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추진보다 정책 변화 분석이 우선돼야"
의회 "도민 대표 질의에 집행부 책임 있는 답변 필요"
[이코노미세계] 경기도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온 경기국제공항 사업이 또다시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가 국제공항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에 영농형 태양광 발전시설 조성을 검토하는 상황에서도 경기도 집행부가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사업 추진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점검 요구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이홍근 의원은 16일 열린 2025회계연도 결산심사에서 경기국제공항 추진단을 대상으로 한 질의를 통해 "국가 정책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하다"며 행정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이번 지적은 단순히 공항사업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수년째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경기국제공항 사업의 방향성과 함께 경기도가 대형 정책사업을 관리하는 방식, 중앙정부와의 정책 공조, 사업 성과관리 체계까지 전반적인 행정 시스템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 의원이 가장 먼저 문제 삼은 부분은 정부 정책 변화에 대한 대응 부족이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는 국제공항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거론돼 온 화성호와 시화 간척지 일대 농지에 영농형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경기국제공항 추진을 담당하는 부서는 이러한 정책 변화를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책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사업 추진 주체가 핵심 정보를 선제적으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낳고 있다.
공항 건설은 수십 년을 내다보는 국가 기반시설 사업이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정책 역시 국가 전략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두 정책이 동일 지역에서 동시에 추진될 경우 토지 이용계획은 물론 국가 정책 방향 자체가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의원 역시 "정부의 태양광 정책과 기존 공항 건설 계획이 동일한 장소에서 상충할 우려가 있다"며 현장의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경기도가 변화된 여건을 신속하게 분석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기국제공항 사업은 그동안 후보지 선정과 주민 갈등, 환경 문제, 중앙정부와의 협의 등 여러 난제를 안고 추진돼 왔다. 그러나 뚜렷한 진전 없이 시간이 흐르면서 사업 추진 동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의원은 결산심사에서 "사업이 수년간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기존 계획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중앙정부와 보다 적극적인 협의를 추진하거나 사업 방향을 조정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과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결산심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정부 정책 변화 속도와 지방정부 대응 체계의 간극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최근 국가 정책은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 지역균형발전, 산업구조 전환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지방정부 역시 중앙정부 정책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사업을 총괄하는 부서조차 정부 정책 변화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정책 정보 수집 체계와 분석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의원은 정책 문제와 함께 집행부의 의회 대응 태도도 함께 지적했다. 도의원의 질의는 개인적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도민을 대표해 법과 조례에 따라 진행하는 공식적인 의정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집행부 역시 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성실하고 명확한 답변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결산심사는 단순히 예산 집행 결과를 확인하는 절차가 아니라 정책의 성과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향후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과정이다.
집행부와 의회의 긴밀한 소통이 정책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행정 전반에 대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의원은 경기국제공항뿐 아니라 약 1조 원 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버스 사업에 대해서도 구조적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결산 과정에서 성과지표 관리와 사업 승인 절차가 더욱 체계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사업은 단순히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 대비 정책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일수록 성과관리 체계가 미흡하면 사업 효율성을 검증하기 어렵고 재정 건전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 지방재정 운용에서는 사업 추진보다 성과평가와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지적 역시 의미가 적지 않다.
이번 결산심사는 경기국제공항이라는 특정 사업을 넘어 경기도 행정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책 환경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 중앙정부와의 협력 강화, 사업 재검토 가능성, 성과 중심의 예산 운영 등이 모두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공항처럼 장기간 추진되는 대형 프로젝트는 사업 추진 의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정부 정책과 지역 여건, 주민 의견, 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 의원이 제안한 출구전략 역시 사업 포기가 아니라 변화된 환경 속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읽힌다.
이 의원은 이날 질의를 마무리하며 집행부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도 전했다. "일하는 과정에서 저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신 분이 있다면 이는 전부 제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수고해주신 집행부 관계자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산심사는 경기국제공항 사업의 향후 방향뿐 아니라 경기도 행정 전반의 정책 대응 능력과 대형 공공사업 관리체계를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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