세 수입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의정부시가 밝힌 주민 1인당 지방세는 51만5000원으로 전국 시·군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규모 산업단지나 법인 세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 부담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수입을 단기간에 크게 늘리기도 쉽지 않다.
반면 복지와 교통을 비롯한 국·도비 보조사업은 계속 확대됐다. 보조사업은 국비나 도비가 지원되더라도 일정 비율의 시비를 의무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사업이 늘어날수록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대응 재원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의정부시에 따르면 전체 예산에서 국·도비 보조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사회복지 예산 비중이 전체 예산의 60%를 넘는 지방자치단체도 전국에서 의정부시가 유일하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이는 의정부시가 자체 복지사업을 무분별하게 늘려 나타난 결과라기보다 국가와 경기도의 정책에 따른 복지·교통 사업이 확대되면서 시의 의무 부담도 함께 증가한 영향이 크다고 시는 분석했다.
실제 2025년 의정부시 지방세 수입은 전년보다 12억원 증가했지만, 국·도비 보조사업에 투입해야 하는 시비는 184억원 늘었다. 자체 수입 증가액보다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지방비 증가액이 15배 이상 많았다.
세입이 조금 늘어도 그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의무지출로 빠져나가는 구조에서는 지역 특성에 맞는 신규 사업이나 시민 체감 정책에 투입할 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 예산 총액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의정부 재정의 취약점이다.
자체 세입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보완하는 지방교부세 역시 의정부시의 실제 행정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시의 판단이다.
현행 지방교부세는 인구뿐 아니라 행정구역 면적 등 여러 지표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의정부처럼 인구밀도가 높고 행정구역 면적이 작은 수도권 도시는 실제 복지·교통·도시관리 수요가 많더라도 교부세 산정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정부시 주민 1인당 지방교부세는 약 35만원이다. 반면 인구 규모가 비슷한 일부 비수도권 도시는 주민 1인당 교부세가 100만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시가 부담하는 실질적인 행정 수요보다 면적과 지역적 조건이 재원 배분에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게 의정부시의 주장이다.
교부세와 조정교부금 자체도 큰 폭으로 줄었다. 두 재원은 2022년 3894억원에서 2023년 2929억원으로 1년 만에 965억원 감소했다. 자체 세입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이전 재원까지 급감하면서 재정 운용의 어려움이 한층 커졌다.
시는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고 행정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지방채와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을 활용해 왔다. 현재 지방채 잔액은 약 1100억원이다. 일반회계의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려고 특별회계에서 빌린 뒤 아직 갚지 못한 차입금도 482억원에 이른다.
경기 변동이나 세입 감소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잔액은 10억원에 불과하다. 갑작스러운 재정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 장치가 사실상 소진된 것이다.
시는 지방채 발행과 기금 활용이 당시의 어려운 재정 여건에서도 필수 사업과 행정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재정혁신도 과거 정책 결정의 책임을 추궁하기보다는 현재의 재정 상태를 진단하고 미래 부담에 대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앞으로 의정부시가 감당해야 할 재정 부담이 지금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도봉산∼옥정 광역철도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C 건설분담금, 의정부경전철 대수선, 자원회수시설 현대화 등 시민 생활과 도시 기능에 필요한 대규모 사업이 잇따라 예정돼 있다.
공무원 인건비와 시설유지비를 비롯한 고정 지출도 증가하고 있다. 복지·교통 분야의 법정·의무경비 역시 시가 임의로 줄이기 어려운 지출이다. 신규 사업을 추진하지 않더라도 기존 사업과 예정된 투자만으로 재정 부담이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시의 중기 재정 추계에 따르면 현재의 구조를 바꾸지 않을 경우 부족 재원은 2027년 557억원, 2028년 1325억원, 2029년 1095억원, 2030년 1104억원으로 예상됐다. 4년간 누적 부족액은 4081억원이다.
별도의 세입 확충이나 지출 구조 개선이 없다면 부족분을 추가 지방채로 충당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지방채가 늘어나면 원금뿐 아니라 이자 부담까지 후속 예산에 반영돼 미래 세대가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을 제약한다.
재정혁신을 미룰수록 선택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의정부시 재정 운용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정부시는 재정 구조 개편의 첫 실행기구로 지난 10일 ‘시민참여 재정혁신TF’를 출범시켰다. TF에는 청년·복지·사회적경제 분야 시민과 지방재정·지방세·예산회계 전문가, 여야 시의원 등 17명이 참여한다.
시가 추진해 온 사업을 행정의 시각으로만 평가해서는 실질적인 원점 재검토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시민의 생활 경험과 전문가의 분석, 의회의 감시·책임 기능을 결합해 예산 개편의 객관성과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TF는 오는 10월까지 3개월 동안 의정부시의 세입·세출 구조를 진단한다. 사회복지·보건을 비롯해 산하기관 운영비, 행사·축제, 민간위탁, 민간단체 보조금 등 주요 지출 분야가 집중 점검 대상이다.
