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라 시장, 지방정부협의회 주도… 국회와 지역 현장 연결고리 역할”
- “재정 의존 vs. 자율성 논란… 지속가능한 경제 효과 담보할 수 있을까”

[이코노미세계] 사회연대경제가 국가 경제 정책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가 기본법 제정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면서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지역 기반 경제 주체들이 제도권 안으로 편입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의원 58명이 참여하는 초당적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지방정부 협의회까지 가세하며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회연대경제(SSE)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지역 내 고용 창출과 소득 재분배를 통한 경제 안정화 장치로 평가된다. 한국 사회적경제진흥원의 분석에 따르면 사회적 경제 조직은 현재 약 3만여 개, 종사자는 30만 명을 넘는다. 하지만 개별법 위주로 분산 지원이 이뤄져, 장기적 투자 유치나 안정적 고용 창출이 어려웠다.
이번 기본법 제정이 통과될 경우, 중소기업청 및 고용노동부와의 정책 조율이 체계화되고, 지역 단위 사회적기업·협동조합이 5년 이상 장기 재정계획을 세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불안정한 지원사업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자생적 수익 모델을 구축할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연대경제의 제도화는 특히 지방 경제에 직격적인 영향을 준다.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역 격차 심화 상황에서 사회적 경제 조직은 로컬 고용 안전망 역할을 해왔다.
예컨대 충남 홍성의 마을기업 ‘모 협동조합’은 폐교를 리모델링해 지역형 돌봄·교육 서비스를 운영하며 연간 15억 원의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강원도의 한 자활기업은 농산물 가공을 통해 7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 인구 유출 억제 효과를 보고 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사회연대경제는 승수효과가 크다. 한국지방재정학회는 사회적 경제 조직의 매출 1원당 지역 내 재투자 효과가 일반 영리기업 대비 1.5배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와 고용이 지역 안에서 선순환하는 구조를 갖기 때문이다.
입법 논의의 중심에는 김보라 안성시장이 있다. 그는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회장으로서 전국회의 공동대표에 선출됐다. 김 시장은 “20년 전 협동조합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꿈꿔온 제도적 토대가 이제 마련될 시점”이라며 “지방정부 경험을 토대로 국회 논의가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방정부 차원의 정책 실험은 중앙정부의 제도 설계와 직결된다. 안성시는 이미 사회적기업 육성 예산을 통해 5년간 100억 원 이상을 투입했고, 이는 청년·여성 중심의 고용 확대와 연결됐다. 전국 단위로 이 같은 모델이 확산된다면, 경제적 파급효과는 수천억 원 규모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찬성 측은 사회연대경제가 고용 안정과 복지 비용 절감이라는 이중 편익을 가져온다고 본다. 고용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사회적 기업 1곳당 평균 고용 창출 인원은 12명 수준이며, 이 중 40%가 취약계층이다. 복지 지출 감소 효과와 경제적 생산 효과를 합치면, 투입 예산 대비 편익이 1.7배라는 추산도 있다.
반면 반대 측은 정부 재정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자생적 시장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사회적 가치’라는 추상적 개념을 수치화하지 못하면 예산 효율성이 떨어지고, 관료주의적 비효율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소재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재정 지원이 없으면 존립하기 힘든 조직이 양산될 수 있다”며 “법제화는 필요하지만, 성과 평가 시스템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성에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김영희 대표(45)는 “매년 달라지는 공모사업에 의존하다 보니 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며 “법적 틀 속에서 안정적인 투자와 고용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청년 창업가 이민호 씨(28)는 “관이 직접 규제하면 창의적인 실험이 줄어들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박은주 한양대 교수는 “기본법 제정은 사회적경제를 경제정책의 축으로 끌어올리는 의미가 있다”며 “다만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투자·평가 체계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사회연대경제 기본법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한국 경제 구조의 한 축을 재편하는 작업이다. 국회 차원에서 법적 틀을 마련하는 동시에, 지방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실질적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다.
김보라 시장은 “이번 입법 논의는 단순한 법 제정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가는 출발점”이라며 “경제적 효과를 시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회연대경제가 과연 재정 의존을 넘어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 엔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향후 국회 논의와 정책 설계 과정이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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