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개발 따른 인구·교통 수요 대응, 정주여건 개선 협력
[이코노미세계] 남양주시와 지역 정치권의 당정협의 방식이 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해진 시기에 대규모 회의를 열어 여러 현안을 한꺼번에 논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교통·의료·환경·재정 등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시장과 국회의원, 지방의원, 관계 기관이 수시로 머리를 맞대는 방식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남양주시의 행정 수요에 기존의 정례적 협의 방식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최현덕 남양주시장은 더불어민주당 남양주(을) 지역위원회와 당정협의를 갖고 진접·오남·별내 지역을 비롯한 주요 지역 현안과 시 차원의 정책 과제를 논의했다고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협의에는 김병주 국회의원을 비롯해 손정자·최문광·김수연 남양주시의원 등이 참석했다. 남양주시가 18일 개최한 당정협의에는 시 관계자들도 참여해 교통과 의료, 문화, 생활 인프라 등 지역 현안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회의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개별 사업 자체뿐만 아니라 앞으로 현안을 다루는 방식이다. 김 의원은 대규모 당정협의에 국한하지 말고 현안별로 수시로 협의하자는 취지의 제안을 했고, 최 시장도 이에 공감했다.
행정과 정치권 사이의 협의 주기를 짧게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중앙정부나 경기도의 지원과 협조가 필요한 기초자치단체 현안은 시장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국비 확보나 중앙부처 협의,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업이라면 지역 국회의원과의 공조가 사업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남양주시가 ‘수시 당정협의’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정협의에서 지역위원회가 제시한 현안은 시민들의 일상과 직접 연결된 사안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지하철 4호선 진접선 증차를 비롯해 진접2지구 의료부지, 85정비대대 이전부지 활용, 오남천·용암천 정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훼손지 정비사업 등이 논의됐다.
특히 진접선은 남양주 북부지역 주민들의 서울 접근성과 직결되는 교통망이다. 시는 지난 8월 진접차량기지 운영 이후 예정됐던 진접선 운행 횟수 감축을 철회하고 왕복 158회 수준을 유지하기로 서울교통공사와 협의했다고 밝혔다. 시는 당시에도 최 시장과 김 의원이 서울교통공사 측에 운행 횟수 유지를 요청하며 협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내년 상반기 증회도 추진하고 있다.
이번 당정협의에서 ‘증차’ 문제가 다시 거론된 것은 현행 운행 횟수를 유지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실제 배차 간격을 줄이고 이용 편의를 높여야 한다는 지역 요구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남양주의 교통 문제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왕숙신도시와 진접2지구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인구와 이동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정협의에서도 도시 성장에 맞춰 광역교통망과 의료·문화·생활 인프라를 함께 확충하는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진접2지구 의료부지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신도시와 택지지구의 성패는 주택 공급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교통망과 의료시설, 교육·문화시설, 생활편의시설이 어느 시점에 얼마나 갖춰지느냐가 주민들의 정주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
남양주가 단순한 서울 배후 주거도시를 넘어 자족 기능을 갖춘 도시로 성장하려면 인구 증가 속도에 맞춘 기반시설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협의에서는 오남천과 용암천 정비 등 생활환경과 밀접한 현안도 다뤄졌다. 최근 지방자치 행정에서는 철도와 도로 같은 대규모 SOC뿐 아니라 주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하천과 공원, 문화·체육시설 등 생활 SOC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남양주시와 민주당 남양주(을) 지역위원회의 공식 당정협의에서도 오남호수공원과 오남근린공원 환경 개선, 양지리 새말천 정비, 어린이 관련 시설과 경로당 등 주민 생활과 가까운 사업들이 논의됐다. 이는 남양주의 도시정책이 ‘개발 규모’에서 ‘생활의 질’로 확장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진접·오남·별내 지역은 개발과 인구 증가가 계속되는 지역인 만큼 교통시설 확충과 동시에 기존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을 병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85정비대대 이전부지 활용도 지역 차원에서는 관심이 큰 사안이다. 군부대 이전 뒤 남는 부지를 어떤 용도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주변 지역의 도시 구조와 생활환경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훼손지 정비사업 역시 단순한 환경 정비를 넘어 도시 공간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연결된다.
지역위원회가 생활 현안을 제시했다면 남양주시는 제도와 재정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시는 미래대응기금과 관련한 자주재정권 약화 문제를 비롯해 마석모란공원 민주기념센터 건립, 헌법친화도시 조례 제정, 기본사회 조례 제정,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지방비 부담이 가중되는 장기요양급여 체계 개편 등을 건의했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부분은 지방재정과 복지재정 부담이다. 지방정부가 수행해야 할 복지사업과 각종 정책사업은 확대되고 있지만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중앙정부 정책에 따라 지방비 부담이 함께 늘어나는 구조에서는 인구가 증가하는 지방자치단체일수록 재정 운용의 압박이 커질 수 있다.
남양주시가 장기요양급여 체계 개편을 제시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과 연결된다. 고령화로 복지 수요가 증가할수록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재원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지 확대 여부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분담할 것인지가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된다.
