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사람을 태운 도심항공교통(UAM) 기체가 국내 하늘을 날았다. 영화나 미래도시 조감도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하늘을 나는 택시’가 현실의 교통수단으로 한 걸음 다가온 것이다. 고양특례시는 국내 최초 유인 UAM 비행 시연을 계기로 킨텍스 일대를 수도권 미래항공산업의 실증 거점으로 조성하는 구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은 2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주에서 열린 ‘UAM 팀 코리아(UAM Team Korea)’ 행사에 참석한 소식을 전했다.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항공안전기술원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서는 대한민국 최초로 사람이 탑승한 UAM 비행이 시연됐다.
민 시장은 “사람이 탑승한 UAM 비행 시연을 직접 보며 도심항공교통이 우리의 일상으로 한 걸음 더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연은 단순히 새로운 형태의 항공기를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술 개발과 실증을 넘어 사람이 실제로 탑승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는 점에서 국내 UAM 산업의 전환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래형 교통수단으로만 여겨졌던 UAM이 안전성과 운항 가능성을 확인하는 본격적인 실증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고양시는 이러한 산업 변화에 대응해 킨텍스와 백석동 일원을 연결하는 미래항공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전시·회의·교통 기반을 갖춘 킨텍스에서는 UAM 실증 기반을 마련하고, 백석 업무빌딩에는 항공우주 분야 산학융합 거점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독일 볼로콥터사의 2인승 기체인 ‘볼로콥터 2X’가 비행 시연에 나섰다. 사람이 직접 탑승한 기체가 이륙해 비행하고 착륙하는 전 과정이 공개되면서 UAM 기술의 발전 수준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볼로콥터 2X는 여러 개의 전기 모터와 회전날개를 이용해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다. 활주로가 필요하지 않아 도심의 제한된 공간에서도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전기를 동력으로 활용하는 만큼 기존 내연기관 항공기보다 소음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이동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행사장에는 국산 UAM 기체인 ‘B-33X’ 모형도 전시됐다. 관람객들이 미래항공 기술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비행조종과 가상현실(VR)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유인 비행 시연과 국산 기체 공개, 체험형 콘텐츠를 통해 UAM이 특정 기업의 기체 개발에 국한된 사업이 아니라 교통·관제·통신·안전·서비스가 결합한 종합산업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UAM은 도심과 공항, 주요 교통거점 등을 하늘길로 연결하는 차세대 교통체계다. 도로 혼잡을 피해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수도권과 같은 대도시권의 교통 문제를 완화할 수단으로 거론된다. 장기적으로는 교통이 불편한 지역을 연결하거나 응급환자·의약품을 수송하는 등 공공 분야에서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사람이 탑승하는 교통수단인 만큼 기체 성능만으로 상용화할 수는 없다. 비행 안전성 검증을 비롯해 운항 기준, 조종 방식, 이착륙장, 통신망, 교통관리체계, 소음 대책과 주민 수용성까지 함께 갖춰야 한다. 실제 도시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기술과 제도를 반복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실증 기반이 중요한 이유다.
민 시장은 행사에 앞서 홍지선 국토교통부 제2차관 등 정부와 관계기관 인사들에게 고양시가 추진하는 UAM 산업 육성계획을 설명했다. 핵심은 킨텍스 일원의 UAM 실증 기반 구축과 항공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이다.
민 시장은 고양시가 수도권 UAM 실증과 상용화를 선도하는 거점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전문기관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UAM 산업은 지방자치단체의 의지만으로 완성하기 어려운 만큼 중앙정부와 연구기관,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협력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UAM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체와 운항체계, 기반시설을 실제 환경에서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실증 구역을 확보하더라도 비행과 안전에 관한 정부의 인허가가 필요하고, 기체 제작사와 통신·관제 기업, 전문 연구기관의 참여가 뒷받침돼야 한다.
고양시는 킨텍스가 갖춘 입지와 기반시설에 주목하고 있다. 킨텍스 일대는 수도권 북서부의 대표적인 전시·회의 복합지역으로, 대규모 국제행사와 산업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다. 서울과 인천국제공항, 김포국제공항을 잇는 수도권 서북부에 자리한 지리적 이점도 있다.
고양시의 구상이 현실화되면 킨텍스 일대는 UAM 기체와 운항 기술을 시험하는 장소를 넘어 미래항공 기술을 전시하고 거래하는 산업 교류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다. 국제 전시·회의 기능과 UAM 실증사업을 결합해 국내외 기업과 투자자, 연구기관을 불러들이는 전략이다.
