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수정·중원 일대 성남 원도심은 수십 년간 하나의 보이지 않는 선에 의해 성장의 속도를 조절받아 왔다. 군사기지 인접 지역이라는 이유로 설정된 건축물 고도제한이다. 이 제한은 단순한 숫자 규제가 아니라 재개발·재건축, 주거 환경 개선, 상업·업무 기능 확장까지 전반적인 도시 진화를 제약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성남시가 다시 한 번 국방부의 문을 두드린다. 시는 제3차 고도제한 완화방안 연구용역의 성과를 토대로, 기존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완화안들을 기술적으로 보완해 추가 완화를 공식 요청하기로 했다.
성남시는 23일 시청 제1회의실에서 ‘제3차 고도제한 완화방안 기반 구축 사업’ 연구용역 완료보고회를 열고, 수정·보완된 고도제한 완화 방안을 공개했다. 보고회에는 신상진 성남시장을 비롯해 시의회, 관계 부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서울공항 인근 지역의 항공 안전과 군 작전성을 전제로 하면서도, 과도하게 설정된 고도제한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항공학적으로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용역을 수행한 한국항공운항학회는 비행 절차, 선회 접근 방식, 안전구역 설정 기준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개선 여지를 도출했다.
앞서 성남시는 2023년 9월 연구용역에 착수해 고도제한 완화 방안 5개를 마련했고, 이를 국방부와 관계 군 기관에 선제적으로 제안했다. 이 가운데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시행령’상 ‘가장 낮은 지표면’ 기준 삭제, 서울공항 활주로 각도 변경에 따른 비행안전구역 변경 고시 등 2개 안은 수용됐다. 이는 제도적 기준 자체를 손질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고밀도 개발과 직결되는 핵심 완화안 3개는 “군사 작전상 곤란”을 이유로 같은 해 9월 불수용 통보를 받았다. 성남시가 ‘부분 성과’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는 국방부의 불수용 사유를 면밀히 분석한 뒤, 항공학적 검토를 강화해 다음과 같은 수정안을 마련했다. △ 선회접근 구역 내 고도제한 완화 △ 선회접근 절차 미운영에 따른 고도제한 완화 △ 특별 선회접근 절차 수립·적용 방안 등이다.
이와 관련 시의 핵심은 ‘비행 안전에 실질적 영향이 없는 범위’라는 점을 수치와 시뮬레이션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또, 보고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반영해 최종안을 확정한 뒤, 이르면 다음 달 국방부에 추가 완화를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성남 원도심은 고도제한으로 인해 동일 생활권의 다른 도시와 비교해 용적률·층수 활용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이는 단순한 도시 경관 문제가 아니라, 주거 공급 감소와 사업성 악화로 이어져 재개발 지연, 노후 주거지 고착화라는 악순환을 낳아왔다.
이번 보고회에 시민단체가 참석한 것도 주목된다. 고도제한 문제는 행정과 군 당국 간 협의만으로는 풀기 어렵고, 시민 재산권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뒷받침돼야 실질적 진전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정치권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 고도제한 완화는 지역 민원 차원을 넘어 수도권 군사시설 규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성남시가 이번에 얼마나 정교한 논리와 데이터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다른 지자체의 유사 요구에도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상진 시장은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일부 성과를 거뒀지만, 건축물 높이 완화를 통한 근본적인 고도제한 해소를 위해서는 추가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방부와 공군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지속해 시민 재산권 보호와 도시 경쟁력 회복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성남시의 제3차 고도제한 완화방안 연구·자문 용역은 내년 1월 최종 완료될 예정이다. 고도제한이라는 ‘도시의 천장’을 조금 더 들어 올릴 수 있을지, 성남시의 두 번째 설득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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