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복지제도가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도움이 절실한 시민이 지원 대상에서 빠지는 ‘복지 사각지대’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위기가구가 직접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기다리는 신청주의 방식으로는 사회적 고립과 정보 부족, 행정자료의 한계 등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원특례시의회에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행정기관이 먼저 위기가구를 찾아 나서는 ‘찾아가는 복지’를 강화하고, 지역 내 자원봉사 인력과 민간 복지조직을 위기가구 발굴망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이 제기됐다.
수원특례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승철 의원은 7월 15일 열린 제403회 임시회에서 시민복지국의 ‘2026년도 주요 업무 추진실적 보고’를 청취하고 수원시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정책과 운영 실태를 점검했다.
이 의원은 2022년 발생한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 이후 수원시가 마련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 대책과 추진 현황, 정책 성과 등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제도가 마련돼 있더라도 위기 상황에 놓인 시민을 제때 발견하지 못한다면 복지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질의의 핵심이었다.
이 의원은 “수원 세 모녀 사건은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과 함께 복지 사각지대와 위기가구 발굴 체계의 한계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며 “제도권의 지원이 필요한 시민을 행정이 먼저 찾아내고 필요한 복지서비스로 연결하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원 세 모녀 사건은 현행 복지체계가 가진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건으로 꼽힌다. 위기에 놓인 가구가 복지서비스를 신청하지 않거나 행정기관이 실제 생활 형편을 파악하지 못하면 지원 체계 밖에 머물 수 있다는 점을 사회적으로 환기했다.
복지서비스는 일반적으로 당사자가 신청하고 행정기관이 소득과 재산, 가구 상황 등을 조사한 뒤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정된 재원을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한 절차지만,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시민에게는 오히려 높은 문턱이 될 수 있다.
질병이나 실직, 채무 등으로 생활이 급격히 어려워졌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알지 못하면 신청하기 어렵다. 자신이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지 판단하지 못하거나, 주변에 어려운 형편이 알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해 행정기관 방문을 주저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이 같은 신청주의의 한계를 짚으며 “취약계층은 복지서비스의 존재를 알지 못하거나 낙인 효과 등을 우려해 신청 자체를 주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지원제도를 늘리는 것만큼 위기가구를 어떻게 발견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정책의 출발점을 ‘신청 접수’에서 ‘선제적 발굴’로 옮겨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경제적 어려움은 한 가지 원인만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실직과 질병, 가족관계 단절, 돌봄 부담, 주거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는 경우가 많다. 위기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지 못하면 생활고가 건강 악화나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고, 이후에는 더 많은 공적 지원이 필요해질 수 있다.
따라서 위기가구 발굴은 단순히 지원 대상자를 찾아내는 행정절차에 머물지 않는다. 시민이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기 전에 지역사회가 위험 신호를 발견하고 공적 지원으로 연결하는 사회안전망의 첫 관문이라는 게 이 의원의 판단이다.
수원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은 각종 행정정보와 복지 관련 자료를 활용해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있다. 그러나 전산자료만으로 시민의 실제 생활 상태를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다.
특히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르면 행정기관의 안내나 현장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고시원이나 임시 거처를 전전하는 주민, 가족이나 지인의 집에서 생활하는 시민 등 주거가 불안정한 계층은 기존 행정망에서 빠질 가능성이 있다.
공과금이나 건강보험료 체납 같은 위기 징후가 확인되더라도 연락처가 변경됐거나 거주지가 불분명하면 당사자와 접촉하기 어렵다. 고립된 1인 가구처럼 주변과 교류가 적은 시민은 외부에서 위기 상황을 알아차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 의원은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른 경우처럼 행정정보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장 중심의 찾아가는 복지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찾아가는 복지는 담당자가 대상자의 생활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을 안내·연계하는 방식이다. 시민이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행정이 먼저 다가간다는 점에서 기존 신청 중심 복지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다만 방문 횟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위기 징후를 어떤 방식으로 수집할지, 발굴된 시민에게 어떤 서비스를 연결할지, 이후 생활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지까지 하나의 체계로 작동해야 한다.
복지 수요는 생계비 지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위기가구의 상황에 따라 긴급복지와 의료, 주거, 요양, 돌봄, 일자리, 심리 지원 등이 함께 필요할 수 있다. 현장에서 가구의 복합적인 어려움을 확인한 뒤 관계기관과 서비스를 신속히 연계하는 통합적 접근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 의원은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일선 동 행정복지센터의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은 지원이 필요한 시민이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의료와 요양, 돌봄 등의 서비스를 연계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시민의 생활 현장과 가장 가까운 동 행정복지센터의 역할이 중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이 기존 복지업무와 상담, 현장 방문, 대상자 발굴에 더해 여러 기관과의 서비스 조정까지 맡게 되면 업무가 과중해질 수 있다. 담당자의 부담이 누적되면 현장 방문과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형식적으로 운영될 우려도 있다.
