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정부의 ‘1·29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논란이 경기도 과천에서 거세지고 있다. 과천 경마장 이전을 전제로 한 주택 공급 방안이 사실상 과천의 도시 수용 한계와 교통 현실을 외면한 채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경기도의회 김현석 의원은 “국가 정책이라는 명분 아래 특정 지역의 희생을 전제로 한 졸속 대책”이라며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책임 있는 입장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현석 의원은 4일 열린 경기도의회 제388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정부의 1·29 부동산 대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리고 “과천 경마장 이전을 전제로 한 주택 공급 방안은 과천 시민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공급 논리’”라며 “교통 여건과 도시 수용 능력에 대한 사전 검증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의 문제 제기는 단순한 지역 민원이 아니다. 과천시는 이미 경기도 내에서도 출퇴근 평균 소요 시간이 가장 긴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통근시간이 60분 이상인 인구 비율은 34.2%로 도내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과천지식정보타운의 본격 입주와 주암지구 1만6천 세대 개발이 동시에 진행되며, 도시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선에 근접해 있다는 것이 김 의원의 판단이다.
이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9,800세대를 더 공급하겠다는 것은 과천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교통 문제는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김 의원은 서울시 공식 교통 통계를 근거로 과천대로(남태령 구간)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해당 구간은 하루 평균 6만6천 대 이상의 차량이 통과하는 상습 정체 구간으로, 평균 주행 속도는 시속 18.9km에 불과하다. 서울 전체 혼잡도 상위 6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문제는 이 통계가 이미 4년 전 자료라는 점이다. 지식정보타운 입주 이후 교통 혼잡은 더욱 심화됐지만, 정부와 경기도는 이를 반영한 최신 교통 수용 능력 분석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광역교통대책이라는 말로 덮기에는 수치가 너무 명확하다”며 “과천을 ‘교통 지옥’으로 내몰 가능성을 외면한 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석 의원의 비판은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정조준했다. “경기도와 도지사는 객관적 검증 없이 ‘정부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이는 과천을 주택 공급 실적과 정치 일정에 맞춰 소비하는 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협조’라는 표현이 행정 책임을 흐리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정책의 효과와 부작용을 검증하고, 도민의 삶에 미칠 영향을 따져야 할 광역정부가 중앙정부 정책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동연 지사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경기도는 기본적으로 최대한 협조하고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계획 수립 과정에서 과천시와 긴밀히 협의해 시민들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보완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 같은 답변을 두고 “책임 있는 도정의 언어가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김 의원의 발언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김동연 지사가 재선을 위한 명분으로 과천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과천 시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교통 혼잡과 재정 부담뿐인 정책을 ‘협조’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것은 결코 책임 있는 도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치적 계산과 정책 판단이 뒤섞이는 순간,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 돌아온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특히 주택 공급 성과를 강조해야 하는 중앙정부와,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광역단체의 이해관계가 맞물릴 경우, 소규모 도시인 과천이 ‘선거용 희생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현석 의원은 발언 말미에서 이번 사안을 단순한 정책 논쟁이 아닌 ‘도정의 기록’으로 규정했다. 또, “국가적 과제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지역의 희생을 전제로 한 정책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검증 없는 이전과 불확실한 약속을 강요하는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결국 도정의 역사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천은 수도권 주택 공급이라는 거대한 정책 퍼즐 속에서 작은 조각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조각 위에 사는 시민들에게 정책은 숫자가 아니라 삶의 문제다. 교통, 환경, 재정, 도시의 지속 가능성까지 걸린 문제를 ‘공급 확대’라는 단어 하나로 정리할 수는 없다.
이번 1·29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논쟁은 과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택 공급이라는 국가적 목표와 지역의 감당 능력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것인가, 그리고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 답이 준비되지 않은 채 정책이 강행된다면, 과천의 오늘은 다른 도시의 내일이 될 수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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