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평택 고덕국제신도시를 비롯한 경기 남부권의 철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KTX 경기남부역사 신설’ 논의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사업의 경제성을 검토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조사 단계부터 수요 예측과 재원 조달 방안 등을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경기도의회에서 나오면서다.
그동안 KTX 경기남부역사 신설은 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이어졌지만 구체적인 사업 주체와 재원 조달 방식, 경제성 확보 방안 등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아 장기 검토 과제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받아왔다. 특히 현재의 인구와 교통 수요만을 기준으로 사업성을 판단할 경우 고덕국제신도시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중심으로 형성될 미래 교통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한승훈 의원은 KTX 경기남부역사 신설을 단순한 지역 건의 사업이 아닌 ‘실행 가능한 본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도의회 의원연구단체를 구성해 법적·행정적 근거와 경제성 분석 자료를 점검하고, 국가·경기도·평택시·LH·민간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재원 조달 구조까지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한 의원은 29일 경기도의회 평택상담소에서 고덕국제신도시 시민연대, 경기도 철도운영과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KTX 경기남부역사 추진을 위한 정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KTX 경기남부역사 신설 사업의 추진 현황과 LH가 진행 중인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 상황을 공유하고,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요인과 향후 관계기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경기도는 2026년 10월 3일로 예정된 LH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가 나온 뒤 국토교통부와 평택시, LH 등 관계기관 간담회를 열어 사업 추진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 의원은 용역 결과가 사실상 확정된 뒤 대응 방안을 논의해서는 사업 추진의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제성 분석에 어떤 자료와 개발계획이 반영되는지 조사 과정에서부터 확인하고, 누락된 수요가 있다면 결과가 나오기 전에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LH 용역 결과가 상당 부분 확정된 이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라며 “이대로라면 KTX 경기남부역사 추진이 또다시 장기 검토 과제로 남거나 사실상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철도역 신설 사업은 통상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이용 수요와 비용 대비 편익(B/C), 기존 철도망과의 연계성, 사업비 분담 가능성 등이 추진 여부를 가르는 핵심 요소다. 특히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낮게 평가되면 이후 관계기관 협의와 국가 철도계획 반영 과정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용역 결과가 나온 뒤 경제성 확보 방안을 찾는 방식에서 벗어나, 조사에 활용되는 전제와 입력자료가 적절한지를 사전에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 한 의원의 판단이다.
이번 논의의 핵심 쟁점은 고덕국제신도시와 경기 남부권의 장래 교통 수요가 경제성 분석에 얼마나 충실하게 반영되느냐다.
한 의원은 KTX 경기남부역사 예정지 주변의 현재 개발 상태만을 기준으로 수요를 예측하면 사업의 실질적인 필요성이 과소평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덕국제신도시의 개발이 아직 진행 중인 만큼 향후 들어설 주요 시설과 인구 증가, 산업단지 확장에 따른 교통 수요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제20차 고덕국제신도시 개발계획 변경 승인 신청에 포함된 국제학교와 종합운동장, 국제교류단지 등은 유동 인구를 끌어들이는 핵심 시설로 꼽힌다. 이들 시설의 조성 계획이 확정되거나 구체화되면 통학·통근 수요뿐 아니라 스포츠·문화 행사와 국제 교류 등에 따른 광역 이동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중심으로 한 산업 수요도 중요한 변수다. 대규모 산업시설의 가동과 협력업체 입주가 확대되면 수도권과 전국 주요 도시를 오가는 기업인과 근로자, 방문객의 이동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한 의원은 “국제학교, 종합운동장, 국제교류단지 등 대규모 이용 수요를 창출할 핵심 앵커시설들이 수요 예측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며 “역사 주변의 현재 상태만을 기준으로 경제성을 평가해서는 평택의 미래 수요를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철도역 신설의 필요성을 단순히 현재 이용객 수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향후 도시개발이 완료됐을 때의 인구와 산업 규모, 광역교통 수요를 분석하고 역사 신설이 지역개발과 교통망에 미칠 파급효과까지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장래 개발계획을 경제성 분석에 반영하려면 계획의 실현 가능성과 추진 시기, 예상 이용객 규모 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막연한 기대 수요가 아니라 관계기관의 공식 계획과 승인 자료, 구체적인 개발 일정 등을 근거로 제시해야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 의원은 이 같은 문제를 체계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도의원 10명 이상이 참여하는 경기도의회 의원연구단체 구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연구단체에는 평택 지역 의원뿐 아니라 경기 남부 철도 현안에 관심이 있는 의원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KTX 경기남부역사를 특정 지역의 민원 사업으로 한정하지 않고, 경기 남부권의 광역교통 체계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취지다.
