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파주시가 여성친화도시로 다시 지정되며 정책 전환을 공식화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성평등이 기본인 파주를 만들어가겠다”며 협약 체결 사실을 직접 알렸다.
이는 단순한 도시 브랜드 재획정이 아니라, 지난 3년간 추진된 성매매 집결지 폐쇄 정책의 성과를 기반으로 한 구조적 변화의 선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파주 금촌 일대 성매매 집결지는 오랫동안 지역사회에서 ‘말하지만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였다. 밤이면 붉은 조명이 켜지고, 여성의 인권은 음지에서 거래되었다. 그러나 2023년 1월, 파주시는 집결지 정비계획을 1호 결재 안건으로 상정하며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 이후 행정력은 전례 없는 방식으로 집중됐다. 단속, 시설 지도, 경찰·시민단체 협력, 그리고 업주·거주자에 대한 단계별 접근이 더해지면서 약 80여 개 업소는 3년 만에 9개로 줄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성매매 근절 사례로는 전국에서 가장 빠른 성과에 해당한다.
김 시장은 이 과정이 행정 주도형 정책이 아닌 ‘시민동행 모델’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성매매 근절 시민그룹 ‘올빼미’는 밤마다 불법 거래 현장을 감시하는 활동을 진행했고, 시민단체와 지역 교육기관은 성평등 교육과 피해자 지원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다.
“파주의 발걸음에 나란히 발맞춘 시민 여러분의 지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결과는 없었다.” 김 시장의 이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 이상의 무게를 가진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성매매 집결지 폐쇄 정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을 ‘지역사회 저항’으로 꼽는다. 하지만 파주는 정반대였다. 3년간 이어진 과정에서 시민·행정·치안·복지기관의 협력 구조가 강화되었고 그 결과 물리적 정비와 함께 ‘문화적·인식 변화’까지 병행된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파주시의 다음 과제는 단순한 철거가 아니라 재생과 정책 완성이다. 시는 성매매 업소 밀집 지역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공간으로 조성하고 있으며, 단순 공원이나 상업지 기능이 아닌 평등·돌봄·안전 정책 거점 공간으로 설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파주시는 전국 최초로 도입한 ‘파주형 다함께돌봄센터’를 매년 확대 설치하고 있다. 해당 정책은 아이 돌봄 공백으로 인한 여성 경력단절을 줄이고 지역 내 돌봄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모델로 평가받는다.
또 성평등 인식 개선, 젠더폭력 예방 프로그램, 취약계층 안전망 구축 등 사회적 보호 체계를 도시정책에 반영하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 시민평가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폐쇄 이후 지역 상권 활성화 모델 수립 △여성·아동 정책 예산의 지속성 △불법 업소 재확산 방지 체계 구축 △피해자 지원·재사회화 시스템 강화 등이다.
특히 마지막 과제는 단순 관리가 아닌 장기적 정책 투자와 복지·노동·치안 분야의 협력 체계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김경일 시장은 “여성친화 재지정은 출발이지 완성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파주의 지난 3년은 한 도시의 범죄지대 정리가 아니라, 도시가 무엇을 ‘기본 가치’로 삼을 것인가에 대한 실험과 선언이었다. 폐쇄가 아니라 전환, 단속이 아니라 돌봄. 파주가 만들어가는 이 변화는 앞으로 한국 지방 도시정책이 나아갈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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