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약률·방문객 증가 효과
[이코노미세계] 지난 겨울, 수도권 대표 관광지 양평이 색다른 실험을 마쳤다. 특정 장소에 인파를 집중시키는 기존 축제 공식에서 벗어나, 군 전역을 무대로 삼은 분산형 관광 프로젝트 ‘겨울엔 양평’이다. 두 달간 이어진 이 축제는 단순한 계절 이벤트를 넘어 지역경제와 관광정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진선 양평군수는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축제 성과와 향후 구상을 밝혔다. 전 군수는 “지난 12월부터 1월까지 진행된 ‘겨울엔 양평’ 축제가 호평 속에 마무리됐다”며 “사계절 관광도시 양평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겨울엔 양평’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 전략에 있다. 기존 지역 축제들이 특정 광장이나 행사장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이번 축제는 12개 읍·면 전역을 하나의 거대한 축제 공간으로 설정했다. 축제의 개념을 ‘행사’가 아닌 ‘관광 동선’으로 확장한 셈이다.
양평군은 이를 위해 ‘농촌·딸기·별빛·썰매’라는 4대 핵심 체험 콘텐츠를 전면에 배치했다. 방문객들은 딸기농가, 농촌체험마을, 썰매장, 지역 맛집과 카페, 숙박시설 등을 자유롭게 방문하며 스탬프 투어 형식으로 축제를 경험했다. 인증 방식은 간단했다. 지정된 장소를 방문해 체험하고 인증하면 혜택이 제공되는 구조다.
이 전략의 핵심은 관광객의 체류와 이동을 동시에 유도하는 데 있다. 특정 장소에 머무는 대신 지역 곳곳으로 발걸음을 분산시키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상권과 연결되도록 설계됐다.
축제의 또 다른 성과는 경제적 파급 효과다. ‘겨울엔 양평’은 관광객을 지역 소상공인과 직접 연결하는 구조를 취했다. 단순 관람형 축제에서 흔히 발생하는 ‘행사장 소비 편중’ 현상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딸기농가와 농촌체험마을은 대표적인 수혜 분야로 꼽힌다. 겨울철 비수기로 여겨졌던 시기에 방문객이 증가하면서 체험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숙박업체 역시 예약률 상승 효과를 체감했다. 이는 관광객 유입이 단순 방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소득 창출로 이어졌음을 의미한다.
지역 상인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한 지역 상인은 “축제 기간 동안 외지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었고, 카페와 음식점 매출도 체감할 만큼 증가했다”고 전했다. 축제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실질적 도구로 작동했다는 평가다.
이번 축제의 백미로는 ‘카운트다운 불꽃놀이’가 꼽힌다. 겨울밤 하늘을 수놓은 불꽃 연출은 단순 이벤트 이상의 상징성을 가졌다. 자연과 강, 야경이 어우러진 양평의 공간적 특성을 극대화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관광정책 전문가들은 이 대목에 주목한다. 지역 축제에서 감성 콘텐츠는 방문 동기를 강화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SNS 기반 확산 효과를 고려하면, 시각적·경험적 요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실제로 불꽃놀이 이후 양평물맑은시장과 인근 상권으로 방문객 흐름이 이어지며 연말 소비 증가 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축제 이벤트와 지역 상권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례로 해석된다.
관광산업에서 겨울은 전통적으로 비수기로 인식된다. 기후 조건, 이동성 제한, 체험 콘텐츠 부족 등이 주요 이유다. 그러나 양평군의 이번 시도는 이 고정관념에 균열을 냈다.
딸기 체험, 농촌 관광, 야간 경관 콘텐츠 등 겨울에 특화된 자원을 전략적으로 결합하면서 ‘계절 한계’를 ‘차별화 요소’로 전환했다는 평가다. 단순히 관광객 수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지역 관광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분산형 관광 전략은 지속성과 관리 체계가 관건이다. 방문객 흐름의 균형, 참여 사업장의 품질 관리, 체험 콘텐츠의 다양성 확보 등이 장기적 성패를 좌우한다.
특히 축제 이후에도 관광 동선이 유지될 수 있는 구조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경우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전진선 군수는 메시지에서 봄 시즌 구상도 함께 언급했다. 따뜻한 계절 나들이 수요에 맞춰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겨울엔 양평’이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사계절 관광 전략의 일부임을 시사한다.
양평은 이미 자연경관, 체험 관광, 접근성 등에서 경쟁력을 갖춘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계절별 특화 콘텐츠와 분산형 운영 모델이 결합된다면 수도권 관광지 경쟁 구도에서도 새로운 입지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겨울엔 양평’은 축제의 역할을 다시 묻는 사례다. 축제가 단순한 볼거리 제공을 넘어 지역경제 정책, 관광 전략, 공동체 활성화 수단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결국 이번 실험의 의미는 숫자 이상의 지점에 있다. 지역 자원을 어떻게 연결하고, 관광객 경험을 어떻게 설계하며, 축제를 어떻게 경제 구조와 결합할 것인가. 양평의 겨울은 그 질문에 하나의 답을 제시했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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