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쌍 부부 탄생 이어 10커플 결혼일 확정·준비
일회성 행사 넘어 체감형 청년정책 가능성 보여
[이코노미세계] 저출생 문제가 국가적 난제로 떠오른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정책도 변하고 있다. 주거비와 결혼 비용을 지원하는 기존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청년들이 서로 만나고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정책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성남시의 미혼 청춘 남녀 만남 행사인 ‘솔로몬의 선택’이 대표적이다. 정책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결혼을 원하는 청년이 있어도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상대를 만날 기회가 부족하다면 지방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성남시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청년들에게 직접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리고 그 만남 가운데 일부가 실제 결혼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솔로몬의 선택’을 계기로 인연을 맺은 예비부부가 청첩장을 들고 자신을 찾아온 사연을 공개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두 사람이 같은 행사에서 곧바로 커플이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기수로 행사에 참여했지만 ‘솔로몬의 선택’ 이후 이어진 연말 모임에서 만나 인연을 맺었고 결국 결혼을 약속했다.
한 차례 만남 행사가 끝난 뒤에도 참가자들의 관계가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인연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성남시가 ‘솔로몬의 선택’을 통해 만들려고 했던 것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청년들이 안심하고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만남의 계기였다.
신 시장이 밝힌 정책의 출발점 역시 “성남시가 청년들에게 믿을 수 있는 만남의 장을 열어주자”는 것이었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실제 청년들의 생활 속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 직접적인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정책의 성과는 흔히 숫자로 평가된다. 투입한 예산과 참여 인원, 만족도 등이 대표적인 지표다.
그러나 결혼과 출산을 둘러싼 정책은 단순한 숫자로만 평가하기 어렵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맺고 결혼을 결정하는 과정은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솔로몬의 선택’을 통해 만난 청년이 실제 부부가 돼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사실은 이 정책이 단순한 행사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신 시장이 공개한 예비부부 역시 그 과정에서 탄생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이 서로를 선택한 것도 아니었다. 참여 기수가 달랐지만 행사 이후 마련된 연말 모임에서 새로운 만남이 이뤄졌고, 관계가 결혼으로 발전했다.
이는 청년 만남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시사점을 준다. 한 번의 행사에서 몇 커플이 성사됐는지만을 놓고 정책 효과를 판단하기보다 참가자들이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행정기관이 계획한 일정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첫 만남에서 바로 결혼 상대를 찾을 수도 있지만 여러 차례의 만남과 교류를 거쳐 인연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성남시 사례는 바로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성과도 구체화되고 있다. 신 시장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에 청첩장을 들고 찾아온 예비부부를 포함해 ‘솔로몬의 선택’을 계기로 지금까지 총 18쌍이 결혼했다. 여기에 10커플이 결혼일을 정하고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만남’을 목적으로 시작한 정책이 실제 ‘결혼’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책의 의미는 지방정부가 결혼 자체를 강요하거나 개인의 선택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결혼 여부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결혼을 희망하면서도 상대를 만날 기회가 부족한 청년에게 공공기관이 신뢰할 수 있는 만남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발상은 기존 청년정책과는 다른 접근이다.
그동안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정책은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 상당 부분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러나 결혼에 이르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조건뿐 아니라 그 이전 단계인 ‘만남’이 필요하다.
성남시의 정책 실험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청년들의 결혼을 둘러싼 현실을 거대한 담론으로 접근하기보다 ‘서로 만날 기회가 부족하다’는 생활 속 문제에서 해법을 찾은 것이다.
이어 저출생 문제는 어느 하나의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과제다. 일자리와 주거, 교육, 보육 등 청년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역할 역시 특정한 하나의 정책으로 결혼이나 출산을 유도하는 것보다는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여러 환경을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솔로몬의 선택’은 기존 저출생 정책이 상대적으로 주목하지 않았던 영역을 건드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다. 결혼 지원 정책이 대부분 결혼을 결정했거나 결혼한 이후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한다면, 만남 지원 정책은 그보다 앞선 단계에 자리한다.