연구단체는 우선 역사 신설을 뒷받침할 법적·행정적 근거를 검토한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국가와 경기도, 평택시, LH가 각각 담당해야 할 역할을 구분하고, 관련 철도계획 및 도시개발계획과의 연계 방안도 살필 예정이다.
LH의 사전타당성 조사에 적용되는 전제와 입력자료에 대한 검증도 주요 연구 과제다. 인구와 산업시설, 장래 개발계획, 환승 수요 등이 분석에 적절하게 포함됐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에 자료 보완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역사 예정지 주변 유보지를 활용한 복합개발 방안도 검토한다. 역세권 개발을 통해 상업·업무·문화 기능을 유치하면 철도 이용 수요를 높이는 동시에 개발 수익을 사업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의원연구단체가 구성되면 자료 분석과 전문가 자문, 관계기관 협의 등을 통해 사업 논리를 구체화할 수 있다. 도의회 차원의 공론화가 이뤄지면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평택시, LH 사이의 협의를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KTX 경기남부역사 신설을 위해 넘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사업비 조달이다. 역사 신설에는 시설 공사뿐 아니라 철도 운영과 안전 관련 설비, 진입도로와 환승시설 등 연계 기반시설 구축에도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사업비를 평택시 재정에만 의존하면 시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다른 지역 현안과의 우선순위 경쟁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제 사업으로 전환하려면 초기 단계부터 국가와 경기도, LH, 민간 부문이 참여하는 분담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의원은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택지개발사업에서 발생한 LH의 개발이익을 지역 기반시설 확충에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공공택지 개발로 유입된 인구와 교통량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시행자가 광역교통 기반시설 확충에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국가와 경기도의 재정 분담 방안도 연구 대상에 포함된다. KTX 역사 신설이 평택시민뿐 아니라 경기 남부권 주민과 산업단지 이용자들의 이동 편의를 높이는 사업이라면 기초지방자치단체만 비용을 부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등 지역 기업과 연계한 민간투자형 복합개발 가능성도 거론된다. 역사 주변 부지를 상업·업무시설 등과 함께 개발해 수익을 확보하고, 이를 역사 건설이나 환승 기반시설 조성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민간투자를 끌어들이려면 사업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개발 수익에만 치우칠 경우 특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업자 선정과 수익 배분, 공공기여 방식 등에 관한 투명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한 의원은 LH가 오는 9월 개최할 예정인 주민간담회에 앞서 경기도 관계 부서와 평택시,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후속 정담회를 열 계획이다. 주민 요구를 미리 수렴해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사전타당성 조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후속 정담회에서는 역사 위치와 접근 교통망, 환승시설, 역세권 개발 방향 등 주민 생활과 직접 연관된 현안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용역에 사용된 자료나 분석 방식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용역 기간 연장과 관계기관 공동 검증도 요청할 방침이다.
KTX 경기남부역사 신설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단계가 적지 않다. 경제성을 입증해야 하고, 관계기관 간 비용 분담과 사업 주체도 확정해야 한다. 국가 철도정책 및 기존 철도 운영체계와의 정합성도 확보해야 한다.
결국 관건은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얼마나 구체적인 근거와 실행 방안을 마련하느냐다. 미래 수요를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하고, 재원 조달과 주변 개발을 연계한 사업 구조를 제시해야 지역 숙원이라는 명분을 넘어 정책적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한 의원은 “주민들에게 추진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희망만 남기고 사업을 장기 과제로 넘기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의원연구단체 활동과 선제적인 정담회를 통해 책임 주체와 재원 조달 방안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번 기회를 KTX 경기남부역사 신설을 실제 사업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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