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 북부 5개 지방정부가 지역의 미래를 건 ‘공동 승부수’를 던졌다. 의정부·양주·동두천·포천·연천 등 경기 동북부 5개 시·군 단체장이 한목소리로 경마장 유치와 방위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정부에 촉구하며, 권역 단위 공동 성장 전략을 공식화한 것이다. 단순한 개발 사업을 넘어, 수십 년간 누적된 규제의 족쇄를 풀고 산업 생태계를 재편하겠다는 선언적 의미가 담겼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경기 동북부 5개 시·군이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중앙정부와 경기도에 강력히 요청했다”며 “이제는 말이 아닌 실질적 균형발전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경기 북부는 지난 70여 년간 국가 안보를 이유로 각종 규제에 묶여 있었다. 군사시설 보호구역, 수도권 규제, 개발 제한 등이 중첩되면서 산업 기반 구축은 물론 인구 유입과 투자 유치에도 구조적 제약이 따랐다. 같은 수도권임에도 불구하고 경기 남부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실제로 판교·광교·동탄으로 이어지는 경기 남부는 IT·첨단산업 중심의 경제벨트를 구축하며 대한민국 혁신 성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북부 지역은 제조업 기반조차 취약한 채, 군사적 기능에 묶인 ‘정체된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나온 이번 공동 성명은 단순한 지역 개발 요구를 넘어선다. 오랜 기간 축적된 불균형을 해소하고, 자생적 산업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조적 전환의 신호로 읽힌다.
이번 공동 요구안의 핵심 중 하나는 ‘경마장 유치’다. 경마장은 사행성 논란 등 사회적 논쟁이 지속돼 온 시설이지만, 동시에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역시 큰 사업으로 평가된다.
지자체들은 경마장 유치를 통해 일자리 창출, 관광 활성화, 연관 산업 확대 등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숙박·외식·문화 산업 등 지역 서비스업과의 연계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의 촉매제’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권역 단위 접근’이다. 개별 도시가 아닌 5개 시·군이 공동으로 추진함으로써, 단일 시설이 아닌 광역 경제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과거 유치 경쟁에서 발생했던 지역 간 갈등을 줄이고, 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또 다른 핵심 축은 방위산업 클러스터 조성이다. 경기 북부는 지리적으로 군사 시설과 인접해 있으며, 관련 인프라와 인적 자원이 축적된 지역이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방산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방산 클러스터는 단순한 기업 유치를 넘어 연구개발(R&D), 생산, 테스트, 인력 양성까지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첨단 기술 기업을 끌어들이고, 지역 경제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글로벌 안보 환경 변화와 방위산업 수요 확대는 이러한 전략의 현실성을 높이고 있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지리적 약점’을 ‘산업적 강점’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공동 성명의 가장 큰 의미는 ‘연대’에 있다. 지금까지 지역 개발은 대부분 개별 지자체 중심으로 추진돼 왔다. 그러나 산업 경쟁력이 고도화되면서, 단일 도시 단위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경기 남부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판교·광교·동탄은 개별 도시가 아닌 하나의 산업 벨트로 연결되면서 시너지를 창출했다. 연구개발, 기업, 주거, 교육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권역 경제권’이 형성된 것이다.
경기 동북부 역시 같은 방식의 접근을 선택했다. 5개 시·군이 하나의 생활권·경제권으로 묶여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협력 수준을 넘어, 지역 발전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시도다.
공동 성명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분산이 아닌 협력으로, 경쟁이 아닌 공동 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선언이다. 이는 지방정부 간 경쟁 구도를 넘어, 전략적 협력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수도권 내에서도 남북 격차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북부 지역이 스스로 생존 전략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앙정부 주도의 균형발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먼저 ‘판’을 짜고 정책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다만 실제 사업 추진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경마장 유치는 사회적 논란과 입지 갈등이 예상되고, 방산 클러스터 역시 대규모 투자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정책적 결단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도는 분명한 전환점이다. 경기 북부가 더 이상 ‘규제의 공간’이 아니라 ‘성장의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5개 시·군의 공동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경기 동북부의 선택은 단순한 개발 사업이 아니다. 70년간 이어진 구조적 불균형을 끊고,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이제 남은 것은 선언을 현실로 만드는 실행력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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