‘자주재정권’ 문제가 당정협의 의제로 등장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운용할 수 있는 재원이 충분해야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반대로 재정 운용의 자율성이 낮아지면 지역 현안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교통이나 개발 사업뿐 아니라 지방재정 구조 자체가 지역 정치권과 지방정부가 함께 다뤄야 할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당정협의에서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협의의 형식이다. 김병주 의원은 대규모 당정협의 외에도 현안별 수시 협의를 제안했고, 최현덕 시장도 이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시장은 시장과 국회의원이 모두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상황에서 반드시 대규모 회의 형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사안에 따라 공식·비공식 협의를 병행해 현안을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 시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지역 행정의 현실을 감안하면 의미가 적지 않다. 지하철 증차 문제 하나만 해도 남양주시와 지역 정치권만의 결정으로 끝나는 사안이 아니다. 서울교통공사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야 하고, 철도·도로 등 광역교통 사업은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정책 및 재정 지원과 연결될 수 있다.
의료시설 유치나 군부대 이전부지 활용, 그린벨트 관련 사업 역시 여러 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시장과 국회의원이 정보를 공유하고 역할을 나누는 구조가 실제로 작동한다면 행정 절차를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될 여지가 있다.
다만 협의 횟수가 늘어나는 것과 정책 성과가 커지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논의했는가’보다 ‘무엇이 달라졌는가’다.
당정협의에서 제기된 사업별로 담당 기관과 필요한 예산, 행정 절차, 추진 일정 등을 구체화하고 이후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수시 당정협의가 단순한 현안 전달 창구를 넘어 실제 문제 해결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는 앞으로의 추진 과정에서 확인될 부분이다.
최 시장은 당정협의 이후 시민들을 만난 사실을 전하며 시장의 시간이 74만 시민의 시간과 맞먹는다는 취지로 시정에 임하는 책임감을 강조했다.
남양주시는 현재 인구 74만명 규모의 대도시다. 최 시장 역시 지난 7월 취임사에서 왕숙신도시와 진접2지구, 양정역세권 개발 등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광역교통망과 일자리, 문화예술 인프라 확충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도시의 규모가 커질수록 행정이 다뤄야 할 문제도 복잡해진다. 철도 한 노선의 배차 문제부터 의료시설, 하천 정비, 공원, 군부대 이전부지, 복지재정까지 시민들의 요구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동시에 발생한다.
이 때문에 민선 9기 남양주시의 성과를 가르는 기준 가운데 하나는 ‘속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여기서 속도는 단순히 사업을 서두르는 것을 의미하기보다 중앙정부·경기도·국회·지방의회·관계 기관 사이의 협의 시간을 줄이고 정책 결정 이후 집행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행정 역량에 가깝다.
최 시장은 취임 이후 읍면동을 순회하는 ‘현장시장실’을 운영하며 주민 생활민원과 지역 현안을 직접 듣는 방식의 행정을 추진해 왔다.
현장에서 요구를 듣는 행정과 정치권·관계 기관을 움직이는 협의 구조가 맞물려야 정책이 실제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번 당정협의에서 드러난 남양주의 과제는 크게 세 갈래로 정리된다. 첫째는 교통이다. 진접선 증차와 광역교통망 확충은 서울 출퇴근 인구가 많은 남양주 시민들의 생활과 직접 연결돼 있다. 특히 대규모 개발이 완료되기 전에 교통망을 어느 정도 확보하느냐가 향후 교통 혼잡과 주민 불편을 좌우할 수 있다.
둘째는 의료·생활 인프라다. 진접2지구 의료부지와 각종 문화·공원·하천 정비 사업은 도시의 외형적 성장에 맞춰 내부 생활 인프라를 얼마나 갖출 것인가의 문제다.
셋째는 재정이다. 도시 규모가 커질수록 교통과 복지, 문화, 환경 등에 투입해야 할 예산도 증가한다. 자주재정권과 장기요양급여 지방비 부담 문제가 당정협의에서 거론된 배경도 결국 지속 가능한 도시 운영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와 연결된다.
남양주시와 지역 정치권이 꺼낸 ‘수시 당정협의’가 주목받는 이유도 이 세 가지 문제가 어느 한 기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해결할 일과 경기도가 움직여야 할 일,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일, 국회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일을 구분하고 각각의 책임 주체를 움직여야 한다.
회의의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의 속도다. 남양주시와 지역 정치권이 정례적인 대규모 당정협의를 넘어 현안별 수시 협의를 추진하기로 한 만큼 이제 관심은 구체적인 성과로 향한다.
진접선 열차가 실제 얼마나 늘어날지, 진접2지구의 의료 인프라가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될지, 하천과 공원 등 생활환경 개선 사업이 언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결과로 나타날지 등이 그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74만 시민을 품은 남양주는 왕숙신도시와 진접2지구 등 대규모 개발을 거치며 또 한 번 도시 구조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도시의 몸집이 커지는 속도만큼 교통과 의료, 문화, 복지 등 생활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성장 자체가 시민 불편으로 돌아올 수 있다.
결국 이번 당정협의가 던진 핵심 질문은 단순하다. ‘얼마나 많은 현안을 논의했느냐’가 아니라 ‘논의한 현안을 얼마나 빨리 시민의 일상 변화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남양주시와 지역 정치권이 예고한 ‘현안별 수시 협의’가 실제 행정의 속도를 높이는 새로운 협업 방식으로 자리 잡을지, 그 첫 시험대에 올랐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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