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지방의회 의원의 이해충돌과 겸직,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김포시의회가 외부 전문가의 시각으로 의원 윤리 문제를 심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의원들이 동료 의원의 비위나 윤리 문제를 판단해 온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민간 전문가의 독립적인 자문을 받음으로써 의정 활동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김포시의회는 의원의 윤리성 확립과 공정한 의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자문위원회에는 학계와 언론계, 시민사회, 교육계 등에서 활동해 온 민간 전문가 7명이 참여한다. 위원장에는 김병화 전 김포시의회 사무국장이 선출됐다.
이번 위원회 출범의 핵심은 의원 윤리 문제를 의회 내부의 판단에만 맡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윤리심사와 징계 과정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의원의 겸직이나 영리행위, 이해충돌 가능성까지 폭넓게 들여다보게 된다.
특히 김포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의원의 윤리심사나 징계·자격심사를 진행하기에 앞서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반드시 수렴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문위의 역할은 작지 않다. 단순히 형식적인 의견을 내는 기구를 넘어 의원 징계와 자격심사 과정의 공정성을 보완하는 외부 통제 장치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지방자치법'과 '김포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에 따라 설치된 법정 자문기구다. 위원들의 임기는 앞으로 2년이다.
위원회가 맡게 될 첫 번째 역할은 의원의 겸직과 영리행위 제한에 관한 자문이다. 지방의원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직업과 경제활동을 기반으로 선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의원 개인의 직업이나 사업 활동이 의정 활동과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의원이 소속 상임위원회와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거나, 자신 또는 가족이 이해관계를 가진 사업과 연관된 예산·조례 심의에 참여할 경우 공정성 논란이 일 수 있다. 법적으로 허용되는 겸직이라 하더라도 시민의 눈높이에서 적절한지를 따져봐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자문위는 이처럼 겸직과 영리행위가 법령과 의회 규정에 어긋나는지를 살피고, 의정 활동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지에 대해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하게 된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안을 의회 내부의 정치적 판단에만 맡기지 않고 외부 전문가가 검토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의원들의 윤리강령과 윤리실천규범 준수 여부도 주요 심사 대상이다. 품위 유지와 청렴 의무, 이해충돌 방지 등 관련 자치법규를 위반했는지를 검토하고, 위반이 확인될 경우 징계 필요성과 적정 수위에 관한 의견을 낸다.
의원 징계와 자격심사는 개인의 정치적 생명은 물론 의회의 신뢰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판단이 지나치게 가벼우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과도한 징계가 이뤄지면 윤리제도가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 외부 전문가의 독립적 자문이 필요한 이유다.
자문위원회는 단순히 윤리규범 위반 여부만 판단하지 않는다. 의원 징계와 자격심사에 대한 자문은 물론 구체적인 징계 양정에 관한 의견도 제시할 수 있다.
징계 양정은 위반행위의 성격과 고의성, 반복 여부, 시민에게 미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징계 수위를 정하는 절차다. 같은 유형의 위반이라도 사안의 경중과 사후 조치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학계와 언론계, 시민사회, 교육계 등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위원들의 참여는 판단의 균형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문위원 구성을 특정 분야에 편중하지 않고 여러 영역의 민간 전문가로 꾸린 것도 눈에 띈다. 법과 제도의 관점뿐 아니라 시민의 눈높이, 공직윤리, 사회적 책임, 지역사회의 신뢰 등을 함께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위원장으로 선출된 김병화 전 김포시의회 사무국장은 의회 행정과 운영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문위의 안정적인 출범과 운영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의회 근무 경력을 가진 위원장이 조직 운영의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외부 자문기구에 요구되는 독립성을 얼마나 분명하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김병화 위원장은 “의회의 청렴성과 공정성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자문위원회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위원들의 귀중한 고견과 전문적인 자문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김계순 김포시의회 의장도 “각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독립적인 자문을 제공해 김포시의회가 시민에게 더욱 신뢰받는 의회로 발전할 수 있도록 큰 힘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위원회가 공식 출범했지만 제도의 성패는 실제 윤리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독립적이고 일관된 판단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
우선 윤리심사 대상과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의원의 발언이나 행동이 정치적 표현의 범위에 해당하는지,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겸직이나 이해충돌 문제도 법률 위반 여부와 시민이 기대하는 윤리 수준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같은 유형의 사안에 다른 판단이 내려지면 자문위의 신뢰는 흔들릴 수 있다. 위반행위의 고의성, 반복성, 피해 정도, 사후 해명과 시정 여부 등을 반영한 구체적인 심사 원칙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위원 개인의 성향이나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자문위 의견이 실제 징계 과정에서 어느 정도 반영되는지도 중요하다. 윤리특별위원회가 자문위 의견을 수렴하고 존중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최종 판단은 의회의 의결 과정과 연결된다. 자문 결과와 다른 결정을 내릴 경우 그 이유를 시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절차가 뒷받침돼야 한다.