미래항공산업 관련 전시회와 기술회의, 투자설명회, 시민 체험행사 등을 연계한다면 산업 육성과 대중 수용성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진할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 안전한 교통수단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시민들이 UAM의 필요성과 편익을 이해하도록 하는 과정도 상용화의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민 시장은 UAM을 단순한 교통수단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기체가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항공기 제작 기술뿐 아니라 배터리, 모터, 경량 소재, 반도체, 센서, 통신, 인공지능, 관제시스템 등 여러 첨단기술이 필요하다.
기체 개발에서부터 안전성 평가와 인증, 통신, 데이터 관리, 정밀제조까지 다양한 산업이 연결된다. 이착륙장인 버티포트의 설계와 운영, 충전·정비 시설, 예약과 결제 서비스, 기상정보 제공 등 새로운 서비스 산업도 함께 형성될 수 있다.
UAM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기체 한 종류를 개발하는 데 머물지 않고 관련 기업들이 기술과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부품기업과 스타트업, 대학, 연구기관, 투자기관이 한 지역에 모여 연구개발과 실증, 사업화를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고양시가 백석 업무빌딩을 활용해 항공우주 산학융합 거점을 조성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킨텍스에서 기술을 실증하고 백석 거점에서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공동 연구와 인재 양성을 추진하는 구조다. 실증과 연구, 기업 육성을 공간적으로 연계해 미래항공산업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산학융합 거점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기업에는 연구개발과 실증 기회를, 대학과 연구기관에는 현장 중심의 공동 연구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청년과 전문인력에게는 교육과 취업의 기회를 넓혀 지역 안에서 인재가 성장하고 일자리를 찾는 산업구조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고양시는 그동안 서울과 가까운 주거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UAM과 항공우주산업 육성은 이러한 도시 구조를 첨단산업과 일자리를 갖춘 자족도시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과 맞닿아 있다. 산업 기반이 구축되면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 상권과 전시·관광산업에도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
고양시가 수도권 UAM 거점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구상을 구체적인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UAM 정책과 고양시의 지역계획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실증사업에 참여할 기업과 기관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UAM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교통수단이다. 기체 결함과 통신 장애, 돌발 기상, 비상 착륙 등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안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운항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음과 사생활 침해, 사고 책임, 보험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
실증 대상지 인근 주민과 충분히 소통하는 과정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새로운 산업에 대한 기대만 앞세울 경우 소음과 안전 문제를 우려하는 주민들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사업 초기부터 운항 시간과 예상 소음, 안전관리 방안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가 요구된다.
산업의 지속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UAM이 실제 시민의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으려면 운항 비용을 낮추고 기존 철도·버스·택시 등과 편리하게 연계해야 한다. 특정 계층만 이용하는 고가 교통수단에 머문다면 교통 혼잡 완화와 이동권 확대라는 공공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고양시의 UAM 전략은 단기간의 이벤트나 시설 건립에 그쳐서는 안 된다. 연구개발과 실증, 전문인력 양성, 기업 유치, 시민 수용성 확보, 교통체계 연계 등을 아우르는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단계별 사업 목표와 재원 조달 방안, 정부·민간의 역할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도 과제다.
고양시가 그리는 미래항공산업의 밑그림은 비교적 분명하다. 킨텍스를 실증과 전시·교류의 중심지로, 백석 업무빌딩을 연구·교육·기업 활동의 거점으로 육성해 두 공간을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 구상이 성과를 거둔다면 고양시는 완성된 기술을 가져와 보여주는 도시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고 기업을 키우며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도시로 나아갈 수 있다. 수도권의 풍부한 인적 자원과 교통망, 킨텍스의 국제 전시 기능을 활용한다면 미래항공산업 분야에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UAM 산업은 아직 기술과 제도, 시장이 동시에 형성되는 단계다. 어느 도시가 먼저 계획을 발표했느냐보다 실제 실증 기반을 얼마나 충실히 구축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었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민 시장은 “킨텍스 UAM 실증 기반 구축과 백석 업무빌딩 항공우주 산학융합 거점 조성을 차질 없이 추진해 고양을 수도권 미래항공산업의 중심이자 기업과 인재가 모이는 첨단산업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하늘길을 열고 미래산업을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초 유인 UAM 비행 시연은 미래 교통수단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제 고양시에 필요한 것은 현장에서 확인한 가능성을 지역의 산업과 일자리로 연결하는 구체적인 실행력이다. 킨텍스에서 시작될 UAM 실증과 백석의 산학융합 거점이 맞물려 돌아간다면 고양시는 수도권 서북부의 미래항공산업 지도를 새롭게 그리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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