복지정책의 외연을 넓히면서 전달체계를 뒷받침할 인력과 협력 구조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특정 업무를 공무원에게만 집중시키기보다 지역사회가 위기 징후를 함께 발견하고 행정기관에 연결하는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 의원은 “복지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지역 내 자원봉사 인력과 민간 협력체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민간 인력에게 공무원의 업무를 대신 맡기자는 의미라기보다, 시민과 자주 접촉하는 지역 구성원이 위험 신호를 발견하고 전문적인 지원 체계로 연결하는 ‘복지 연결망’을 만들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대상자의 소득과 재산을 조사하고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는 행정기관이 담당하되, 위기가구를 발견하는 접점은 지역사회 전체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 의원이 주목한 자원은 수원시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약 42만5000명의 자원봉사자다. 이들을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서비스 연계 과정에 활용하면 행정기관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위기가구를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원봉사자는 급식과 도시락 배달, 주거환경 개선, 말벗, 이동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시민의 생활 현장과 접촉한다. 이 과정에서 건강 악화나 식생활 곤란, 주거 불안, 사회적 고립 등 위기 징후를 발견할 가능성이 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명예사회복지사 등 기존 인적 안전망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역 사정에 밝은 주민과 복지 관계자가 주변의 변화를 살피고 이상 징후를 행정기관에 전달하면 위기가구 발굴의 빈틈을 줄일 수 있다.
이 의원은 “수원시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자원봉사자가 약 42만5000명에 이르는 만큼 자원봉사센터와의 연계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명예사회복지사 등 지역사회 인적자원을 활용해 위기가구 발굴과 서비스 연계를 촘촘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등록 인원 전체를 곧바로 복지 발굴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활동 인원과 활동 분야를 파악하고, 참여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설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도 중요하다. 자원봉사자가 위기가구의 구체적인 생활 정보를 직접 조사하거나 관리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활동 중 발견한 위기 징후를 정해진 절차에 따라 담당 기관에 알리고, 이후 상담과 조사는 전문 인력이 맡도록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
위기 징후를 판단할 수 있는 기본교육과 신고·연계 창구도 필요하다. 현장에서 어떤 상황을 발견했을 때 어느 기관에 연락해야 하는지, 긴급 상황과 일반 상담을 어떻게 구분할지 등을 표준화해야 민관 협력망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발굴 이후의 대응 속도 역시 중요하다. 지역 주민이나 자원봉사자가 위기 상황을 알렸는데도 상담과 지원이 늦어지면 협력체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신고 접수, 초기 상담, 현장 확인, 서비스 결정, 사후관리로 이어지는 절차를 명확히 하고 기관별 책임을 구체화해야 한다.
복지 사각지대 문제는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미 마련된 제도를 시민이 알고 있는지,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이용할 수 있는지, 행정기관이 위기 상황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지가 정책 성패를 가른다.
같은 제도라도 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시민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정책과 다르지 않다. 반대로 지역사회 구성원이 위기 신호를 신속히 발견하고 행정기관이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연결한다면 한정된 복지자원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수원시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여기에 있다. 행정자료를 활용한 위기가구 예측과 현장 방문을 결합하고, 동 행정복지센터의 인력과 업무 여건을 점검해야 한다. 자원봉사센터와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명예사회복지사 등 민간 자원을 연결하는 구체적인 운영 기준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위기가구를 한 차례 발굴해 지원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위기에서 벗어날 때까지 지속해서 살피는 사후관리 체계가 요구된다. 생활고의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단기적인 생계 지원만으로는 같은 위기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복지정책은 제도가 마련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도움이 필요한 시민에게 도달해야 의미가 있다”며 “수원시가 찾아가는 복지를 더욱 활성화하고 지역 내 다양한 인적자원과 협력해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 세 모녀 사건이 남긴 과제는 분명하다. 위기에 처한 시민이 먼저 손을 내밀지 못하더라도 행정과 지역사회가 위험 신호를 발견하고 도움을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원시가 약 42만5000명의 등록 자원봉사자를 비롯한 지역 인적자원을 실질적인 사회안전망으로 조직할 수 있을지가 복지 사각지대 해소 정책의 다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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