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도시가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눈에 띄지 않는 수많은 노동이 필요하다. 시흥시의 도로는 매일 청소되고, 공원은 관리되며, 비나 눈이 내리면 긴급 보수가 이뤄진다. 그러나 이런 작업 대부분은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근로자들의 손에 의해 이루어진다.
10월 1일 임병택 시흥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깨끗한 도로와 아름다운 공원, 긴급 시설 보수 등은 평범하지만 꼭 필요한 행복”이라며 이들의 노고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시는 같은 날 기간제근로자들을 초청해 감사 행사와 함께 작은 힐링 콘서트를 열고 ‘숨은 일꾼들’의 노고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시흥시 곳곳에 배치된 기간제근로자들은 도로 청소, 하천 정비, 주정차 구역 관리, 재난 대응 등 시민 삶과 직결된 영역을 담당한다. 이들이 없다면 쓰레기 미수거, 눈 치우기 지연, 시설 파손 방치 등 생활 기반은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필수 노동’을 담당하면서도 법적·제도적 보호에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근로계약 기간은 짧고, 처우는 불안정하다. 한 근로자는 “눈이 오면 밤새 도로를 지켜야 하고, 폭우가 쏟아지면 하천 정비에 나선다. 하지만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이후 ‘필수노동자’라는 개념이 사회적 주목을 받았지만, 지방정부의 기간제근로자들은 여전히 단순 보조 인력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정규직 전환 논의가 꾸준히 나오지만, 예산 부담과 정책 우선순위에 밀려 구체적 방안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시흥시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감사의 뜻을 전했지만, 정작 근로자들이 바라는 것은 안정된 고용과 처우 개선이다. 임 시장 역시 행사에서 “평범한 행복을 지켜주는 분들”이라 강조했지만, 감사 인사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지방정부가 재정 여건을 이유로 이들의 처우 문제를 외면한다면, 결국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간다”며 “시흥시 사례가 일회성 감사 행사에 그치지 않고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흥시의 기간제근로자들은 도시가 멈추지 않도록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안전망’이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불안정한 계약과 열악한 처우 위에 놓여 있다. 지방정부가 진정으로 ‘가까운 행복’을 지키고자 한다면, 감사 인사 이상의 대책이 필요하다.
도시의 미래는 거대한 인프라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노동에 의해 지탱된다. 사회는 이제 그 ‘숨은 노동’을 공적 안전망의 한 축으로 제도화할 시점을 맞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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