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식 셰프 손끝에서 5가지 ‘진상 오미’로 재탄생
여주시, 전통을 프리미엄 농산업 경쟁력으로 연결
[이코노미세계] ‘임금님께 올리던 쌀’이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미식 공간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식탁에 올랐다.
오랜 세월 밥상의 주식으로 자리 잡아온 쌀이 파인다이닝의 메인 요리와 디저트로 변신했다. 단순히 좋은 쌀을 알리는 행사를 넘어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경기도 여주시의 대표 농산물 브랜드인 ‘대왕님표 여주쌀’이다.
이충우 여주시장은 8월 31일 서울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비채나’에서 대왕님표 여주쌀을 활용한 특별 쇼케이스가 열렸다고 9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이번 행사의 핵심은 ‘전통’과 ‘현대 미식’의 만남이었다. 조선 왕실에 바치던 진상미(進上米)로 오랜 명성을 이어온 여주쌀이 현대적인 조리법을 만나 새로운 미식 콘텐츠로 변신했다.
10년 연속 미쉐린 스타를 지켜온 전광식 셰프의 현대적 감각을 더해 여주쌀은 5가지 요리인 ‘진상 오미(進上 五味)’로 재탄생했다.
쌀을 단순히 ‘밥맛 좋은 지역 특산품’으로 홍보하는 기존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최고급 외식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프리미엄 식재료’로 브랜드의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다.
여주쌀의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역사성이다. 여주쌀은 조선 왕실에 올리던 진상미라는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임금님이 먹던 쌀’이라는 이야기는 단순한 홍보 문구를 넘어 여주쌀 브랜드를 다른 지역 농산물과 차별화할 수 있는 자산이다.
이번 쇼케이스는 이러한 역사적 자산에 현대 미식문화를 접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 왕실의 밥상에 올랐던 쌀을 오늘날 최고 수준의 파인다이닝 식탁에 올림으로써 ‘진상미’라는 전통적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다시 해석한 것이다.
특히 여주쌀은 이번 행사에서 밥이라는 익숙한 형태에 머물지 않았다. 메인 요리에서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면서 하나의 식재료가 지닌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쌀이 밥상의 중심이라는 전통적인 인식을 넘어 고급 외식산업에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여주시도 이번 행사의 의미를 여기에 두고 있다. 이 시장은 이번 쇼케이스에 대해 “밥상을 채우는 주식을 넘어 프리미엄 파인다이닝의 메인 요리와 디저트까지, 여주쌀이 가진 무한한 식재료적 가치와 다채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행사를 지역 농업의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른 의미가 읽힌다. 지역 농산물 경쟁은 갈수록 ‘생산량’만으로 승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소비자가 농산물을 선택할 때 품질뿐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이야기와 이미지, 경험의 가치까지 함께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서 여주쌀이 선택한 방향은 ‘프리미엄화’다. 여주쌀이 가진 역사와 품질에 미식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결합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이는 쌀 한 포대를 판매하는 것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소비자가 여주쌀을 접했을 때 단순히 ‘여주에서 생산된 좋은 쌀’이 아니라 ‘조선 왕실에 진상되던 역사성을 지닌 고급 식재료’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라는 공간과 유명 셰프의 요리가 결합하면서 브랜드에 새로운 경험이 더해졌다.
농산물의 가치는 결국 소비자가 그 상품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와 연결된다. 같은 농산물이라도 역사와 문화, 요리, 관광 등 다양한 콘텐츠가 결합되면 브랜드가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는 훨씬 풍부해진다. 대왕님표 여주쌀의 이번 도전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쌀의 용도’를 확장하려는 시도다. 한국인에게 쌀은 가장 친숙한 식재료다. 그러나 친숙함은 때로 한계가 되기도 한다. 쌀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밥’부터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쇼케이스는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났다. 여주쌀을 파인다이닝의 재료로 활용하고, 메인 요리와 디저트까지 영역을 넓혔다. 이는 지역 농산물 브랜드 전략에서도 중요한 대목이다.
지역 농산물이 성장하려면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뿐 아니라 그 제품을 사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제시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수록 상품의 활용 범위와 시장도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식산업과의 협업은 농산물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직접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좋은 쌀’이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실제 요리를 통해 쌀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 훨씬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여주쌀이 이번 행사에서 ‘진상 오미’라는 이름의 다섯 가지 요리로 변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통적인 농산물을 현대 소비자가 원하는 경험형 콘텐츠로 바꾸는 것이다.
이번 쇼케이스에는 언론인을 비롯해 미식·식품산업 관계자와 인플루언서 등이 참석했다. 이는 행사의 성격이 단순한 시식회를 넘어 여주쌀의 브랜드 가치를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음을 보여준다.
식품산업 관계자에게는 새로운 식재료로서의 가능성을, 미식 분야 관계자에게는 고급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재료로서의 가치를 보여주고, 인플루언서를 통해서는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는 방식이다.
