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판교신도시 한복판, 장기간 방치돼 왔던 유휴부지가 마침내 시민의 일상 속으로 들어온다. 성남시 삼평동 725번지, 옛 이황초등학교 부지에 도서관과 수영장을 중심으로 한 교육·문화·체육 복합공간이 들어선다. 단순한 공공시설 신축을 넘어, 도시 성장 과정에서 생긴 ‘빈 공간’을 시민 삶의 중심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행정 실험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평동 725번지는 면적 1만2152㎡ 규모의 부지다. 판교신도시 개발 이후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장기간 방치돼 왔다. 소유권이 2022년 5월 성남시로 이전된 뒤에도 한동안 뚜렷한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 민선 8기 출범 이후에야 ‘시민 중심 활용’이라는 원칙 아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성남시는 단순 매각이나 수익 시설 유치 대신, 주민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생활 인프라를 채우는 방향을 택했다. 도시의 성장 속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공공 문화·체육 시설 수요를 이곳에 집중시키겠다는 판단이다.
정책 방향의 출발점은 주민 의견이었다. 성남시는 지난해 11월 주민 설문조사와 1차 설명회를 통해 시설 수요를 조사했다. 그 결과 도서관(41%)과 수영장(32%)이 압도적인 선호를 보였다. 학습 공간과 생활 체육 공간을 동시에 요구하는 판교 지역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시는 도서관과 수영장을 핵심 시설로 하는 ‘교육·문화·체육 복합공간’을 기본 방향으로 확정했다. 지난 19일 삼평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는 150여 명이 참석해 계획안을 공유했다. 설명회 현장에서는 “그동안 왜 이렇게 오래 방치됐는지 모르겠다”는 반응과 함께, “이제라도 제대로 된 공공시설이 들어서 다행”이라는 의견이 잇따랐다.
확정된 기본 구상안에 따르면, 해당 부지에는 연면적 약 1만5000㎡ 규모의 시설이 들어선다. 도서관과 수영장을 중심으로 문화센터, 주차장, 각종 편익시설이 배치되고, 외부 공간에는 산책로와 도심 정원이 조성된다. 실내와 실외를 아우르는 ‘생활형 복합공간’이 목표다.
특히 학생과 지역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학교복합시설 형태로 추진돼, 낮에는 학습과 돌봄, 저녁에는 주민 문화·체육 활동이 가능한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 지역 커뮤니티의 거점 역할을 하도록 공간 활용의 유연성도 강조됐다.
행정 절차도 구체화되고 있다. 성남시는 이달 중 활용 방안을 최종 확정한 뒤, 2월부터 학교복합시설 공모 참여, 기본계획 수립,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할 계획이다. 학교복합시설 공모를 통해 국비를 확보하면 시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도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준공 목표 시점은 2030년 하반기다. 장기 프로젝트이지만, 단계별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과거 유휴부지 사업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업은 구미동 하수처리장 부지, 판교동 옛 차량등록사업소 부지, 위례스토리박스 부지 등 성남시가 추진 중인 ‘미활용 유휴부지 신속 개발’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도시 내 남은 공백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한 성남시의 전략이 삼평동에서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장기간 미개발로 남아 있던 부지를 주민과 함께 고민해 가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게 돼 뜻깊다”며 “행정력을 집중해 시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생활·문화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과제도 분명하다.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반복돼 온 ‘속도 저하’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지, 준공 이후 운영 주체와 재정 부담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관건이다. 단순히 건물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특성에 맞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채워 넣지 못하면 또 다른 ‘빈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삼평동 옛 이황초 부지 사업은 성남시 유휴부지 정책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방치의 시간을 끝내고, 시민의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공간. 이 프로젝트가 판교 도심 재생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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