운영 과정의 투명성 역시 풀어야 할 과제다. 윤리심사에는 의원 개인의 명예와 개인정보가 포함될 수 있어 모든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비공개를 원칙으로 삼을 경우 자문위가 실질적으로 활동하는지 시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범위에서 회의 개최 횟수와 심사 안건, 주요 판단 기준, 자문 결과의 반영 여부 등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와 조사 과정은 보호하되 제도의 작동 여부는 시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역할을 문제가 발생한 뒤 징계 여부를 판단하는 데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지방의회의 윤리 수준을 높이려면 사후 심사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임기 초 겸직 사항을 신고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직업과 사업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가족이나 법인 등을 통한 간접적인 이해관계가 새롭게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신고 내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변경 사항을 신속히 반영해야 이해충돌을 예방할 수 있다.
상임위원회 배정과 안건 심사 과정에서도 의원 개인의 이해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정 안건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의원은 심의·의결을 회피하도록 안내하고, 판단이 어려울 때 자문위에 사전 자문을 요청하는 체계를 마련하면 불필요한 논란을 줄일 수 있다.
윤리교육 역시 형식적인 강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실제 의정 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겸직과 수의계약, 정보 이용, 직무 관련자 접촉, 가족의 경제적 이해관계 등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교육해야 한다. 자문위가 심사 과정에서 축적한 사례를 익명화해 교육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같은 예방 기능이 자리 잡으면 자문위는 의원을 처벌하기 위한 기구가 아니라 의원들이 윤리적 위험을 미리 확인하고 피할 수 있도록 돕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윤리기준을 강화하는 동시에 의원들의 안정적인 의정 활동을 지원한다는 위원회 설립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선언이나 규정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윤리적 논란이 불거졌을 때 사실관계를 얼마나 신속하게 확인하는지, 정치적 이해관계와 관계없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지, 판단 결과를 시민에게 책임 있게 설명하는지가 신뢰를 좌우한다.
김포시의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위원들의 독립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충분한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심사 대상이 된 의원에게는 소명 기회를 보장하되 자료 제출이나 사실관계 확인이 지연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절차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자문위원들이 정당이나 의원 개인의 영향에서 벗어나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의회의 책임이다. 자문 결과가 정치적으로 불편하다는 이유로 축소되거나 외면된다면 위원회는 명목상의 기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명확한 기준과 투명한 절차를 통해 일관된 의견을 내고, 의회가 이를 충실하게 반영한다면 자문위는 김포시의회의 자정 능력을 높이는 핵심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나아가 의원 스스로 겸직과 이해충돌 가능성을 점검하고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행동하는 의정 문화를 만드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이번 출범은 김포시의회가 의원 윤리 문제를 더 이상 내부의 판단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제도적 선언이다. 이제 시민이 지켜볼 대목은 위원회의 구성 자체가 아니라 실제 사건 앞에서 보여줄 독립성과 일관성이다. 공정한 심사, 합리적인 징계 기준, 투명한 사후 설명이 함께 작동할 때 ‘신뢰받는 의회’라는 목표도 구호를 넘어 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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