점검 기준은 사업의 존속 기간이 아니라 현재의 필요성과 효과다. 유사·중복사업은 없는지, 투입한 예산에 비해 성과가 낮은 사업은 무엇인지, 달라진 재정 여건에서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를 따져볼 방침이다.
산하기관에 대해서는 출연금과 보조금 의존도가 적정한지, 조직과 인력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는지, 기관 간 유사·중복 기능은 없는지 등을 살펴본다. 점검 결과에 따라 기능 조정이나 운영 효율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모든 예산을 일정 비율로 삭감하는 방식은 택하지 않는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복지 안전망, 시민의 일상을 유지하는 기본 행정서비스는 반드시 지킨다는 원칙을 세웠다.
재정혁신의 성패는 결국 ‘무엇을 줄일 것인가’보다 ‘무엇을 지킬 것인가’를 명확히 구분하는 데 달려 있다. 성과가 낮거나 중복된 사업을 정리하면서도 취약계층과 안전 관련 예산을 보호하려면 사업별 성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시민참여TF가 단순한 자문기구에 머물지 않고 실제 예산 조정으로 이어질지도 관건이다. 시는 단기간에 시행할 수 있는 과제를 2027년도 본예산 편성과 재정 운용에 반영하고, 중장기 검토가 필요한 사안은 별도의 재정 정상화 계획으로 이어갈 방침이다.
이어 시는 지출 개혁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재정을 만들기 어렵다.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해 단기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산업과 기업이 부족한 세입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같은 위기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는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기업 투자 유치에 힘을 쏟기로 했다. 특히 반환공여구역을 단순한 도시개발 대상이 아닌 기업·산업·일자리를 창출하는 성장 기반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미군 반환공여지는 오랜 기간 국가안보를 위해 도시의 핵심 공간을 제공해 온 의정부의 특수성을 상징한다. 이들 부지가 첨단산업과 기업 유치,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방세 확충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개발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공공시설과 주거 기능에만 치우칠 경우 안정적인 세입 기반 확충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반환공여지에 어떤 산업을 유치하고, 기업이 실제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와 기반시설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향후 재정혁신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의정부시는 자체적인 지출 개혁과 함께 지방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제도적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와 경기도에 개선을 요구하기로 했다.
우선 국·도비 보조사업의 재원 분담 비율을 지방정부의 실제 재정 여건에 따라 조정해 달라고 건의할 계획이다. 자체 세입이 부족하고 복지 수요가 많은 지역에 일률적인 지방비 분담률을 적용하면 재정이 취약한 지방정부일수록 더 큰 압박을 받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방교부세 산정 과정에도 인구밀도와 복지·교통 수요, 도시의 특수성이 실질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정구역 면적이 작다는 이유로 재정 수요가 적다고 판단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고밀도 수도권 도시가 겪는 비용을 제대로 계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환공여지가 기업과 산업, 일자리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신속하게 전환될 수 있도록 재정적·제도적 인센티브도 요청한다. 의정부가 국가안보를 위해 장기간 감당한 희생을 지역 발전을 위한 실질적 지원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논리다.
시는 비슷한 재정 여건을 가진 다른 지방자치단체들과 연대해 지방교부세와 보조사업 분담 구조 개편을 공동 건의할 방침이다. 의정부만의 문제가 아닌 지방재정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의제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의정부형 재정혁신의 최종 목표는 예산 삭감 자체가 아니다. 한정된 재원을 시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에 다시 배분해 정책 효과를 높이는 데 있다.
시는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시민참여 재정혁신TF뿐 아니라 민생경제TF와 교통혁신TF도 가동했다. 재정혁신TF가 지속 가능한 재정 기반과 활용 가능한 재원을 마련하면, 민생경제TF와 교통혁신TF가 이를 시민 체감형 사업으로 구체화하는 구조다.
시가 구상한 재정혁신이 효과를 내려면 몇 가지 과제도 풀어야 한다. 사업 조정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어떻게 조정할지, 평가 기준과 결과를 시민에게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할지, 지출 절감액이 실제 민생과 교통 분야에 재투자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기업 유치와 반환공여지 개발처럼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세입 확충 대책에 대해서도 단계별 목표와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와 경기도를 상대로 한 제도 개선 요구 역시 구체적인 산정 자료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의 연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김원기 시장은 “이번 재정혁신은 누구를 비판하거나 과거의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이 아니라 현재의 재정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앞으로의 재정 수요를 감당할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속해 왔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민에게 꼭 필요한 것은 지키고 바꿔야 할 것은 과감하게 바꿔 한정된 재원을 민생경제와 교통 등 시민에게 가장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겠다”고 강조했다.
예산을 줄이는 일은 선언만으로 가능하지만 재정 구조를 바꾸는 일은 성과 분석과 시민 설득, 정부의 제도 개선, 지역 산업 기반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가능하다. 의정부시가 내놓은 ‘8·13 재정혁신’이 일시적인 긴축을 넘어 도시의 세입·세출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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