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폭우로 하천이 넘치고, 폭염으로 취약계층의 일상이 흔들리며, 한파가 도시의 골목골목을 얼어붙게 할 때. 위기의 현장마다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낸 이들이 있다. 노란 조끼를 입은 적십자 봉사자들이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2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적십자 봉사자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열린 대한적십자사 시흥시협의회 정기총회에서 봉사자들에게 표창을 수여하고, 시민 안전을 지켜온 노고에 고개를 숙였다.
시흥시 적십자 봉사조직은 회장을 비롯해 약 500여 명의 봉사대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단순한 행사 지원 인력을 넘어, 재난 발생 시 가장 먼저 현장에 투입되는 ‘시민 기반 대응체계’다.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이재민 대피와 급식 지원에 나섰고, 폭염이 이어질 때는 홀몸노인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생수와 냉방용품을 전달했다. 겨울철 한파 속에서는 연탄 배달과 방한용품 지원이 이어졌다. 헌혈 캠페인 역시 이들의 주요 활동 중 하나다.
임 시장은 “수해, 폭염, 한파, 헌혈 등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큰 봉사를 해주신 분들”이라며 “노란 조끼 천사들이야말로 시흥의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정부의 재난 대응 시스템은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지만, 모든 현장을 행정이 즉각 커버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시민 봉사조직의 역할이 빛을 발한다.
적십자 봉사자들은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주민들로 구성돼 있다. 어느 골목에 독거노인이 살고 있는지, 어느 가구가 반복적인 침수 피해를 겪는지, 어떤 가정이 계절 변화에 특히 취약한지 몸으로 알고 있다. 행정 매뉴얼이 담아내지 못하는 ‘생활 정보’가 재난 대응의 실효성을 높이는 셈이다.
이번 정기총회에서 전달된 표창은 단순한 감사 표시를 넘어선다. 시민 자원봉사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공공의 영역 안으로 끌어안겠다는 메시지에 가깝다.
임 시장은 “도시의 안전망은 행정 혼자서 완성할 수 없다”며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시민들의 헌신이 있어 시흥이 위기를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봉사가 지속 가능하려면 존중과 예우가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후 위기와 고령화,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는 시대에 시민 봉사는 ‘선의의 활동’을 넘어 도시 경쟁력의 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재난 대응 속도, 취약계층 보호, 공동체 회복력은 이제 행정 예산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됐다.
시흥시 사례는 분명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자원봉사 조직을 일회성 동원 대상이 아닌 상시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 둘째, 봉사자 교육과 안전 관리, 활동 기록의 체계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셋째, 봉사 경험이 정책 개선으로 환류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도 남는다.
노란 조끼를 입은 적십자 봉사자들의 발걸음은 늘 조용하다. 그러나 그 조용한 움직임이 모여 도시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시흥의 재난 대응 현장에서 확인된 것은 결국 하나다. 도시는 행정으로 운영되지만, 공동체는 시민의 손으로 지켜진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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