이 시장은 행사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한편 여주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힘을 보탠 가온소사이어티와 관계자들의 노력에도 감사를 표했다.
지역 농산물 브랜드가 전국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지방자치단체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유통과 외식, 콘텐츠, 홍보 등 서로 다른 분야와의 협업이 뒷받침돼야 브랜드가 새로운 소비자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가 주목되는 것도 여주쌀이라는 지역 농산물이 미식산업과 만나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모색했다는 점이다. 이어 프리미엄 전략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분명하다. 높아진 브랜드 가치가 실제 농업 현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느냐다.
여주시 역시 이번 행사를 일회성 홍보 이벤트로 끝내기보다 지역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연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시장은 “이번 협업은 우리 여주 농민들이 땀 흘려 키워낸 농산물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프리미엄 식재료로 인정받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프리미엄 식재료’라는 목표는 여주쌀의 브랜드 전략이 국내 시장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방향성을 담고 있다. 다만 브랜드 고급화가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전략이 되려면 농가가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지는 과정이 중요하다.
농산물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새로운 소비시장이 만들어지면 궁극적으로 생산 농가의 안정적인 판로와 소득 증대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여주쌀 브랜드 전략의 최종 목적지는 화려한 식탁이 아니라 논에서 땀 흘리는 농민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여주시가 강조하는 ‘농가에 실질적인 활력이 도는 농산업’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이번 여주쌀 쇼케이스는 지방자치단체의 농산물 마케팅에도 하나의 화두를 던진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마다 지역을 대표하는 농축산물 브랜드를 갖고 있다. 품질 경쟁도 치열하다.
하지만 소비자의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되려면 품질만큼 중요한 것이 ‘이야기’다. 여주쌀에는 이미 강력한 이야기가 있다. 조선 왕실에 진상됐다는 역사다. 여기에 현대 미식과 셰프, 파인다이닝이라는 콘텐츠가 결합하면서 과거의 이야기가 현재의 소비문화와 연결됐다.
‘왕이 먹던 쌀’이라는 과거의 자산을 ‘오늘날 최고 수준의 식탁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쌀’이라는 현재의 가치로 확장하는 셈이다. 이 같은 스토리텔링은 농산물을 넘어 지역 자체를 알리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쌀을 통해 여주를 알리고, 여주의 역사와 농업을 알리며, 다시 지역의 다른 농산물과 관광·문화 콘텐츠로 관심을 확장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대표 농산물 브랜드가 도시 브랜드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여주시는 앞으로 ‘대왕님표 여주쌀’의 역사성과 브랜드 가치를 더욱 널리 알리는 한편 농산업 공동브랜드 활성화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이 시장은 “앞으로도 여주시는 ‘대왕님표 여주쌀’의 역사성과 브랜드 가치를 더 널리 알리고, 우리 농가에 실질적인 활력이 돌 수 있도록 농산업 공동브랜드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되는 부분은 ‘공동브랜드’다. 지역 대표 브랜드가 경쟁력을 확보하면 그 효과를 하나의 품목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다른 지역 농산물까지 확대할 여지가 생긴다.
여주쌀을 통해 확보한 브랜드 신뢰도가 여주의 다른 농산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면 지역 농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자산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이번 쇼케이스에서 확인된 가능성을 지속적인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외식업계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새로운 메뉴와 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소비자가 실제로 접할 수 있는 시장과 연결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역사와 이야기를 활용한 콘텐츠 역시 지속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
여주쌀의 출발점은 논이다. 농민이 흙과 물을 관리하고 계절을 견디며 길러낸 쌀이 밥상에 오른다. 그러나 이제 여주시는 그 쌀의 목적지를 더 넓게 보고 있다. 가정의 밥상을 넘어 고급 레스토랑으로, 지역시장을 넘어 전국으로, 나아가 세계적인 프리미엄 식재료 시장까지 바라보고 있다.
서울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이번 쇼케이스는 그 가능성을 시험한 무대였다. 조선 왕실에 진상되던 쌀이 수백 년의 시간을 건너 현대 파인다이닝의 식탁에 올랐다. 그리고 밥이 아니라 메인 요리와 디저트 등 다양한 모습으로 소비자와 만났다.
중요한 것은 다음 단계다. 한 차례의 화려한 행사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도가 여주쌀의 브랜드 가치를 얼마나 높이고, 새로운 소비와 판로를 얼마나 만들어내며, 그 성과가 농민에게 얼마나 돌아가느냐다. 여주시가 ‘대왕님표 여주쌀’을 단순한 지역 특산품이 아닌 프리미엄 식재료 브랜드로 성장시키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왕에게 올리던 ‘진상미’에서 세계인이 찾는 식재료로. 여주쌀이 서울의 파인다이닝 식탁에서 시작한 새로운 도전이 지역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농가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는 성장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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