결혼을 원하는 사람에게 실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책이 개인의 삶을 어디까지 지원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의는 있을 수 있다. 지자체가 만남을 주선하는 것이 적절한지, 단순한 이벤트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평가 역시 정책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뒤따를 수 있다.
결국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것은 실제 성과다. 이런 점에서 결혼한 18쌍과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10커플은 성남시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결과다.
행사 참가자의 만족도보다 더 분명한 것은 실제 삶의 변화다. 정책을 통해 처음 연결된 사람들이 교제를 이어가고 결혼을 결정했다면 적어도 이들에게 ‘솔로몬의 선택’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었던 셈이다.
이번 예비부부의 사례는 ‘사후 연결’이라는 또 다른 정책적 과제를 보여준다. 두 사람은 같은 기수의 참가자가 아니었다. 행사 이후 이어진 연말 모임에서 만났다. 이는 ‘솔로몬의 선택’이라는 정책을 개별 행사 단위가 아니라 하나의 청년 교류 플랫폼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행사를 개최하고 커플 성사 여부만 확인한 뒤 사업을 종료하는 방식과 참가자들이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방식은 결과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번 사례만으로 사후 프로그램 전체의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행사 당일이 아닌 이후의 만남에서 결혼 인연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정책 설계 과정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만남의 기회를 넓히고 관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책의 성과 역시 행사 당일 몇 커플이 매칭됐느냐만으로 평가하기보다 이후 실제 교제와 결혼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장기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성남시가 공개한 ‘결혼 18쌍, 결혼 준비 10커플’이라는 수치는 정책의 다음 단계를 생각하게 한다. 앞으로는 단순한 매칭 성과뿐 아니라 결혼으로 이어지는 과정, 참가자들의 지속적인 교류, 사업 참여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정책의 실효성을 보다 정확히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솔로몬의 선택’이 지속 가능한 청년정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과제도 있다. 무엇보다 만남과 결혼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인 만큼 참가자의 자율성이 정책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정책 목표 역시 단순히 ‘몇 쌍을 결혼시켰느냐’는 숫자 경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방정부의 역할은 결혼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청년들에게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사업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축적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결혼한 커플의 숫자뿐 아니라 행사가 실제 청년들에게 어떤 도움을 줬는지, 만남 이후 교류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은 향후 사업을 발전시키는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
특히 결혼과 저출생이라는 사회적 과제를 연결할 때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만남의 기회가 결혼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혼한 가정이 자녀를 낳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를 일률적인 과정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솔로몬의 선택’의 가장 직접적인 성과는 현재로서는 청년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했고, 그 가운데 실제 결혼으로 이어진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 그 성과가 쌓이면서 정책의 외연도 자연스럽게 넓어질 수 있다.
신 시장은 ‘솔로몬의 선택’을 설명하면서 ‘거창한 구호 대신 실질적인 만남의 기회를 직접 제공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방행정이 시민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청년정책이나 저출생 정책은 규모가 크고 복잡하다. 지방정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많다. 그러나 시민의 일상에서 구체적인 문제 하나를 찾아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지방정부가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다.
성남시가 청년들의 ‘만날 기회’에 주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거대한 사업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이 필요로 하는 지점을 정확히 찾아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을 만드는 것도 행정의 역할이다.
신 시장은 앞으로도 “피부에 와닿는 직접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통해 더 많은 가정이 꾸려지고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첩장을 들고 시장을 찾아온 한 예비부부의 이야기는 그래서 단순한 결혼 소식을 넘어선다. 지방정부가 마련한 만남의 장에 참여했던 두 청년이 행사 이후 또 다른 자리에서 만나 서로의 인생을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런 사례가 하나둘 쌓이면서 ‘솔로몬의 선택’은 단순한 청년 이벤트가 아니라 실제 결혼으로 이어지는 정책 실험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가고 있다.
저출생이라는 거대한 문제를 해결할 하나의 정답은 없다. 그러나 결혼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 역시 지방정부가 시도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성남시가 시작한 ‘만남의 정책’이 일회성 화제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청년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현재의 ‘18쌍 결혼·10커플 결혼 준비’라는 성과가 앞으로 어떻게 확대될지 기대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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