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부고속도로 상습 정체 구간 해소를 위해 추진되는 ‘용인~서울 지하고속도로 건설사업’을 둘러싸고, 성남시가 도시 구조와 시민 생활을 함께 고려한 구체적인 의견을 정부에 공식 전달했다. 단순한 교통 분산을 넘어, 도시 단절 해소와 미래 성장축을 염두에 둔 전략적 접근이다.
국토교통부가 진행 중인 이번 타당성 조사(평가) 용역은 경부고속도로 기흥 나들목에서 양재 나들목까지 구간에 대심도 지하고속도로를 신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도권 간선도로망의 중심축인 경부축의 병목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목표지만, 대심도 터널 건설에 따른 도시 영향과 주민 안전 문제 역시 함께 제기돼 왔다. 성남시는 이러한 쟁점을 정면으로 다루며 도로·교통 분야를 중심으로 한 의견서를 회신했다.
성남시가 가장 먼저 짚은 부분은 서울요금소 상부 가용부지의 활용 가능성이다. 지하고속도로 건설과 함께 요금소 운영 체계가 재편될 경우, 상부 공간은 단순 유휴부지가 아닌 도시 재편의 핵심 자산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시는 해당 부지를 성남시 도시계획과 연계해 복합환승센터 조성, 경부고속도로 횡단도로 설치, 정자역과 연결되는 지하통로 조성 등 다각적 활용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경부고속도로로 단절돼 온 동·서 생활권을 잇는 상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심도 터널 공사는 필연적으로 환기구 설치와 발파 공정을 수반한다. 성남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음, 분진, 매연, 진동이 인접 주거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기구 설치 위치 조정, 공법 선정 단계부터의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사후 보상 중심의 접근이 아니라, 사전 예방을 통해 갈등을 줄이자는 메시지로 읽힌다.
교통 분야에서는 지하고속도로의 ‘충분한 용량 확보’가 핵심 쟁점으로 제시됐다. 상습 정체 해소라는 사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우회로 수준이 아닌, 실질적인 통행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규모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와 주말 교통 수요를 동시에 고려한 설계가 요구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성남시는 지하고속도로를 기존·계획 교통 인프라와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리역세권 제4테크노밸리 개발, 고속철도(SRT) 오리·동천역 신설 사업과 연계해 고속도로 환승시설을 포함한 입체적 교통 연계 방안을 검토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자동차 중심의 도로 정책을 넘어 철도·환승 중심의 복합 교통체계를 지향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지하고속도로 사업과 맞물려 한국도로공사는 요금 지불체계와 통행 여건 개선을 위한 서울영업소 운영계획을 별도로 수립할 예정이다. 성남시는 이에 발맞춰 서울요금소 상부 가용부지 활용 방안을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중앙정부 및 관계기관과의 협의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사업 추진 속도와 도시계획의 정합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은 수도권 교통 여건 개선은 물론, 경부고속도로로 단절돼 온 성남시 동·서 지역의 균형발전을 이끌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며 “시민 안전과 생활 편의를 최우선에 두고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교통 인프라를 매개로 한 도시 구조 재편이라는 점에서, 이번 의견 제시는 성남시의 중장기 도시 전략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지하고속도로는 땅속에 길을 내는 사업이지만, 그 파급효과는 지상 도시 전반에 미친다. 성남시의 이번 공식 의견은 ‘빠른 길’보다 ‘바른 길’을 택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교통 효율, 도시 연결, 시민 안전이라는 세 축이 조화될 수 있을지, 이제 공은 중앙정부와 관계기관의 결정으로 넘어갔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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