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용인경전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때 막대한 재정 부담과 낮은 이용률로 ‘애물단지’라는 오명을 썼던 경전철이 이제는 시민 체감 지표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용인특례시에 따르면 2025년 용인경전철 고객만족도는 87.5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86.8점 대비 0.81% 상승한 수치다. 수치상으로는 크지 않은 변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간 정체됐던 경전철 평가 지표가 완만하지만 꾸준한 상승 흐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적지 않다.
이번 조사는 경전철을 주 3회 이상 이용하는 만 19세 이상 80세 미만 시민 8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기간은 지난해 10월 15일부터 29일까지였으며, 전 역사를 대상으로 현장 설문 방식이 활용됐다. 단순 만족도 조사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 품질, 시설 환경, 사회적 책임, 기관 신뢰도 등 다층적인 항목을 포함했다는 점에서 기존 조사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사회적 책임(89.7점)이었다. 이어 서비스 품질(88.2점), 시설 및 환경 품질(87.9점), 전반적 만족도(87.1점) 순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대목은 ‘사회적 책임’이 최상위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열차가 정시에 운행되는지, 시설이 깨끗한지의 문제를 넘어, 경전철이 지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시민들이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특히 고령층·교통약자를 고려한 안전 정책, 역사 내 질서 유지, 지역 상권과의 공존 노력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과거 ‘재정 효율성’ 중심의 논쟁에서 ‘생활 교통 인프라’로 시선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5개 역사 가운데 가장 높은 만족도를 기록한 곳은 용인중앙시장역(92.1점)이다.
용인중앙시장역은 전통시장과 인접해 평일과 장날을 가리지 않고 노약자 이용 비율이 높은 역으로 꼽힌다. 용인시는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해 장날 혼잡 시간대에 에스컬레이터 운행을 중지하고, 안전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춘 운영 정책을 시행해 왔다.
지난 9월에는 에스컬레이터 운행 속도 조절 시범사업과 함께 안전사고 예방 캠페인을 병행했다.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안전을 우선한다’는 운영 원칙이 이용객에게 신뢰로 작용한 셈이다.
이울러 용인경전철은 개통 이후 오랜 기간 재정 부담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용객 수요 예측 실패, 민간사업자와의 협약 문제 등으로 ‘대표적 실패 사례’로 언급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만족도 조사 결과는 경전철 논의의 무게 중심이 점차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얼마를 벌었는가’라는 질문에서 ‘얼마나 안전하고 편리한가’, ‘도시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조사 항목에는 ▲경전철 사업 활동에 대한 신뢰 ▲사회 발전 및 시민 삶의 질 향상 기여 ▲향후 경전철 이용 의향 등이 포함됐다. 이는 단순 교통수단을 넘어 공공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평가하는 지표다.
물론 만족도 상승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87.5점이라는 수치는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운영 효율성·재정 구조 개선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버스·도보·전통시장과의 연계 강화, 출퇴근 시간대 수요 확대, 청년·학생층 유입 전략 등은 향후 경전철 정책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이번 고객만족도 조사는 단순한 성적표가 아니다. 실패 사례로 낙인찍혔던 공공 인프라가 시민 체감 개선을 통해 다시 평가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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